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전환, 선택 아닌 ‘필수’…'프레시 매니저' 성장 견인

'B2B' 사업 박차…기업간 거래 전용 브랜드 ‘hyLabs’ 론칭

[미디어SR 김다정 기자] 국내 유산균 발효유를 대표하는 한국야쿠르트가 창립 52년 만에 사명 변경을 신호탄으로 '제2의 도약'에 나섰다.

그동안 한국야쿠르트는 국내 최초 한국형 유산균 개발을 시작으로 건강기능식품, 신선간편식 등 식음료 시장에서 ‘건강’이라는 차별화된 키워드를 앞세워 국내 소비 트렌드를 이끌어 왔다.

하지만 한 우물만 파서는 결코 살아남을 수 없다는 유통업계의 급박한 변화의 흐름 속에서 한국야쿠르트는 사명 변경이라는 초강수를 통해 식음료기업의 이미지를 과감하게 벗어던지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드러냈다.

유통전문기업으로 다시 태어난 ‘hy’는 “이번 사명 변경을 계기로 물류, 채널, 플랫폼에 이르기까지 지속가능한 사업 영역으로 과감히 확장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온라인몰 ‘프레딧’. 사진제공. hy
온라인몰 ‘프레딧’. 사진제공. hy

디지털 전환, 선택 아닌 ‘필수’…온라인 라이프스타일 몰 ‘프레딧’ 론칭

hy는 창립 50주년을 기점으로 지속성장을 위한 먹거리 발굴에 주력해왔다.

특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로 생활기반이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급속히 옮겨감에 따라 사업 전반의 디지털 전환을 준비했다.

지난 2년간 40억원을 투자해 2017년 ‘하이프레시’를 오픈하고, 지난해 12월에는 기존 하이프레시를 라이프스타일 편집숍 ‘프레딧’으로 개편했다.

‘프레딧’은 ‘정직한 신선·유기농 선별샵’ 콘셉트의 온라인 라이프스타일 몰이다. ‘올바른 삶을 위한 착한 습관’이라는 슬로건 아래 화장품, 여성, 유아, 생활용품으로 구성한 ‘프레딧 라이프(Life)’와 유제품, 건강기능식품, 신선식품 중심의 ‘프레딧 푸드(Food)’ 카테고리로 운영한다.

프레딧 라이프는 유기농, 비건 또는 천연·자연 유래 성분의 함량을 공개하거나 동물보호, 친환경 등 클린뷰티 가치를 추구하는 제품에 한해서만 취급, 판매한다. 모든 제품의 제조 성분과 관련 인증서 정보도 투명하게 공개한다.

고객이 입력한 정보에 따라 상품을 추천해주는 큐레이션 서비스와 함께 전 제품 정기배송이 가능하다. 단 한 번의 신청으로 화장품, 여성용품과 같이 구매 패턴이 일정한 제품을 정해진 날짜마다 받아 볼 수 있어 편리하다.

이런 노력으로 온라인몰 가입고객 수도 지속적으로 늘고 있다. 2019년 38만명 수준이었던 신규 회원수는 2020년 68만명으로 62% 가량 늘어났다.

매출도 크게 증가했다. 2017년 70억원으로 출발해 작년에는 520억원을 기록하며 4년새 6배 이상 올랐다. hy의 올해 판매목표는 ‘1000억원’이다.

온라인 주문건수도 꾸준히 성장 중이다. 지난해 총 주문건수는 150만건으로 전년 대비 98만건 증가했다. 2017년 신선간편식 ‘잇츠온’ 론칭 이후 매년 40%였던 증가폭은 지난해 언택트 소비 트렌드와 맞물리며 191% 고성장을 기록했다.

hy관계자는 “프레딧은 가입고객 100만명을 보유한 자사몰로서 플랫폼 경쟁력을 갖추게 됐다”며 “차별화된 제품과 서비스를 통해 업계를 대표하는 ‘종합유통 온라인몰’로 도약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성장의 주역 ‘무료배송·정기배송’…“프레시 매니저 덕분에”

유통업계에서 디지털 전환은 더 이상 선택이 아닌 ‘필수’다. 그만큼 경쟁이 심화되는 상황에서 뚜렷한 차별화 전략 없이 그저 남들처럼 하는 수준으로는 도태될 수 밖에 없는 엄혹한 경영환경이 도래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올해 온라인 매출 ‘1000억원’이라는 청사진을 제시한 hy의 차별화 전략은 무엇일까? 해답은 ‘야쿠르트 아주머니’로 잘 알려진 ‘프레시 매니저’에 있다.

