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 주] 영리 의료법인과 민영 의료보험, 3분 진료, 의료사고 등 의료시스템을 둘러싼 논란이 거세다. 이렇게 어려운 여건에서도 환자와 의사간 소통을 강화하고, 환자가 믿을 수 있는 정직한 의료서비스 구축을 위해 노력하는 의료협동조합과 병원의 다양한 사회적 책임 활동들을 소개한다. 코스리는 이같은 ‘의료분야 사회적 책임' 기획 시리즈를 통해 우리 의료시스템이 지닌 문제를 짚어보고, 공공성 강화를 위한 방안을 모색하고자 한다.

살림의료협동조합은 건강, 의료 문제를 공동으로 해결하기 위해 지역주민들이 의료인과 함께 의료기관과 건강관련 시설을 설립, 운영하는 주민자치조직이다. 살림의료협동조합이 2012년 설립한 첫 의료기관 ‘살림의원’은 현재 1차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치료 중심의 일반 병의원과 달리 일상생활의 예방 사업과 지역 보건·복지 사업을 진행하고 운동 프로그램, 건강교육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다짐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걷기, 산행, 요리, 통기타, 와인, 반려동물, 프랑스어 등 조합원들이 직접 만들고 참여하는 소모임도 있다.

살림의원은 가족, 친구, 이웃 등 서로의 건강을 챙겨주는 건강한 공동체를 목표로 하고 있다. 조합원들이 직접 병원을 운영하는 ‘믿을 수 있는 우리의 병원’을 지향한다. 환자와 건강 뿐 아니라 일상을 공유하고, 소통하는 살림의원 추혜인 주치의를 만났다.


Q. 의료사회적협동조합을 개설한 이유는?
- 세계보건기구(WHO)에서 정의하는 1차 의료에는 '주민의 참여'가 필수적이다. 아직 우리나라에서 제도적으로 구현하기 힘들다. 그래서 주민들이 스스로 자본을 모아 직접 참여, 운영하는 1차 의료 모델을 만들어보고 싶었다. 특히 여성주의자(페미니스트 feminist)와 함께 자금과 사람을 모으고 운영방침을 스스로 결정해나가는 병원을 만들고자했다. 지역사회에서 적극적으로 의원 설립과 운영에 참여하고 있다.

Q. 살림의료협동조합이 추구하고자 하는 목표, 혹은 비전은 무엇인가?
- 건강한 사람이란 ‘건강한 관계 안에 있는 사람‘이다. 사람이 마시는 물, 숨 쉬는 공기, 노동조건, 가족과의 관계, 동네의 안전, 교통사고, 사건 등 모든 것이 사람의 건강을 결정짓는 요인이다. 우리는 지역사회와 사람의 관계 속에서 함께 하는 '마을 주치의'를 목표로 하고 있다.


Q. 조합원들은 의료 소모임 활동을 운영, 참여한다. 조합원이 건강의 주체가 되는 변화를 느끼고 있는지?
- 구부정한 자세로 인해 긴장성 두통과 만성 통증을 호소하는 환자가 있었는데 근막이완술로 통증이 호전된 뒤 조합원으로 가입했다. 지금도 등산 소모임에 참여해 꾸준히 등산을 하며 살림의료협동조합 활동을 이끌고 있다. 살림의원 환자들이 조합에 가입하고 활동에 참여하면서 본인은 물론 다른 조합원들의 건강까지 챙기는 열성적 건강 리더들이 점점 많아지고 있다.


Q. 환자들과 어떻게 소통하고 있나? 살림의료의원만의 진료 방식이 있는지?
- 진료실에 와야 만날 수 있는 주치의가 아니다. 동네 사람들이 만든 미술작품 전시회, 동네 주점의 1주년 기념행사, 지역에서 활동하는 단체의 총회나 미용실, 심지어 목욕탕에서도 의료상담이 이루어진다. 마을 주치의, 동네 주치의라는 것은 동네를 돌아다니다가 '어, 안녕‘, ’안녕하세요' 하면서 마주칠 수 있는 주치의다. 그래야 일상 생활에 대한 얘기를 편하게 얘기할 수 있다.

Q. 한국 의료 시스템에서 가장 큰 문제는 무엇인가?
- 우선 공공의료가 너무 취약하다. 둘째는 의사와 환자가 서로 신뢰하기 힘든 사회구조가 문제다. 지금은 환자가 아프면 아플수록, 혹은 불안해서 검사를 많이 하면 할수록 의사나 병원이 돈을 더 많이 버는 구조다. 이렇다보니 어떤 검사나 치료에도 환자들은 '이게 꼭 필요해서 하는 검사나 치료인지, 아니면 의사나 병원이 돈을 벌기 위한 건지' 의심한다. 의사와 환자가 신뢰관계를 맺기 어렵다.

