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홍관 힘멜미래설계연구소 대표

김홍관 힘멜미래설계연구소 대표rk 은퇴 후 평소 취미였던 사진과 금융 관련 등 다양한 강의를 하기 위해 전국방방곡곡을 누비며 카메라를 들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 구혜정 기자.
김홍관 힘멜미래설계연구소 대표 은퇴 후 평소 취미였던 사진과 금융 관련 등 다양한 강의를 하기 위해 전국방방곡곡을 누비며 카메라를 들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 구혜정 기자.

몇 년 전만 해도 그는 인생 후반기에 대해 고민하던 은퇴 초보자였다. 현재는 지금까지 살아왔던 경험을 바탕으로 은퇴 준비나 미래설계가 필요한 이들을 위해 강단에 선다. 그 결과 알차고 슬기롭게 자신의 인생에 몰입하며 살고 있노라고 말한다. 김홍관 힘멜미래설계연구소 대표(66)를 만나 은퇴 후 삶을 어떻게 설계할 것인가에 대해 조언을 들어봤다. 

은퇴 후 어떤 삶을 살 것인가

김홍관 대표는 젊은 시절 금융업계에서 잔뼈가 굵은 사람이다. 상업은행에 입사해 우리금융그룹 상무로 정년을 맞을 때까지 줄곧 한 회사에서만 일했다. 이후 법정관리 회사에서 더 일한 뒤 완벽하게 은퇴자의 삶을 살아왔다.

“2013년 9월에 우리금융 그룹을 나왔어요. (주)이피엘에서 20개월 정도 감사로 일하고 나온 게 2015년 8월 말이었습니다. 정말 백수가 된 거죠(웃음). 그때부터 내가 뭘 할 수 있을까 고민했습니다. 만 60세가 되던 해였습니다.”

생각해보니 마침 대학 시절 따놓았던 교사 자격증이 있었다. 은행에서 30년 넘게 일했고, 교사 자격증도 있으니 강의를 직접 해보면 좋을 것 같았다. 
“1년을 공부했습니다. 누군가를 가르치려면 자격증이 필요하니까 우선 직업상담사 자격증 2급을 따기로 마음먹었습니다. 학생 시절 고시 공부하듯이 집중했는데 한 번에 붙었어요. 산업인력공단에서 주는 국가 자격증이라 공신력도 있고요. 고생한 보람이 있었습니다.”

강의할 생각을 하면서 직업상담사 자격증을 딴 건 두고두고 잘한 일이라고 했다. 직업상담사 자격증이 필수이거나 우대조건으로 이력사항에 쓰게 되어 있었다. 

“준비할 때는 정말 만만치 않았죠. 강의하는 방법을 공부했고, 제가 어떤 분야에 대해서 강의할지 콘텐츠를 선정하는 작업을 했습니다. 아무래도 은행원이었으니까 재무나 돈에 관한 것과 제 취미인 사진에 대해 가르칠 계획을 세웠습니다.”

최근 코로나19로 인해 인터넷을 통한 강의도 한 바 있다. 사진 김홍관 대표 유튜브 채널 캡처.
최근 코로나19로 인해 인터넷을 통한 강의도 한 바 있다. 사진 김홍관 대표 유튜브 채널 캡처.

 

시니어 삶, 너무 열심히 살아도 문제

2017년 2월, 마침내 출사표를 던졌고 두 곳에서 합격 통보를 받았다. 공무원연금공단과 청소년금융교육협의회였다. 초반에 세워놓았던 계획대로 성인 교육과 학교 교육을 하게 됐다. 성공적인 인생 후반기가 시작된 셈이다. 

“공부하고, 계획하고 준비만 하다가 강의를 나가게 되니 너무 재미가 있었습니다. 성인을 대상으로 재무 교육을 했고, 학생들에게는 금융에 대한 강의를 했습니다. 전국에 경치 좋은 곳이라면 다 돌아다녔어요.”

쉼 없이 달리고, 신나게 일한 것이 잘못이었을까. 강의를 시작하고 1년이 조금 넘은 시점, 몸에 이상 신호가 왔다.  

