인종, 종교, 국적, 특정 사회집단의 구성원인 것 또는 정치적 의견을 이유로 박해를 받을 우려가 있는 위험을 갖기 때문에 국적국 외에 있는 자로 그 국적국의 보호를 받을 수 없는 자 또는 그러한 공포를 갖기 때문에 그 국적국의 보호를 받는 것을 바라지 않는 자.

[코스리(KOSRI) 이도은 연구원] 1993년 3월 3일자로 국내에 발효된 ‘난민의 지위에 관한 협약’에 나타난 ‘난민’의 정의다. 난민이라고 했을 때 떠오르는 ‘가난하고 생활이 어려운 사람’이라는 정의와는 다르다. 난민인권센터의 김성인 사무국장에 따르면 난민은 ‘국가로부터 자신의 인권을 보호받지 못하고 버림받은 사람’ 이다. 하지만 용기 있는 사람들이기도 하다. 정치적 의견, 종교 혹은 민족이 다르다는 이유들로 박해를 받았지만 두려움을 넘어 국경을 건너왔다.

난민지위신청을 통해 난민으로 인정받으면 국내 거주가 가능한데 흔히 이 과정에 있는 사람을 난민지위신청자 또는 망명신청자(asylum seeker)라고 부른다. 출입국관리소에서 신청을 할 수 있으며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행정소송을 통해 3심까지 재판진행이 가능하다. 한국인들에게도 난민은, 난민에게도 한국은 아직 생소하지만 이들을 지원하는데 열정을 아끼지 않는 난민인권센터의 김성인 사무국장을 만나봤다.


난민인권센터(NANCEN)
난민인권센터는 2009년 3월 14일 개소해 현재 사무국장(이자 공동 설립자)을 비롯해 인턴 3명, 상근 활동가 3명이 활약 중이다. 매월 기부금을 전하는 회원은 400여명을 넘어섰다. 정부에서 난민법 개정, 난민지원센터 설립 등 굵직한 정책들이 진행 중이지만 아직까지 한시적인 지원이라 난센이 나서서 난민 지원 활동을 펼치고 있다. 지금까지 난센을 거쳐 간 난민지위신청자 및 난민들은 약 500명. 현재 지원을 받고 있는 수는 60~70명 정도다. 매월 난민네트워크를 통해 UNHCR(유엔난민기구), 공감(공익인권법재단), 피난처(NGO), 어필(공익법센터)의 실무진들과 교류를 하고 APRRN(아시아-태평양 난민권리네트워크)의 관련단체들과 세계적으로 네트워킹을 한다.


Q. 직위와 상관없이 ㅇㅇ씨라고 서로 부르던데 특별한 이유가 있나?
명색의 인권단체인데 사무국부터 인권적으로 운영되지 않으면 이 자체가 모순이다. 사무국 운영자체가 인권적이어야 난민인권도 보호할 수 있지 않겠나. 그리고 창의적인 사고는 억압적인 관계가 아닌 자율성에서 나온다. 사무국 분위기가 자율적이도록 서로 직함을 부르지 않고 ㅇㅇ씨로 통일했다.

Q. 난센 설립계기는 무엇인가?
난민은 기본적으로 인권의 문제다. 한국사회에서 인권적인 관점에서에서 난민문제를 바라보고 접근하는 단체가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물론 국가의 역할도 중요하지만 조금 다른 시각에서 접근할 수 있으면 했다. 개인적으로는 캐나다의 난민지원 NGO인 로메로 하우스(Romero House)에서 근무하면서 난민에 대한 이슈를 접하게 됐다.

Q. 한국의 난민현황은?
지난해 말을 기준으로 5069명이 신청을 했고 320명이 인정을 받았다. 10%가 안 되는 낮은 비율이다. 지금은 1333명이 난민지위인정 신청 단계에 있다. 한국정부로부터 인정을 받지 못했다고 해서 모두 자국으로 돌아갔다고는 볼 수 없다. 여전히 박해의 위험이 있다면 돌아갈 수가 없다. 현재 한국에서 체류 중인 총 인원수(난민 지위인정이 불허가 된 사람들도 포함)는 정확히 알 수 없다. 2010년까지만 해도 신청자의 수가 300~400명 선이었는데 2011년 들어서는 매해 1000명이 넘어섰다.

Q. 한국의 난민을 지원하기 위해 난센이 하는 일이 무엇인가?
우선 한국정부를 상대로 난민지위인정신청을 하는 사람들에게 필요한 법률적인 지원(법률 상담, 변호사 연결, 출입국관리소 및 법원 동행 등)을 해준다. 신청기간이 보통 3년 정도 소요되는데 이 기간 동안 정부지원이 거의 없으므로 음식, 옷, 난민아동 분유 및 기저귀 등을 지급해 준다. 한국의 난민에 대한 제도와 절차 마련을 촉구하고 예산에 반영되도록 하는 역할도 한다. 난민에 대한 국내의 인식 개선에도 노력하고 있다.

