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계 출신 유력 후보군에 노조 중심 '반발론' 매우 거세

관료 출신 선택지 … 9개월 앞으로 다가온 대선이 변수

금융감독원. 사진. 구혜정 기자
금융감독원. 사진. 구혜정 기자

[미디어SR 김병주 기자]차기 금감원장 선임이 점차 미궁 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지난달 7일 윤석헌 전(前) 금감원장이 퇴임한 지 한 달이 넘게 지났지만 아직 하마평만 무성한 상태다.

교수 후보 출신이 유력한 듯 점쳐졌지만, 이마저도 최근 관료 출신으로 기류가 바뀌고 있다는 소문만 나돌고 있다. 그런 까닭에 일각에서는 현 김근인 수석부원장의 직무대행 체제가 상당기간 이어질 가능성에 점차 무게가 실리는 분위기다.

11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청와대는 차기 금감원장 선임을 위한 후보군 물색 작업을 이어가고 있다. 당초, 금융업계에서는 늦어도 윤석헌 전 금감원장 퇴임 후 한 달이 지난 시점인 이번주중에는 차기 금감원장이 선임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관측해왔다. 하지만 아직도 하마평만 무성할 뿐, 아직 차기 금감원장 후보군의 밑그림 조차 불투명한 상황이다.

금융업계의 한 관계자는 미디어SR에 “금감원장 선임은 법률에 따라 금융위원장의 제청으로 대통령이 임명하는 형식을 취한다”며 “문재인 대통령이 G7정상회의 참석차 오늘(11일) 출국하는 만큼, 대통령이 귀국하는 다음주까지 후보군 선정 작업은 계속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학계출신 선호 현상 이어지나

사실 윤석헌 전 금감원장 퇴임 이후, 금융업계 내부에서는 차기 금감원장으로 학계 출신 후보가 유력하다는 설이 흘러나왔다. 구체적인 이름까지 언급되면서 사실상 학계 출신 후보의 차기 금감원장 선임이 확실시되는 듯 했다.

대표적으로는 이상복 서강대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교수, 원승연 명지대학교 경영학과 교수가 하마평에 오르내렸다.

이상복 교수는 사법연수원 28기 출신으로 한국거래소 시장감시위원회 비상임위원, 금감원 금융분쟁조정위원회 의원을 지낸 바 있다. 지난 2015년부터 금융위의 증권선물위원회 비상임위원을 맡고 있다.

원승연 교수는 생명보험협회 보험경제연구소, 삼성생명, 신한BNP파리바스자산운용 등의 연구소와 기업에서 근무한 경험을 갖고 있다. 이후 영남대학교 경제금융학부 조교수, 금감원 자본시장부문 부원장을 역임했다.

하지만 노조가 학계 출신 후보의 등장을 가로막고 나섰다. 노조는 최근 발표한 성명서를 통해 “문재인 대통령의 비관료 출신 원장 실험은 실패했다”며 “교수들은 ‘자신의 생각이 곧 정의’라는 독선에 빠지기 쉽다”고 비판의 날을 세웠다. 윤석헌 전 금감원장 역시 서울대학교 경영대학 객원교수를 역임한 학계 출신 원장으로 분류된다.

특히, 두 사람의 과거 발언과 행적 역시, 내부의 반발을 야기하는 요인으로 평가된다. 이상복 교수는 지난 2017년 한 매체에 게재한 기고문을 통해 “금감원이라는 공법상 영조물법인에 ‘금융감독’이라는 국가의 본질적 중요과제를 담당하게 하는 것은 민주적 정당성이 취약하다”는 주장을 편 바 있다. 사실상 금융감독원의 주요 업무인 ‘금융감독 기능’ 자체에 의문을 제기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윤석헌 전 금감원장. 사진. 구혜정 기자
윤석헌 전 금감원장. 사진. 구혜정 기자

또한 금감원 노조는 원승연 교수에 대해서는, 과거 자본시장부문 부원장 재임 시절 불거진 사모펀드 사태와 관련해 책임 회피에 급급했다며 비판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길어지는 리더십 부재, 관료 출신 택할까

이처럼 학계 출신 후보군의 금감원장 기용 가능성이 희박해지면서 다시 관료 출신으로 선회해야 한다는 관측에 힘이 실리고 있다. 다만, 정황상 이마저도 쉽지 않다는게 대다수 업계 관계자들의 견해다. 

그동안 관료 출신으로 차기 금감원장 후보로 거론돼온 인사는 김용범 전 기획재정부 차관, 정은보 한미방위비분담협상 대표, 김종오 전 청와대 민정수석 등이다. 최근에는 금감원장 직무대행을 맡고 있는 김근익 수석부원장의 내부 승진 가능성도 점쳐진바 있다.

변수는 내년 대통령 선거다. 20대 대선이 채 9개월도 남지 않은 상황을 감안할때 현 정권 하에서 차기 금감원장에 오르는 것 자체가 부담이 될 수 있다는 얘기도 흘러나온다.

특히 정부의 금융정책을 컨트롤하는 조직인 만큼, 정부와 코드가 잘 맞는 인사가 수장을 맡는 것이 일반적이다. 다만 내년 대선 직후 차기 정부가 출범하면, 이번에 선임될 금감원장이 임기 3년을 다 채우지 못하고 중도하차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관측도 있다. 차기 20대 대통령에 오를 인물이 여야를 불문하고 어디에서 나오든 금감원장이라는 중책을 맡을 사람을 이른바 '자기 사람'으로 앉히려할 가능성이 높은 것이 인지상정이기 때문이다. 

그런 이유 때문에 상당수 관료 출신 유력 후보들은 자신이 하마평에 오르내린다는 것 자체를 부담스러워 하고 있다는 얘기도 새나오고 있다.

금융업계의 한 관계자는 미디어SR에 “아무래도 신임 수장의 선임이 늦어질수록, 금감원 내부의 혼란은 더욱 가중될 수밖에 없다”며 “빠르게 혼란을 수습하고 안정화를 꾀하기 위해 이번에는 청와대가 그간의 민간단체‧학계를 선호하는 기조를 접고 관료 출신을 선임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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