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사태 진정 기대감에 소비심리 회복 영향

4차 대유행·수수료율 인하 '하반기 전망은 불투명'

[미디어SR 김병주 기자] 국내 금융업계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속에서도 고공성장을 하고 있는 가운데, 카드 업계 역시 지난 상반기 역대급 분기·반기 실적을 낸 것으로 확인됐다. 백신 접종에 따라 코로나19 사태가 진정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소비심리 회복으로 이어지면서, 이러한 흐름이 카드 업계에 긍정적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다만 금융당국이 카드 수수료 인하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어, 하반기에도 이러한 성장세가 이어질지는 불투명하다는 지적도 있다.

29일 카드 업계에 따르면 주요 금융지주사 계열의 카드사 4곳(신한·KB국민·우리·하나)과 삼성카드 등 전업 카드사들은 나란히 실적 개선에 성공한 것으로 나타났다.

우선 카드 업계 1위를 유지하고 있는 신한카드는 지난 상반기에 3672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기록했다. 이는 전년 동기(3025억원) 대비 21.4% 늘어난 수치다.

게다가 KB국민, 우리, 하나카드의 성장세는 주목할 만하다. 나란히 반기 기준 역대급 실적을 거두며 지주사 전체의 실적 상승도 견인했기 때문이다.

KB국민카드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4.3% 오른 2528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기록했고, 우리카드 역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1.3% 늘어난 1210억원의 당기순이익을 냈다.

특히 하나카드는 전년 동기(653억원) 대비 무려 117.8%나 증가한 1422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기록하는 역대급 성장세를 일궈냈다.

전업카드사들도 지난 상반기 실적 상승에 성공한 것으로 평가된다. 지난 2분기를 기점으로 카드 업계 2위 자리를 꿰찬 삼성카드의 상반기 당기순이익은 2822억원이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26.7% 증가한 수치다.

업계 관계자들은 아직 실적 발표를 하지 않은 전업카드사들 역시 탄탄한 성장세를 유지했을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카드 업계의 한 관계자는 “전업카드사들은 지주사 계열 카드사보다 비교적 보수적인 기준으로 리스크 관리를 하는 경향이 있다”며 “강력한 연체율 관리와 트렌드에 부합하는 맞춤형 상품 및 PLCC(상업자 표시 신용카드) 활성화가 실적에 긍정적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특히 카드업계 내부에서는 코로나19 백신 접종 시작에 따른 소비심리 회복의 여파가 카드 업계의 실적 개선에 고스란히 반영됐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실제로 한국은행이 발표한 ‘2분기 실질 국내 총생산’에 따르면 지난 2분기 국내 민간소비는 전 분기 대비 3.5%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글로벌 금융위기 때인 2009년 2분기(3.6%) 이후 최고치 기록이었다.

당시 한국은행 관계자는 “코로나19사태가 안정화될 수 있다는 기대감에 재화 소비는 물론 음식·숙박과 오락·문화 등 대면 서비스 지출이 늘어난 결과”라고 분석한 바 있다.

'SK브로드밴드 현대카드' 출시 행사에 참석한 김덕환 현대카드 대표(왼쪽)와 최진환 SK브로드밴드 대표. 사진. 현대카드.
'SK브로드밴드 현대카드' 출시 행사에 참석한 김덕환 현대카드 대표(왼쪽)와 최진환 SK브로드밴드 대표. 사진. 현대카드.

물론, 카드업계의 혁신 노력도 실적 개선에 어느 정도 긍정적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빅테크, 핀테크의 결제시장에 뛰어들면서 위기감을 느낀 전통 카드업계는 저마다 ‘혁신’을 기치로 내건 다양한 서비스를 선보였다. 심지어 일부 카드사들은 핀테크와의 경쟁에 맞서기 위해 오히려 핀테크사와 손잡고 혁신 상품을 공개하기도 했다.

실제로 현대카드가 오는 네이버와 손잡고 개발한 PLCC 상품 공개를 예고한 데 이어, 롯데카드·삼성카드 등 카드사들 역시 ‘적과의 동침’에 적극 나서고 있다.

하지만 장밋빛 전망만 나오는 것은 아니다. 우선 금융당국은 오는 하반기 중 카드 가맹점 수수료율 재산정 작업에 들어간다. 코로나19 사태의 장기화가 예상되면서, 소상공인·자영업자를 지원하기 위한 수수료율 인하가 유력해 보인다. 금융업계에 따르면 이르면 11월 중 카드 수수료율 인하 여부가 결정될 전망이다.

다만, 카드업계의 반발이 이례적으로 거세다는 점이 변수다. 사실상 ‘수수료 0%’ 혜택을 적용받는 가맹점이 90%를 넘는 상황에서 또 한 번의 인하는 카드업계의 생존을 위협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적지 않은 형국이다.

카드업계의 한 관계자는 미디어SR에 “분명 좋은 실적을 기록하긴 했지만, 이 역시 코로나19 사태에 따른 일시적 효과일 뿐 주력 수입원인 카드 수수료는 오히려 해마다 감소하고 있다”며 “수수료율 인하가 현실화된다면 하반기에는 실적 저하가 불가피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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