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운데 왕지연 대표,

[양지원 연구원] 한국이주여성연합회 대표이자 한사랑 문화사업단을 이끌고있는 왕지연 대표를 만났다. 왕 대표는 중국에서 태어나 대학교에서 무역학을 전공한 뒤 한국으로 유학왔다가 한국인과 결혼해 정착한 이주여성. 한국청소년보호연맹에서 다문화 청년사업단 청년일자리 창출사업을 지원하면서 다문화에 관심을 갖게됐다고 한다.

“이주여성들이 사회생활에 제대로 참여하지 못하는 현실이 안타까웠어요. 그들이 한두벌씩은 갖고있는 민속의상을 활용해 전통 춤공연을 하자는 생각을 했습니다. 태국, 베트남, 필리핀, 중국팀을 구성한 게 시작이었죠”

처음엔 봉사활동 개념으로 많은 곳을 찾아 다녔다. 2011년 서울문화재단의 지원을 받아 재능나눔 봉사단으로 각지에서 공연을 진행했다. 반응이 좋았고 2012년엔 한국문화예술협회에서 5000만원을 지원받아 전국을 무대로 11회 공연을 할 수 있었다.

“처음엔 수입의 대부분을 장비, 의상구입 등에 투자했지만 이제는 돈을 지급할 수 있어요. 수요가 많아지니 놀이도구, 악기 등 다양한 수요가 발생하더라구요. 이제는 공연단 뿐 아니라 다문화 의상, 악기,놀이 체험이 가능한 구조로 확대하고 한사랑 합창단도 운영하고 있습니다. 다문화 음식팀까지 확대해 다양한 활동을 지원토록 하고 있어요”

2012년 실적을 바탕으로 2013년엔 사회적기업 인증을 받았다. 행정서류 작업이 익숙치 않았던 왕 대표를 서울 구로구 다문화센터가 적극적으로 도와줬다.

왕 대표는 전문성을 갖추기 어려운 현실을 이야기했다. “아직은 수익구조가 안정적이지 않아 전문가나 서포터즈를 구성하는게 쉽지 않습니다. 외국 민속공연에 대한 부담이나 이해 부족으로 공연 전문가들이 참여를 거절하는 경우도 많습니다“라고 아쉬워했다. 그는 “다문화 공연도 전문성을 갖춰야 지속가능하고 사람들이 찾게됩니다. 북한과 러시아 공연팀은 본국에서 공연을 하던 분들이지만 다른 나라 팀은 노래 한번 불러보지 않고 시작한 분들도 많아요. 공연기획과 마케팅에서 전문성을 갖출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라고 말했다.


왕 대표는 결혼 이주여성들의 인식도 바뀌어야한다고 강조했다. 유치원, 학교 등에서 다문화 이해 교육사업을 진행하다 보면 언어문제나 기본소양 문제가 드러난다는 것. 공연 이외에 의사소통이 되지않으면 활동 자체가 불가능한 경우가 많다. 교육과정에서 복장불량, 위생불량 등 문제가 발생하기도 한다.

“교육사업을 진행하기 전 복장, 위생문제를 충분히 숙지시켜요. 그러나 두번째 수업부터 ‘난 외국인이니 괜찮아’라며 자기 편한대로 일을 진행하는 경우가 있어요. 그런 분들은 지속적으로 함께 일하기 어렵죠. 기본소양을 갖추지 못한 분들을 볼 때 안타깝습니다”

다문화를 확산하는 역할을 하는 사람들의 인식변화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책을 집행하는 공무원이나 다문화를 교육하는 선생님들 조차 다문화사회와 다문화가정에 대한 이해가 많이 부족해 안타깝다”고 말했다.

