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우리금융그룹 ESG경영부 김재영 부장

다소 늦은 ESG전략 수립…속도전으로 승부수

"ESG필요성에 대한 명확한 이해가 중요" 강조

(왼쪽부터)권광석 우리은행장, 손태승 우리금융그룹 회장, 김정기 우리카드 사장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 우리금융그룹.
(왼쪽부터)권광석 우리은행장, 손태승 우리금융그룹 회장, 김정기 우리카드 사장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 우리금융그룹.

[미디어SR 김병주 기자] “당신 기업이 ESG에 주목하고 있는 이유는 무엇입니까?”

국내 산업계에서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은 이미 대세가 됐다. 국내 경제계를 대표하는 재계에서는 ‘ESG 강화’를 핵심 경영 전략으로 꼽고 있다. 재계뿐 아니라 각 산업군을 대표하는 기업들 역시 ESG경영 실천과 강화를 위한 전략 마련에 공을 들이고 있다.

하지만 기자가 만난 상당수 기업 관계자들은 "현재 ESG경영에 집중하고 있다"고 강조하면서도 정작 ‘왜 ESG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는 제대로 답변하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기업관계자들의 답변은 실제로 “글로벌 투자자문사들이 ESG를 평가 요소로 사용하기 때문”이라는 수동적인 수준에 머물러 있는 실정이다. 일견 '답변의 정석'처럼 비쳐질수도 있지만 기업들이 ESG의 필요성에 대한 명확한 이해없이 말로만 ‘ESG경영 강화’를 외친다 한들 자칫 공염불에 그칠 우려가 적지 않은 상황이다.

그런 의미에서 국내 4대 금융지주사 중 한 곳인 ‘우리금융그룹’의 ESG전략은 주목할만 하다. 금융권이 ESG경영에 집중해야 할 이유를 명확히 인식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실제로 우리금융그룹의 김재영 ESG경영부장은 기자의 질문에 “ESG와 금융은 매우 밀접한 관계를 형성하고 있다”고 전제했다. 예를 들어, 기상이변으로 인해 주요 산업군이 피해를 받을 경우, 그것이 고스란히 투자, 보험, 대출 등 금융회사로 파급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또한 저탄소 경제로의 이행과정에서 탄소배출 산업의 급격한 가치 하락은 곧 금융안정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는 것이 김 부장의 지론이다.

김재영 부장은 “이처럼 금융시장 참가자들이 입게 될 피해를 사전에 방지하기 위해서는 금융사가 직접 기후변화 리스크를 식별하고 관리하는 역할을 선제적으로 수행해야 한다”며 “이뿐 아니라 기업 대상 투자 및 여신지원 시 ESG요소 반영을 의무화해 기업들이 자연스레 ESG경영을 수행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고 강조했다.

늦은 시작에 ‘속도전’으로 승부

우리금융그룹은 국내 금융지주사 가운데 ESG경영에 관한 대응이 상대적으로 늦은 편이다. 여기에는 그럴한만 이유가 있다. 우리금융이 타 금융지주사에 비해 지주사 전환이 늦었기 때문이다.

소위 4대 금융지주사(KB·신한·우리·하나)로 분류되는 금융사들은 일찌감치 지주사 체제로의 전환을 통해 시너지 창출에 주력해왔다. 지주사 체제에서는 은행, 증권, 보험, 카드 등 다양한 업권의 자회사를 보유할 수 있다. 또 각 계열사간 정보공유를 통해 시너지 효과를 낼 수도 있다.

반면, 우리금융그룹이 지주사 체제를 갖춘 건 불과 2년 전인 2019년이다. 당연히 모든 업권을 아우르는 경영 전략 마련에 지체될 수 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우리금융그룹 역시 이러한 현실을 인정했다. 오히려 이같은 시기적인 단점을 극복하기 위해 이를 상쇄할 수준의 빠른 속도로 통합 전략, 그중에서도 ESG경영 DNA의 빠른 이식을 위해 전력투구한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김재영 부장은 “지난해 말 ESG 전담조직을 신설하고 전사적인 ESG 경영체계 구축에 속도를 내고 있다”며 “특히 지난 1월과 3월에는 그룹사 CEO를 위원으로 하는‘그룹 ESG경영협의회’와 이사회 내 ‘ESG경영위원회’를 각각 신설해 그룹 ESG지배구조 체계를 구축하기도 했다”고 강조했다.

이러한 조직들은 그룹 ESG거버넌스 확립에 중추적 역할을 하기도 했다. 단기적 전략 뿐 아니라 ESG비전 및 중장기 전략, 실질적인 ESG금융 추진 방향 등도 ESG전담 조직 주도하에 완성됐다는 얘기다.

