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정수 기자] 전세계 빈곤층 40억명을 위한 비즈니스가 주목받고있다. 라이프 스트로우(Life Straw)는 언제 어디서나 깨끗한 식수를 마실 수 있는 휴대용 정수기다. 배터리나 필터 교체 없이 기생충, 바이러스, 박테리아를 99% 이상 제거할 수 있다. 일반 정수기에 비해 가격이 저렴하고 휴대하기 간편해 빈곤국 사람들에게 주로 보급되고 있다. 물부족으로 매번 오염된 흙탕물을 마셔야 하고, 질병과 사망 위험에 노출돼있는 전세계 사람들의 생명을 구할 수 있는 적정기술이다.

글로벌 생활용품 기업인 유니레버는 건강과 손 청결을 연관시킨 ‘손씻기 캠페인’과 교육을 진행하면서 개발도상국 사람들을 대상으로 제작한 Lifebuoy 제품을 판매했고, 그 실적은 두자리 수 성장을 이뤘다.

기업은 이제 가난한 소비자 시장에 눈을 뜨고있다. 이 시장은 전세계 빈곤층(Bottom of Pyramid)인 40억명의 소비자가 있고, 시장가치는 무려 13조달러에 이른다. 기업은 빈곤층을 대상으로 한 제품을 개조해 제작, 판매함으로써 창의적인 방법으로 빈곤을 해결할 수 있다.

경제학이 학문으로서 자리잡기 시작한 16세기이래 수세기동안 이어진 경제학자들의 논쟁 끝에 이제 새롭고 혁신적인 시각이 등장하고있는 것이다. 바로 빈곤층을 하나의 시장과 소비자로 바라보기 시작했다.

16세기에 초창기 경제학의 주류였던 중상주의는 가난한 사람이 주도적으로 일할 방법을 모르기 때문에 가난하며, 국가의 경제체계를 유지하기 위해 이들의 저렴한 노동력이 유지돼야 한다고 인식했다. 따라서 빈곤층 지원정책은 국가의 생산체계에 유리하게 설계됐다.

18세기들어 자유주의 경제원칙이 태동했다. 아담스미스의 ‘보이지않는 손’이 부를 효율적으로 분배할 수 있다는 것이다. 자본가가 빈곤층에게 일자리를 제공하는 것 자체가 그들을 지원하는 방안이란 주장이 힘을 얻었다. 19세기 초반부터는 자유방임주의 원칙이 득세하며 빈곤은 스스로의 책임이므로 빈곤층을 구제하는 공공정책은 바람직하지않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높아졌다. 자유로운 노동만이 그들을 빈곤에서 구제하는 효과적 해결책으로 여겨졌다.

19세기 이후 제도적이고 조직적인 요인들을 빈곤의 근본원인으로 고려하게됐다. 교육의 부재가 특정 계층의 빈곤 상태를 유발했다는 것이다. 국가는 모든 국민들에게 교육을 지원하고 부를 재분배할 책임을 가진다는 주장이다. 사회보장과 통합정책이 서서히 자리잡기 시작했고 이때부터 빈곤문제에 국가와 사회가 공동으로 대처하는 행위는 빈곤층에게 주어지는 하나의 권리가 됐다.

케인즈학파 출신 갈브레이드(John Kenneth Galbraith, 1908-2006)는 불평등한 소득분배가 전체 수요의 감소를 가져온다고 주장했다. 극빈층에 속한 사람들이 다른 계층보다 더 많이 소비하는 경향이 있으며, 이들의 소비 감소는 전체적인 수요의 감소로 이어지고, 결국 실업률을 증가시키는 결과를 가져오게 된다는 것이다. 따라서 빈곤층을 지원하고 경제 전체를 유지하기위해 부의 분배 정책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20세기에 이르러 사회보장체계는 장기 실업과 구조적 실업, 그리고 고령화에 따른 인구구조 변화로 비효율성과 고비용이 부각되며 구제책으로서 힘을 발휘하지 못했다. 결국 자유주의적 경제체제로 다시 돌아와 경쟁 중심의 시스템과 개인의 자유를 지지했다. 빈곤에서 벗어나는 건 개인의 노력에 달려있다는 것이다.

프라할라드는 자신의 저서 ‘저소득층을 공략하라’에서 글로벌 기업들이 전세계 빈곤층에게 맞춘 제품을 제작 및 판매할 수 있다고 했다. 빈곤층을 사회에서 배제하지않고 하나의 잠재 고객으로 본다는 것이다. 빈곤의 새로운 관점이 제시되면서 빈곤을 해결하기 위한 기업의 역할과 창의적인 대안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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