“학교나 유치원에 교육활동을 하러가면 ‘다문화 왔다’고 말하는 선생님들도 계세요. ‘다문화 이해교육 선생님’이나 ‘다문화 선생님’으로 부를 수 있는데 사람을 ‘다문화’라 지칭하는 모습을 보면 안타깝습니다. 다문화정책 확산의 일선에 계신 분들의 이해가 중요한데 말이죠”

결혼 이주여성들의 활동이다 보니 가족의 적극적인 이해도 필요하다. 한사랑 합창단 활동은 가족이 함께 참여하는 합창단인데 제시간에 모이는 것도 쉽지 않다. 아내를 감시하기 위해 남편이 따라다니는 경우도 있었다고 했다. ‘다문화 지원정책’이란 이름으로 받는데 익숙하다 보니 합창단에 돈이나 간식을 당연하게 요구하는 사람들도 있다고 한다.

왕 대표는 ‘다문화 지원정책’이 바뀌어야한다고 말했다. 결혼이주여성에게 일자리와 아이들 교육이 큰 문제라며 특히 전문성을 갖춘 일자리 창출 지원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다문화 일자리 창출이란 명목으로 정규직 전환이 불가능한 통번역 자리를 만드는 대신, 직업전문학교와 연계하고 투자해 여성들이 전문적인 기술을 배울 수 있도록 도와야한다는 주장이다.

“동남아 출신 결혼여성들은 대개 남편들보다 나이가 15~20살 적습니다. 아이들에게 돈이 가장 많이 들어가는 시기에 남편이 경제활동을 할 수 없게 됩니다. 여성들이 가장역할을 해야하는 상황이 벌어지겠죠. 현재의 지원정책으로 이 여성들이 가장역할을 할 수 있을지 고민해야합니다. 받는데 익숙해지고 편한 일만 찾다보면 결국 여성들은 아무 것도 할 수 없게 됩니다”

왕 대표는 국가정책으로 아이들에게 ‘엄마나라 배우기 프로그램’을 지원하는 것은 반대한다고 말했다. “엄마가 외국인이라는 사실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도록 지원하는게 더 중요합니다. 엄마들의 사회진출이 많아질수록 아이들은 엄마가 외국인라는 사실을 자연스럽고 자랑스럽게 받아들입니다”라고 강조했다.


“한 중국 여성의 사례가 있습니다. 아이가 엄마를 부끄러워해 엄마가 학교에 오거나, 집에 친구를 데리고 오는 것을 극도로 꺼렸어요. 그런데 ‘엄마가 선생님이 되었어요’ 프로그램에 참여하면서 엄마가 수업자료를 준비하는 모습을 보고 아이가 변화했어요. 우리 엄마가 외국인이란 사실이 부끄러운 게 아니구나라고 생각하게 된거죠. 그 뒤론 집에 친구들을 데려오고 엄마를 학교행사에 초대하며 자랑했다고 해요. 엄마가 사회생활을 하는 가정의 아이들과 그렇지 않은 아이들은 성격이나 표정 등에서 차이가 많이 나요”라고 말했다.

학교에서 ‘다문화 프로그램’이란 이름으로 아이들을 분류하는데 대해 왕 대표는 “엄마가 외국인이어서 놀림당할 수도 있지만 그게 왕따의 원인이라고 생각하지 않아요. 한국아이들도 왕따를 당하잖아요. 오히려 공부를 못하고 언어발달이 늦을 때 왕따 발생률이 더 높다고 생각합니다. 다문화 프로그램으로 아이들을 분류하기 보다는 자연스럽게 저소득층 지원정책을 펼치고 학업부진 아동을 지원하는게 효과적 정책일 것”이라고 말했다.

왕대표는 다문화 음식점과 이주여성들의 가장 큰 장점인 외국어를 이용해 주민들과 연계하는 교육사업을 진행중이라고 했다. 20~30년후 이 여성들이 노인이 되면 ‘다문화 노인정’ ‘다문화 요양원’이 필요해질 것인지에 대해 논의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왕 대표는 “다문화라는 말 자체가 차별적일 때가 있습니다. 그 단어가 사라지지는 않겠지만 이미지가 바뀌었으면 합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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