Q. 지원을 할 대상과 하지 못하는 대상을 구별하는가. 기준이 있다면?
유엔난민협약에 기준이 있다. 거기에 따라 사유가 적합한지, 박해의 유무 등을 판단한다. 난민제도 자체는 인간이 보호받을 수 있는 마지막 방편으로 악용되는 것에 대해 우려가 있다. 우리가 최종적으로 판단할 수 있는 권한은 없지만 하나의 단체로서 기준에 부합하지 않으면 지원을 하지 못한다.

Q. 난민지원을 위해 신청자 자국에 대한 조사를 하는가?
신청자 자국에 대한 조사가 가장 중요하다. 1:1로 인터뷰를 하고 나면 찾아야 할 정보가 추려진다. 이야기의 쟁점을 뒷받침할 수 있는 자료를 조사한다. 말한 내용이 얼마나 객관적으로 증명될 수 있는지를 보는 것이다. 자료의 출처는 주로 외국 판례와 인권보고서를 참고한다. 한국은 아직 연구가 많이 진행되지 않았지만 해외의 경우 난민에 대한 자료가 많이 축적돼있기 때문에 보고서 번역, 판례 분석, 뉴스 기사 참고를 통해 파악이 가능하다.

Q. 한국 난민지원체계 중 개선되어야 할 부분은?
일단 신청자들이 먹고 살 수 있게 해줘야 된다. 한국에 와서는 1년 동안 근로를 할 수 있는 권한이 없다. 정부에게서 아무런 지원이 없기에 너무 힘든 시기다. 어떤 이유든 간에 인간이 인간답게 살 수 있는 수단 자체를 차단당하고 있다. 다행히 정부에서 난민법(난민 등의 지위와 처우에 관한 법률, 2013년 7월 시행)을 제정해 지원할 수 있는 근거는 있으니 예산에 필요한 부분이 잘 반영되도록 하는 것이 중요한 것 같다.
또 근본적으로 한국정부가 난민에 대해 갖고 있는 시각 자체가 엄격하다. 인권을 고려해 난민으로 받아들이기 보다는 어떻게든 인정하지 않으려는 실정이다. 인식전환이 필요하다.

Q. 재정마련은 어떻게 하는가? 개인 후원금으로 충당하나?
100% 개인 후원금으로 재정을 마련한다. 민간단체 공모에 지원할 때도 있지만 간헐적이라 기본적인 수익원으로 보고 있지는 않다.

Q. 단체 운영 시 가장 힘든 부분은?
전반적으로 난민에 대한 인식이 부족하고 왜곡돼 있다. 편견이 많다 보니 난민으로 인정받는 것도 힘들고 인정을 받더라도 한국사회가 통합해서 살아가는 게 문제가 된다. 그렇다보니 결국 난센을 지원하고 후원할 수 있는 사람이 많지 않다.
처음 단체를 운영하기 시작했을 때 ‘한국에서 난민을 이해하고 후원해 줄 수 있는 사람들이 좀 있지 않을까’라고 생각했는데 실제로 그렇지 않았다. 물론 이 책임이 더 효과적으로 홍보하지 못한 우리에게도 있지만 또 하나 분명한 것은 아직까지 한국 사회 내에서 난민에 대한 인식이 많이 부족하다.

Q. 난센의 최종목표는 무엇인가?
우리의 꿈이 ‘난민과 함께 웃는 사회’지만 원칙적으로 난민이 발생하지 않길 바란다. 그런데 워낙 복잡하고 정치적인 문제이기도 해서 우리가 해결 할 수 있는 영역을 넘어선다. 보다 효과적으로 그들을 보호하고 사회에서 자립할 수 있도록 동반자 역할로 남는 게 우리 몫이 아닐까.

‘가장 기억에 남는 클라이언트가 누구였냐’는 질문에 김 국장은 얼마 전 법무부의 난민신청 결과를 기다리다 숨을 거둔 한 망명신청자의 이야기(http://www.nancen.org/961)를 꺼냈다. 위암이 발병하고 50여일 만이었다. 카메룬에서 영어권 주민의 권익보호를 위한 반정부 활동을 하다 국내로 도피해 난민 신청절차를 밟고 있었다. 작고하기 전 그가 했던 말처럼 너무 빨리, 그의 고국인 카메룬과는 아주 먼 타향에서 숨을 거뒀다. 다행히 의료비는 정부의 지원제도를 통해 어느 정도 해결됐지만 장례비용과 본국으로의 시신운구비용이 부족해 어려움을 겪기도했다. 우리 사회에 살아가는 다양한 구성원들을 위해 따뜻한 온기가 필요한 때다.


[사진제공=난민인권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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