“2018년도 4월 말이었어요.  전국에 산재해 있는 공무원연금공단 강의처를 순례하던 때였어요. 강원도 오색에서 자고 다음 날 오전 9시에 강의 장소로 가야 하는데 몸이 말을 듣지 않았어요. 겨우 안정을 취하고 강의실로 가서는 두 시간 반, 세 시간을 옆에 있던 라디에이터를 붙잡고 의지하면서 강의했습니다. 나중에 알고 보니까 ‘번아웃증후군’이라더군요.”

몸이 아픈 것도 아닌데 기운이 없고, 아무것도 하고 싶은 것이 없었다. 주위에서 정신과에 가보라는 권유가 있었지만 기진맥진 귀찮기만 했다고 김 대표는 말했다.
“꼭 해야 하는 강의 몇 개만 놔두고 들어오는 강의는 거절했습니다. 쉬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번아웃증후군과 관련한 영상을 인터넷에서 찾아보고, 책도 열심히 챙겨봤다.
“최대한 강의를 줄였습니다. 머리를 비우고, 잘 먹고, 운동에 집중하기로 했죠. 호르몬 문제는 약이 아니라 운동으로 해결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자전거를 많이 타고, 겨울에는 스키도 꾸준히 탔습니다. 코로나 상황이 시작되고 자연스레 강의는 더 줄었습니다. 건강에 좀 더 신경 썼더니 좋아졌습니다. 젊었을 때 배우고 싶었던 기타 연주도 시작했는데 그게 결정적으로 많은 도움이 됐습니다.”
현재는 번아웃증후군에서 회복돼 10개 정도의 강의를 하고 있다. 금융, 재무 설계, 자산관리, 변화관리, 사진, 여가, 여행 등 분야도 천차만별이다. 

“코로나 때문에 외국에 갈 수 없잖아요. 그래서 국내에서 즐길 수 있는 힐링여행과 관련해 특강을 하기로 했습니다. 작년에는 스마트폰 카메라 강좌도 했습니다. 젊은 사람들이 의외로  스마트폰 사진기를 잘 못쓰더군요. 스마트폰이 100만 원은 되는데 그 기능을 10 만원 어치도 못 쓰잖아요.”

김 대표는 인생 전반전의 경험과 취미에서 얻은 노하우를 살려 다양한 사람들과 소통하고 최대한 안정된 은퇴를 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고 있었다. 

은퇴하면 할 일, 평생월급 제대로 파악하기

그렇다면 은퇴를 준비하거나 은퇴한 시니어들의 재무 설계에 있어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이 질문에 김 대표는 모든 사람이 살아온 방식이 다른 만큼 상황에 따라 다르다고 했다.

“굳이 예를 든다면 3, 4년 후에 퇴직하고 60세 전인 사람 혹은 50대에게도 해당하는 얘기입니다. 결론만 말하면 ‘당신 노후를 위해서 평생 월급을 만들라’고 말합니다. 죽을 때까지 나올 수 있는 돈이 얼마가 됐건 기본은 있어야 해요.”
매달 나오는 국민연금이 있다면 작건 크건 너무나 소중한 자산이다. 여기에 또 다른 평생 월급을 만들어나가야 한다고 김 대표는 말했다. 

“평생월급 중에 가장 좋은 것은 물론 연금이 가장 좋죠. 개인연금이나 퇴직연금의 경우 기간이 정해져 있잖아요. 각자 가지고 있는 보따리에 따라 노후는 다릅니다. 죽을 때까지 받을 수 있는 연금에는 국민연금, 주택연금, 즉시연금이 있습니다. 국민연금과 주택연금은 어느 정도 아실 테고, 즉시연금은 보험회사에 목돈을 주고 연금을 받겠다고 하는 겁니다. 죽을 때까지 받는 게 중요해요. 살고 있다가 뚝 떨어지면 살기 힘드니까요. 살면서 매달 얼마가 필요한지 확인해 보고 최대한 맞춰가야죠.”

50대도 또한 노후 삶을 위해 꾸준히 준비해야 한다.
“지금부터라도 최선의 방법을 찾으면 됩니다. 국민연금도 제 때 안 받고 미루면 더 많이 받을 수 있잖아요. 이렇게 말은 하지만 그 나이가 되어도 재무 개념을 가지고 특별하게 준비하는 사람이 몇 없더라고요. 제 경우 강의를 시작한 게 60세입니다. 생각 말고 차근차근 준비해야 합니다. 연금도 좋고 일 할 수 있는 것도 좋고 찾을 수 있는 것을 다 찾아야죠.” 

