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shionately Fight Poverty’라는 미션 아래 아프리카인 디자이너들을 육성, 아프리카의 빈곤문제를 해결하고자하는 기업이 있다. 패션브랜드 에트리카(ETHRICA)는 올들어 ‘14 SS Capsule Collection’을 런칭하고 온오프라인 채널을 통해 제품을 판매하고 있는 소셜벤처다. 의류 및 악세서리 판매 수익의 일부를 아프리카인 디자이너들의 디자인 및 봉제 교육에 사용할 예정이라고 한다. 코스리는 에트리카가 입주해있는 카이스트 경영대학 SK사회적기업가센터를 방문, 안지혜 대표를 만났다.


크라우드 펀딩으로 창업자금 마련
에트리카는 올 3월 크라우드펀딩으로 창업자금 1000만원을 마련했다. 안 대표는 어떤 전략으로 크라우드펀딩 프로젝트를 진행했을까?

그는 플랫폼별 특징을 먼저 거론했다. 현재 우리나라에는 텀블벅, 와디즈, 유캔펀딩 등 다양한 크라우드펀딩 플랫폼이 있다. 안 대표는 “플랫폼별 특징을 구분해 에트리카 프로젝트에 가장 적합한 플랫폼을 찾으려 노력했다”고 말했다. 그렇게 골라낸 플랫폼이 바로 예술, 문화 프로젝트에서 성공 사례를 많이 갖고있던 텀블벅. 안 대표는 “당시 아프리카 부룬디(Burundi)의 디자이너 교육사업을 목표로 크라우드펀딩을 진행했다. 부룬디 패션사업의 잠재력을 판단해줄 대중들이 필요했는데 이런 대중들이 가장 많이 모여있는 플랫폼이 텀블벅이었다”고 회고했다.

안 대표는 성공적인 크라우드 펀딩을 위해 전략적 보상(Reward)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예술 프로젝트들 가운데 펀딩에 대한 보상으로 선물용 엽서를 보내주는 경우가 있다. 엽서 단가에 배송비까지 더하면 비용이 커진다. 에트리카는 디자이너가 직접 제작한 고유폰트를 배포하기로 했다. 1만원을 투자하면 폰트를, 2만원을 투자하면 폰트와 엽서를, 3만원을 투자하면 폰트, 엽서에 귀걸이를 더하는 식으로 리워드세트를 만들어 제공했다. 폰트 리워드 상품에 관심을 많이 보였다”고 말했다. 안 대표는 “리워드를 제공하더라도 일반인들에게 펀딩에 동참해달라는게 쉽지는 않았다. 지인들은 크라우드펀딩의 개념조차 생소해했다. 하지만 크라우드펀딩을 소개하고, 준비한 스토리와 리워드로 많은 사람들의 참여를 이끌어낼 수 있었다”고 밝혔다.

부룬디 교육사업, 탄자니아 텍스타일 디자인 사업


안 대표는 2009년부터 지난해까지 부룬디에서 아동도서 보급사업에 참여했다. 좀 더 지속가능한 자금조달 방식을 모색하다 패션사업을 떠올렸고 올들어 에트리카를 준비했다. 부룬디에 애착을 갖고 디자이너 육성사업을 시도했지만 부룬디가 내륙지역이어서 다른 지역과 물자 교류가 쉽지 않았다. 이 점을 감안, 안 대표는 부룬디에서 디자이너 육성 및 교육 사업을 진행하되 제품 제작 및 생산은 접근성이 좋은 탄자니아에서 진행키로했다.

우리나라의 방학시즌인 1, 2, 7, 8월엔 에트리카 디자이너들이 부룬디를 방문해 집중 프로그램을 제공할 예정이다. 이외 시간에는 온라인에서 디자인 과제물을 주고받으며 조언해주는 형식으로 교육을 진행한다. 안 대표는 “인터넷 사정이 좋지는 않지만 에트리카 소속 현지인 매니저가 현지에 머물고 있어 큰 어려움은 없다. 교육생이 늘고 교육사업 규모가 커지면 다른 대안을 모색할 예정”이라고 한다.

안 대표는 “지금은 투자 개념으로 교육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어느 정도 수익이 생긴 후 교육사업을 진행하려했으나 그렇게 되면 수익증대에만 신경쓰게 될 것 같아 지금 시작했다. 헝그리정신으로 시작하는 것이 맞다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에트리카는 현재 부룬디 디자이너 교육생들에게 전 세계적으로 통용되는 디자인 교육을 진행중이다.