Q. 환자와 긴밀하게 상담, 진료하다보면 진료시간이 길어진다. 다른 환자들의 불만은 없었나?
- 처음 방문한 환자들은 많이 기다리는데 대해 화를 내기도 했다. 그러나 본인이 진료를 경험한 후엔 “아, 여기는 좀 오래 기다려도 충분히 상담할 수 있구나, 그래서 오래 기다리게 되는구나”라고 이해한다. 결국, “오늘은 상담할 내용이 특별히 없고 기다리는 분들도 많으니 빨리 일어나겠다”고 말하는 분들이 생긴다. 많이 기다려도 환자들이 의사와 충분히 소통하고 상담한다는 사실을 잘 알기에 이해하는 것 같다.

Q. 수익성과 지속가능성이 중요하다. 어떻게 의원을 운영하고 있나?
- 이런 규모의 의원을 개원하려면 은행 대출 3억~4억원을 받거나 막대한 의료기기 임대료를 내야한다. 살림의원은 은행 대출 없이 개원했기에 수익을 덜 내도된다. 개원 전에 700여명 조합원을 모은 상태여서 초기 적자규모가 크지않았다. 다른 의원들이 홍보비를 쓸 때, 우리는 조합원들이 직접 거리에 나가 홍보했다. 매달 살림의원 대청소에도 조합원들이 직접 와 청소를 한다. 청소업체에 맡기는 것보다 훨씬 깨끗하게 청소다. '내가 이용하는 의원이고, 조합원으로서 내가 살림의원의 주인‘이란 생각이 크기 때문이다.


Q. 요즘 의사들의 개원이 힘들고, 개원해도 유지가 쉽지않다고 한다. 의료협동조합은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보나?
- 대안이 될 수 있다. 의사와 환자가 신뢰관계를 맺는 것이 현재 우리 의료제도에선 상당히 힘들다. 그러나 의사도 환자의 신뢰를 진정으로 원하고 있다. 의사들은 환자의 건강증진에 도움이 되고싶다. 병원을 지속적으로 운영해야하니 수익에 중점을 둘 수 밖에 없고 그래서 많은 아쉬움을 토로한다. 보통 의사들이 3억~4억원 정도의 빚을 떠안은 채 개원하지만 경영을 잘 몰라 안정적 운영이 어렵다. 파산하는 의사들도 많다. 의료협동조합에서 일한다는 것은 환자와 주치의가 서로 신뢰관계를 맺고, 적정 임금을 받으며. 주 40시간 이내의 적정 노동시간을 보장받는다는 의미다. 충분히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본다.

Q. 앞으로 계획은?
- 살림의원은 올해부터 2명의 주치의 체계를 시작했다. 이 체제를 안정화하는게 급선무다. 요일에 따라 다른 주치의가 진료를 보고 있어 진료 방침이나 처방스타일, 교육내용이 비슷하고 진료의 연속성도 보장돼야 한다. 다행히 같은 의국 출신이라 진료스타일이 비슷하다. 두 주치의 모두 근거중심의학(Evidence Based Medicine)*을 추구하고 있어 안착하는 중이다. 또한 의원공간을 검진센터로 확장하고 치과 개원 등을 준비하고 있다.

* 무작위 대조군 연구나 의학적 보고들에 대한 메타분석 등 체계적 연구결과를 통해 얻은 과학적 근거를 바탕으로 자신의 의학적 판단을 검토하는 행위

<살림의료협동조합>


서울시 은평구 서오릉로 139 (역촌동) 주영빌딩 3층 (구산역 2번출구)
02-385-9949 살림의원 (내선 1번)
http://cafe.daum.net/femihealth

* 5만원 이상 초기 출자금으로 조합에 가입할 수 있고, 조합원은 가입 후 정기출자금을 납입한다. (의료급여 수급권자, 장애인, 다문화결혼 이민여성, 한부모가정 지원자는 관련 서류를 제출하면 1만원 이상으로 초기 출자가 가능하다) 조합원과 조합원의 가족에게는 살림의원 및 건강다짐 운동센터 이용, 각종 조합 프로그램 참여, 비보험 진료에 대한 건강지원비 제공 등 혜택이 주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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