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노인실태조사 결과 발표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2020년 노인실태조사'결과. @보건복지부 카드뉴스 캡처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2020년 노인실태조사'결과. @보건복지부 카드뉴스 캡처

지난 6월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2020년 노인실태조사’는 우리 시대 시니어의 모습을 잘 보여주고 있다. 그간 “무슨 일이 일어났나!” 싶을 정도로 대한민국 시니어의 수준이 새로워졌다. 종전처럼 시니어가 의존적이라고 생각하거나 은퇴 후 돌봄의 대상으로만 본다면 오산이다. 스스로의 건강 관리는 물론 경제적인 부분에 대해 책임질 뿐만 아니라 자식과의 분리된 거주에 대한 생각도 이전과 판이하다. 2020년을 통해 바라본 대한민국 시니어, 이들을 과연 노인(老人)이라고 부를 수 있을까? 

돈은 나 스스로 벌어서 쓴다

‘노인실태조사’는 2008년 노인복지법에 근거가 마련돼 3년마다 실시하고 있으며 2020년까지 다섯 번째 이뤄졌다. 지난해 3월부터 11월까지 전국 969개 조사구에 사는 65세 이상 시니어 1만 97명을 대상으로 가족과 사회적 관계, 건강과 기능, 경제활동, 여가‧사회활동, 가치관 등을 물어보는 면접조사로 진행됐다. 조사 주관기관은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며 조사 신뢰도는 95% 신뢰 수준에서 ±1%포인트다.

우선 가장 관심있게 눈여겨볼 것은 경제활동과 관련된 부분이다. 2008년부터 개인소득이 계속적으로 증가했다. 2008년 700만 원, 2017년 1176만 원, 2020년은 1558만 원으로 조사됐다. 이 중 근로소득과 사업소득, 사적 연금소득 등이 크게 향상해 시니어의 경제적 자립성이 높아지는 특성을 볼 수 있었다. 

경제활동에 참여하는 시니어가 계속해서 증가했는데 특히 65~69세 시니어의 경제활동 참여율의 증가폭이 가장 컸다. 시니어가 종사하는 직종도 최초 노인실태조사 때와는 완전히 다른 모습이었다. 2008년 당시 시니어의 종사 직종 중에서는 농어업이 60.5%로 가장 높았는데 2020년에는 단순노무직이 48.7%로 가장 높았다. 농어업 관련 종사자는 13.5%로 크게 줄어들었다. 

시니어가 경제활동을 하는 이유로는 생계비 마련이 73.9%로 가장 비중이 높았다. 농촌에 거주하는 시니어(79.9%)와 홀로 사는 시니어(78.2%)의 경우 생계를 위한 경제활동 비율이 높게 나타났다. 반면 고학력이거나 소득이 많을 경우 능력 발휘, 사회 기여 등 비경계적 사유로 일한다는 비율이 높았다. 노인 일자리사업에 대한 관심도 2017년 6.7%에서 2020년에는 7.9%로 높아졌다. 

@보건복지부 카드뉴스 캡처
@보건복지부 카드뉴스 캡처

건강도 내가 알아서 챙긴다

시니어 스스로 생각하는 건강상태에 대해서도 긍정적인 평가가 있었으며 치매 검진에도 긍정적인 반응이었다. 평조 자신의 건강상태가 좋다는 시니어는 49.3%로,  나쁘다고 평가(19.9%)하는 시니어에 비해 훨씬 많았다. 우울증상을 보이는 비율도 지난해 기준 13.5%로, 2008년 30.8%보다 크게 줄어들었다. 단, 연령이 높아질수록 우울증상은 심했다. 65세에서 69세는 8.4%였으나 85세 이상은 24.0%로 큰 차이를 보였다. 

특히 코로나19 대유행으로 인한 건강관련 그래프의 변화도 볼 수 있었다. 그중 운동 실천율이 2017년 68.0%였으나, 지난해에는 53.7%로 크게 줄었다. 건강검진도 지난해 77.7%로 2017년 82.9%에 비해 낮게 조사됐다. 그러나 코로나19와 관계없이 치매검진은 42.7%로, 2017년(39.6%)에 비해 3.1%포인트 높았다. 

@보건복지부 카드뉴스 캡처
@보건복지부 카드뉴스 캡처

자식과 함께 사는 건 불편해 

거주에 대한 생각도 예전과는 크게 달라졌다. 불과 몇 년 전만 하더라도 적정한 때가되면 자식 입장에서는 부모를 모셔야 한다는 분위기였다. 하지만 지금의 시니어는 그다지 자녀와 살고 싶어 하지 않는 분위기다.