현재 에트리카는 탄자니아 디자이너들의 텍스타일을 가져와 한국에서 원피스, 가방 등 제품으로 디자인해 생산, 판매하고 있다. 텍스타일 유통의 비용 부담에 대해 안 대표는 “최빈국 관세우대혜택이 적용돼 부담이 줄었다. 지금은 실험하는 단계다. 장기적으로 탄자니아 내부에서 디자인,생산, 판매 자급자족을 목표로 한다. 탄자니아에서 텍스타일을 갖고오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비용을 점검하고 비용절감에 필요한 조치를 구체화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손쉽게 도덕성을 소비하려는 사람들‘
에트리카의 타겟 소비자는 ‘손쉽게 도덕성을 소비하고자 하는 사람들’이다. 안 대표는 “몇 년 전부터 페이스북에는 ‘좋아요를 누르면 기부됩니다’라는 개념으로 기부를 독려하는 글들이 늘고있다. 실제 ‘좋아요’를 누르는 사람도 많다. 과연 그들은 기부 수혜자들을 위해 기부했다고 할 수 있을까? 사실은 그렇지 않다. 이들은 월드비전 등 비영리기구에 정기적으로 후원하는 사람들과 다르다. 수혜자뿐 아니라 동시에 자신의 이미지를 위해, 쉽게 도덕성을 구매하길 원하는 사람들이다. 이런 행동이 잘못된 것은 아니다. 이런 트랜드는 일시적이긴 하지만 결과적으로 기부문화를 만들어 내고 있고, 더 많은 수혜자들을 도울 수 있다. 에트리카는 이런 행동에 익숙한 사람들을 타겟 소비자로 바라보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 에트리카는 두타, 씨엘로마르, 유니크모멘트, 아크로젯, 다이드스토어, 어본아티스트에 입점해 제품을 판매하고 있다. 특히 두타 매장의 경우, 중소기업청 중소기업유통지원센터의 지원을 받는 신진디자이너로서 입점하게 됐다. 안 대표는 “복제상품이 많은 동대문 일대에서 제품을 홍보하니 에트리카 제품의 희소성을 알아보는 소비자들이 많다. 고객들이 제품 구매여부를 고려할 때 복제품 생산이 불가능한 아프리카 원단 제품이라고 소개하면 제품에 더 흥미를 갖는다”고 소개했다. “때로는 아프리카 원단을 신뢰하지 못하는 고객들도 있지만 그럴 땐 제품 원단과 디자인의 퀄리티에 대해 더 열심히 설명한다”며 소비자 성향에 따라 필요한 대응자세를 설명했다.

브랜드 가치사슬 완성 후 OEM 도전
에트리카가 직면한 과제는 인지도다. 또 안정적인 비즈니스 모델을 구축하고 수익의 일부를 아프리카 현지에서 바르게 쓸 수 있도록 프로세스를 정비해야한다.

안 대표는 두 가지 목표를 제시했다. “아프리카 수입제품에 대한 인식 개선을 위해 노력할 것이다. 에트리카 제품은 단순히 ‘착한 제품’이 아니라‘질 높은 제품’으로 인식되길 원한다. 알고보니 아프리카 제품이었고, 아프리카 제품이 상당히 괜찮은 것이라는 인식을 만들어주고 싶다”라고 말했다. 또 “나중에는 소비자들이 에트리카의 아프리카 제품이 아닌, 에트리카 브룬디 제품, 에트리카 탄자니아 제품 등으로 구별해 인식할 수 있도록 하고싶다”고 덧붙였했다. 지역별, 디자이너별 특징을 소비자들이 이해하고 선택해 구매할 정도가 되려면 일단 소비자들이 아프리카 제품에 좀더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 “실제 오프라인 매장에서 제품을 팔 때 원단의 출처를 구체적으로 소비자들에게 알려주는 것이 중요하다. 그 제품이 좋으면 분명 다시 찾게 될 것이고 그 제품의 출처도 기억할 수 있을 것이다”라는게 안 대표의 생각이다.

안 대표는 “에트리카 사업을 통해 아프리카로 많은 기술이 이전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또 에트리카는 나이키와 같은 유명 브랜드들의 OEM을 받을 수 있을 정도의 실력을 갖추고 싶다고 전했다.

저작권자 © 데일리임팩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