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장‧부장급 여성인재 승진 늘어…여성 지점장도 증가

ESG 경영 강화 시도와 맞물려 중장기적 전략으로 접근

"숫자 맞추기 아닌 인재육성의 관점으로 봐야" 지적도

[미디어SR 김병주 기자] ‘여성 인재 확보’를 위한 국내 시중은행들의 행보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저마다 차별화된 여성 인재 육성 프로그램을 운영하며 금융권 내 ‘유리천장’을 깨기 위한 시도를 이어가고 있다.

다만 일각에서는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 강화를 위한 단발성 전략이 아닌 중장기적 관점에서 여성 인재 육성에 접근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16일 금융권에 따르면 주요 시중은행들은 하반기 정기인사를 통해 우수 여성 인재들의 승진, 적재적소의 인사이동 등을 단행했다.

우선 지난해까지 과장급 책임자 승진 임원 중 여성 비중이 약 40% 수준이었던 신한은행은 이번 하반기 인사를 통해 55%를 여성 인재로 채웠다. 여성 비중이 절반을 넘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미디어SR에 “육아휴직 후 퇴직이 아닌 복직을 선택한 실력있는 워킹맘 직원들의 승진이 대폭 늘어났다”며 “주 40시간 근로제 시행으로 일과 가정의 양립이 가능한 노동문화 정착을 위한 노력도 이를 뒷받침 했다”고 설명했다.

기업은행도 최근 실시한 하반기 정기 인사를 통해 역대 최다인 24명의 여성 지점장을 탄생시켰다. 상반기 인사에서 총 23명의 여성 지점장을 배출한 기업은행은 하반기에 이 기록을 또 한번 경신했다.

앞서 국내 최초로 복수(2명)의 여성 부행장 체제를 열기도 했던 기업은행은 성과와 역량이 검증된 여성 인력에 대한 승진 기회를 꾸준히 확대한다는 복안이다.

아직 하반기 인사를 단행하지 않은 은행들도 내부 여성 인재 육성을 지원하기 위해 지주사 중심의 차별화된 프로그램을 가동 중이다.

신한금융그룹은 지난 2018년부터 금융권 최초의 여성 리더 육성 프로그램 ‘신한 쉬어로즈’를 운영하고 있다. 최근 4기 참여자 44명을 선발해 6개월간의 교육 과정에 돌입했다. 이 프로그램에는 조직 운영·사업추진·커뮤니케이션 등의 분야에서 노하우를 가진 다수의 외부 전문가가 참여하고 있다.

조용병 신한금융그룹 회장이 비대면으로 열린 신한 쉬어로즈 4기 출범식에 참여하고 있다. 사진. 신한금융.
조용병 신한금융그룹 회장이 비대면으로 열린 신한 쉬어로즈 4기 출범식에 참여하고 있다. 사진. 신한금융.

KB금융도 여성 리더십 강화 프로그램인 '위 스타(WE STAR) 멘토링'을 운영 중이다. 이밖에 KB증권의 '밸류업 과정' 등 계열사를 통한 여성 인재 육성도 지원하고 있다.

KB금융 관계자는 미디어SR에 “오는 2023년까지 KB국민은행 임원의 20%, 팀장의 30%, 직원의 40%를 여성인재로 확보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이밖에 하나은행은 지주사 차원의 차세대 여성 리더 육성 프로그램 ‘하나 웨이브스’를 지난달부터 가동 중이다. 그룹 내 여성 부점장급 직원을 대상으로 각 관계사 최고경영자(CEO) 추천을 받아 34명을 선정한 여성인재들은 그룹 멘토링, 전략과제 발표, 자기주도 학습 등의 프로그램을 통해 리더로서 필요한 자세와 역량을 배우고 있다.

하지만 가야 할 길은 아직 멀다는 것이 금융권 내부의 목소리다. 유리천장을 깨기 위한 시도가 계속되고 있지만, 실제 천장이 깨지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실제로 지난 1분기 기준, 국내 4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우리·하나)의 여성 임원은 총 6명 뿐이다. 전체 임원(114명)의 5% 남짓에 불과한 수준이다.

신한은행이 3명으로 가장 많고, 하나은행(2명), 국민은행(1명)이 뒤를 이었다. 우리은행은 4대은행 중 유일하게 단 한 명의 여성 임원도 보유하고 있지 않다.

특히 자본시장법 개정안에 따라 내년 8월부터 자산규모 2조원 이상의 상장 금융사는 반드시 ‘1명 이상의 여성 이사’를 의무적으로 둬야 한다. 금융권의 여성 임원 확보가 시급한 이유도 이와 무관치 않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미디어SR에 “여성임원이 늘어나기 위해서는 결국 역량 있는 여성 팀장, 여성 부서장이 우선 만들어져야 한다”며 “중·장기적인 관점에서 여성 인재 육성 프로세스에 접근하고, 이를 지원하기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편, 주요 금융사들이 여성 인재 육성에 적극적인 배경에는 ‘ESG경영 강화’가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주요 평가기관에서는 여성 임원의 비율을 ESG요소 가운데 ‘G(지배구조)’를 평가하는 기준으로 삼고 있다. ESG경영이 당분간 화두가 될 가능성이 높은 만큼, 장기적인 관점에서 여성 임원 육성의 필요성을 인식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는 얘기다.

시중은행의 한 관계자는 미디어SR에 “기계적으로 숫자만을 맞추기 위한 여성 인재 육성 전략은 결국 실패로 귀결될 가능성이 높다"며 “단기간에 숫자를 늘리려는 시도 보다는 장기적 관점에서 여성 임원의 탄생이 보편화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드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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