홀로 살거나 부부만 사는 노인 단독가구가 2008년 66.8%에서 지난해 78.2%로 증가했다. 자녀 동거가구는 2008년 27.6%에서 2020년 20.1%로 감소했다.  앞에서 언급된 건강과 경제적 안정이 뒷받침됨에 따라 개인생활을 향유하는 액티브 시니어가 늘어나기 때문으로 풀이됐다. 

시니어와 자녀와 동거는 자녀의 결혼 여부에 따라 달라졌다. 기혼자녀와 동거할 때는 시니어의 정서적 외로움이나 수발 등 시니어의 필요(48.0%)에 의한 경우가 많았다.  미혼자녀의 경우는 결혼을 하지 않았기 때문에 같이 사는 게 당연하다는 규범적 이유가 38.8%였다.

대학 진학 혹은 성인이 된 시점에 자녀가 독립하는 서구사회와 달리 우리나라는 주로 결혼이 자녀와 분리되는 기점이 된다. 그런데 최근 젊은 세대의 결혼이 늦어져 예전보다 오래 함께 사는 가구가 점차 생겨났다. 가사 혹은 경제적 지원 등 자녀의 필요에 의해 동거하는 비율은 34.0%로 집계됐다. 

시니어가 독립해 사는 가구가 늘다 보니 사회적 관계망도 가족이 아닌 좀 더 다각화 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주 1회 이상 자녀와 왕래하는 비율은 2008년 44.0%였고 2017년 38.0%, 2020년 16.9%로 크게 줄었다. 이에 반해 친한 친구 혹은 이웃과의 연락은 2008년 59.1%에서 지난해는 71.0%로 크게 늘었다. 

생활환경면에서는 시니어 본인에 맞춰 집안 편의시설을 해놓았으며, 지역사회에서 계속 살아가기를 원했다. 시니어들의 주택 소유형태는 자가가 79.8%로 가장 높았다. 주거 형태는 아파트 48.4%, 단독주택 35.3%, 연립·다세대주택 15.1% 순이다. 

시니어의 75.6%가 현재 살고 있는 집에 만족하고 있었으며 19.8%는 실내 문턱을 없애거나 핸드레일 설치, 욕실의 안전 손잡이, 미끄럼 방지 타일이나 매트 등을 설치했다고 응답했다.  노인요양시설 이용에 대한 의견도 고무적이다. 응답자의 31.3%가 노인요양시설 등 시설 이용을 고려해보겠다는 욕구가 있었다. 단, 건강이 허락하는 한 현재 집에서 거주하기를 희망했고, 재가서비스를 받겠다는 의견은 56.5%로 높게 나타났다.

@보건복지부 카드뉴스 캡처
@보건복지부 카드뉴스 캡처

 잘 살다 때 되면 멋지게 갈래 

삶의 만족도 면에서 시니어 49.6%가 삶의 전반에 걸쳐 매우 만족 또는 만족했으며, 영역별 만족도에서 건강상태가 50.5%, 경제상태 37.4%, 사회·여가·문화활동에 대한 만족도는 42.6%였다. 

생애 말 좋은 죽음, 즉 웰다잉은 가족이나 지인에게 부담을 주지 않는 것이라는 생각이 90.6%로 가장 많았다. 무의미한 연명의료에 대해서는 85.6%가 반대했다. 하지만 연명의료 중단 결정 의사를 사전에 직접 작성하는 ‘사전연명의료의향서’를 작성했다는 응답은 4.7%에 불과했다. 

학력 면에서도 무학인 시니어의 비율은 급격하게 감소했고, 고졸 이상의 고학력자 비율이 2008년 17.2%에서 2020년 34.3%로 2배 가량 증가했다. 정보화 실태에서 56.4%의 시니어가 스마트폰을 보유하고 있어, 보유현황을 조사하기 시작한 2011년 0.4%에서 폭발적으로 늘어났음을 알 수 있었다. 

2020년이 코로나19 시기와 맞물려 외부 활동이 현저하게 떨어지다보니 시니어 세대의 삶의 질이 다소 우려됐다. 하지만 이전에 비해 독립적이고 새로운 사고를 가진 액티브 시니어의 증가로 활기차게 살아가는 모습을 엿볼 수 있었다.  노인이 아닌 시니어 뉴 제네레이션이 탄생했다고 하는 게 맞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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