 

‘시테크’ 활기 있는 노후 위해 시간활용은 필수 

김 대표는 살아갈 자금을 고민하는 것만큼 은퇴 뒤 할 수 있는 취미생활이나 몰입할 수 있는 무엇인가를 찾는 것도 중요하다고 했다. 젊을 때 하고 싶었던 것도 좋고, 없다면 지금부터 찾아야 한다고 했다. 

“제 또래들이 그렇지만 취미가 있는 사람이 드물어요. 요즘 50플러스 센터에 가면 다양한 프로그램이 있어요. 동네마다 있는 복지관도 가볼 만 합니다. 은퇴했다고 가만히 집에만 있으면 안 됩니다. 커뮤니티를 찾아보고 그 안에서 친구도 만들어야죠. 돈이 필요하다고 생각이 들면 적은 돈이지만 주민 센터에서 진행하는 공공근로에도 참여하면 좋죠.”

외국에 가지 못하는 코로나 시대. 국내에서 할 수 있는 힐링 여행에 대해서도 그는 최근 특강을 열었다. 사진 구혜정 기자.
외국에 가지 못하는 코로나 시대. 국내에서 할 수 있는 힐링 여행에 대해서도 그는 최근 특강을 열었다. 사진 구혜정 기자.

김 대표는 노후 생활을 잘하려면 시간 활용을 잘 해야  한다고 말했다. 
“어떻게 시간을 보낼지 고민해야 합니다. 60세부터 30년만 따져도 인간에게는 12만 시간이 주어집니다. 24시간 중 먹고 자는 시간을 빼면 11시간이 남아요. 30년을 곱하면 12만 시간이 나옵니다. 1만 시간의 법칙이라는 게 있잖아요. 어느 분야든지 1만 시간을 투자하면 그 분야 고수가 된다고요. 12만 시간을 제대로 쓰면 12가지 고수가 될 수 있는 엄청난 시간입니다.”

김 대표의 말에 의하면 퇴직 우울증으로 고생하는 사람이 30, 40%는 된다고 말했다. 특히 직장 생활을 오래 해왔던 사람의 경우 능동적으로 살아보지 않은 은퇴 후 자기 관리를 어디서부터 어떻게 할 지 모르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주어진 일을 하는데 길들어 있다가 나이 들어서 아무런 준비도 교육도 없이 무장해제가 되면 힘들 수밖에 없죠. 그러니까 재밌고 즐거운 일을 만들어야 해요. 제가 붙인 이름이 ‘시(時)테크입니다. 퇴직 후 생활은 시간을 어떻게 쓰고 관리하느냐가 문제입니다.”

어찌 보면 김 대표 또한 평생을 한 기업에서 긴 시간 일해 온 샐러리맨 출신이다. 수동적 삶을 살 뻔했던 그가 능동적으로 세상에 뛰어들 수 있었던 이유가 있었다. 일하는 동안에도 잊지 않고 자신의 여가를 챙겼기 때문이다. 지금도 매일 2시간은 자전거를 타려고 한다. 이미 오래전에 자전거를 타고 전국 1,853km를 일주했다. 백두산 천지 등반과 대만 종주, 일본 대마도도 자전거를 타고 돌아다녔다.
“자전거 여행은 지금도 즐깁니다. 자전거 타고 카메라만 들면 저는 2박 3일 여행할 수 있어요. 평생 그렇게 살아왔고요. 지방에 강의 갔다가 그곳에 좋은 절이 있으면 템플스테이도 합니다.”

백두산 천지를 자전거로 등반하고 찍은 기념 사진.  제공 김홍관 대표.
백두산 천지를 자전거로 등반하고 찍은 기념 사진.  제공 김홍관 대표.

김대표는 요즘 코로나로 인해 전국을 무대로 강의도 하고 여행을 하고 있지만 기회가 되면 자전거를 타고 유럽을 한 바퀴 돌 계획이라는 원대한 목표도 세웠다. 상업은행 독일 주재원 시절 주말을 이용해 여행했던 그 기분을 다시금 느껴보고 싶다고도 했다. 

“은퇴를 준비하거나 은퇴를 이미 하신 분들에게 꼭 하고 싶은 말이 있어요. 무조건 집밖으로 좀 나가라고요. 은퇴자들이 새로운 삶을 슬기롭게 개척하고 밝게 살아갔으면 하는 것이 제 유일한 바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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