우리금융그룹 ESG경영부 김재영 부장. 사진. 우리금융그룹
우리금융그룹 ESG경영부 김재영 부장. 사진. 우리금융그룹

특히 김 부장은 지난 4월 제정한 ‘우리금융그룹 ESG금융 원칙’에 적잖은 의미가 담겨있다고 역설했다. 그는 “글로벌 금융그룹의 벤치마킹을 통해 그룹 차원의 ESG금융 원칙을 자체적으로 제정했다”며 “산재해있던 ESG금융 요소를 체계적으로 관리하고 구체적으로 실천하기 위해 지주사 경영진 및 자회사 CEO의 성과 평가에도 해당 원칙을 반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ESG경영 성과도 주목

아무리 훌륭한 전략이라 해도 만족스러운 성과가 뒤받침되지 못한다면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기 어렵다. ESG역시 마찬가지다. 사실 표면적으로 드러나는 매출, 영업이익 등과 달리 ESG경영의 모든 성과를 수치적 요소로 나타내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금융업계에서는 이러한 현실을 감안해 각사의 ESG경영 전략을 아우르는 ‘원칙’을 중시하고 있다. 얼마나 올바른 원칙을 세웠는지, 그리고 이에 부합하는 구체적 실천방안을 얼마나 속도감 있게 추진하고 있는지가 평가의 기준이라는 설명이다.

우리금융그룹도 이러한 현실에 맞춰 다양한 방식으로 ESG경영 성과 도출에 공을 들이고 있다. 우선 지난 5월 우리은행은 ESG우수기업 대상 ‘우리 ESG 혁신기업대출’을 출시하며 중소기업의 ESG실천을 독려하고 있다. 이 상품은 ESG 우수기업을 대상으로 대출 한도, 금리 우대 등의 혜택도 제공하고 있다.

또 지난 3월에는 국내 금융지주사 중 최초로 신용평가사(한국기업평가)로부터 ESG 인증 최고등급(ST1)을 받았다. 이에 우리금융은 바로 다음 달인 4월에 2000억원 규모의 ESG채권(원화 신종자본증권)을 발행하며 화답하기도 했다.

특히 금융업의 본질에 맞는 사회적 금융 확대에도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김재영 부장은 “현재 한국판 뉴딜금융, 혁신금융, 포용금융 등 사회적금융 확대에 전사적 노력을 쏟고 있다”며 “이는 곧 ESG를 구성하는 요소 중 하나인 ‘S(사회)’의 강화를 위한 전략이기도 하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우리금융그룹은 혁신금융 전략의 일환으로 한국판 뉴딜과 연계해 오는 2025년까지 총 43조원을 지원할 방침이다. 또 지난 4월에는 ‘그룹 인권원칙’을 제정해 다양한 이해관계자와의 상생을 통한 지속가능성 제고에 나서고 있다.

김 부장은 “해당 원칙에는 이해관계자별 유형별 권익 보호를 위한 우리금융의 역할이 명시돼있다”며 “이를 기반으로 서민금융, 소상공인 지원, 일자리 창출 지원 등 ‘포용금융’에 적극 나설 것”이라고 강조했다.

지배구조 요소는 노력 필요

앞서 언급했듯이 ESG경영에 대한 우리금융의 대응은 다소 늦은 편이었다. 하지만 비단 이는 우리금융에만 국한된 것은 아니다. 사실 국내 금융권이 미국, 유럽 등 선진국의 금융시장에 비해 ESG경영에 다소 늦게 대응한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김재영 부장을 비롯한 국내 금융권 전문가들은 한목소리로 ESG경영의 성과까지 뒤처져있다고는 보기 어렵다고 말한다. 직접적인 비교가 어려울뿐더러, 각 금융지주사들이 비교적 이른 시일 내에 ESG에 대응하기 위한 체계를 잘 구축했다는 것이다.

사진. 우리금융지주.
사진. 우리금융지주.

김재영 부장은 “ESG경영을 평가하는 대다수 기관의 평가 기준이 제각각인 데다 대회에 공개되는 평가 결과 및 지표가 제한적이다 보니 글로벌 금융사와의 직접적 비교는 어렵다”면서도 “일부 상호 비교가 가능한 부분에서는 국내 금융사의 ESG경영이 글로벌 선진국의 금융사에 비해 크게 뒤처져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다만, 김 부장은 “지배구조(G)요소 등 일부 영역에서는 조금 더 노력이 필요하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며 “국내 금융사들 역시 이를 인지하고 있는 만큼, 글로벌 수준으로 도약하기 위한 체계 구축에 적극 나설 것”이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올해는 우리금융그룹이 선포한 ESG경영의 원년이다. 이에 우리금융은 지난 상반기, ESG거버넌스 강화를 포함한 그룹 및자회사의 전반적인 ESG경영체계 구축에 집중했다는 얘기다.

우리금융그룹이 설정한 하반기 ESG전략은 과연 무엇일까? 키워드는 바로 ‘평가’다. 김재영 부장은 “국내외 유명 ESG평가기관의 평가에 적극적으로 대응할 계획”이라며 “좋은 결과를 얻기 위해 모든 ESG평가에서 공통적으로 강조되는 부분을 강화해 나가고, 이를 발판삼아 그룹의 ESG 역량도 제고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 올 초 진행한 ‘기후변화 관련 재무정보 공개 협의체(TCDF)’, ‘탄소정보공개 프로젝트(CDP)’ 지지 선언에 뒤를 이을 새로운 이니셔티브 가입으로 그룹 ESG경영 체계 내에 글로벌 기준을 반영한다는 방침도 소개했다.

김재영 부장은 “우리금융그룹이 정의하는 ESG금융은 ‘환경·사회적 리스크를 완화하고 사회의 지속가능 발전에 기여하는 금융’" 이라며 “앞으로도 지속 가능 성장 기반을 마련하고 금융의 사회적 책임과 역할을 다하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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