hy는 올해 자사 핵심역량인 ‘냉장배송 네트워크’에 ‘물류’ 기능을 더한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 개발에 집중한다는 계획을 가다듬고 있다. 지난 52년간 방문판매로 구축한 전국 유통망을 응용해 오프라인 사업의 강점을 살리면서도 온라인 경쟁력까지 한껏 키우겠다는 전략이다.

hy는 신선한 제품 전달을 원칙으로, 제품을 문 앞까지 전달하는 프레시 매니저를 앞세워 방문판매 역사에 한 획을 그었다.

프레시 매니저는 1971년 8월 47명으로 처음 서비스를 시작한 이후 빠르게 증가하면서 현재는 1만1000여명이 활동 중이다. 평균 활동 연수는 12.5년으로 이 가운데 5600여명은 10년 이상 근속자다.

프레시 매니저는 최근 들어 hy의 발효유 제품을 넘어 자사몰 프레딧에서 판매하는 모든 제품을 배달한다. 기존 배달 구역별로 담당을 나눠 비누, 치약, 바디워시, 여성 위생용품 등 다양한 제품을 고객에게 전달한다.

hy는 ‘로켓배송’, ‘샛별배송’ 등 속도전으로 치닫는 속도전 속에서 ‘무료배송’이라는 차별화 카드를 꺼내들었다. 이 역시 프레시 매니저가 있기에 가능한 일이다.

소비자들은 금액에 관계없이 단 한 개의 제품까지 무료배송을 받을 수 있어 배송비 때문에 불필요한 소비를 할 필요가 없게 됐다.

프레시 매니저 입장에서도 매일 가는 담당구역에서 추가로 이종 제품을 배송한다고 품이 크게 들지 않는데다 제품당 수수료도 추가로 받을 수 있다는 것이 강점이다.

hy 관계자는 “온라인몰의 성장을 견인한 주역은 ‘무료배송과 정기배송 서비스’”라며 “프레시 매니저가 소비자들과 대면 창구 역할을 수행하는 만큼 고객 요구를 빠르게 반영할 수 있는 것이 바로 경쟁력”이라고 강조했다.

소재 B2B사업 본격화…전용 브랜드 ‘hyLabs’ 론칭

hy는 온라인몰 강화를 통해 소비자와의 접점을 늘리는 동시에 ‘B2B’ 사업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hy는 지난달 기업간 거래 전용 브랜드 ‘hyLabs(에이치와이랩스)’를 론칭했다. 이를 통해 발효유 중심 기업에서 유통전문기업으로 도약하기 위한 적극적 행보를 이어 나간다는 계획이다.

hyLabs는 한국야쿠르트의 신규 사명 hy와 연구소를 의미하는 ‘Laboratory’가 합쳐진 단어로, 50년간 축적한 독보적 프로바이오틱스 연구 기술력을 상징한다. Labs는 ‘Lactic Acid Bacteria(유산균)’의 앞글자를 딴 것으로 중의적 의미도 담고 있다.

‘hyLabs’ 론칭을 계기로 hy는 수입산 중심의 프로바이오틱스 원료시장을 한국형 균주로 대체해 나갈 예정이다.

국내 기업 중 프로바이오틱스 분리부터 배양, 생산, 판매, 냉장유통까지 할 수 있는 곳은 hy가 유일하다.

hy에 따르면 지난해 4월부터 시작한 B2B사업을 통해 프로바이오틱스 균주 6700kg을 판매했다. 판매량 6700kg은 ‘야쿠르트’ 11억개 가량 만들 수 있는 분량이다. 올해에만 3700kg의 프로바이오틱스 분말을 판매하며 전년 판매량을 넘어섰다.

현재 종근당건강, 휴롬, 장수농가(셀티바), 뉴트리 등 다수의 기업에 납품하고 있다. 경쟁력 확보를 위한 소재 확장도 추진 중이다. ‘발효홍삼’, ‘발효녹용’ 등 유산균 발효기술이 들어간 천연물 소재가 대표적이다.

최근에는 프로바이오틱스 ‘KY1032’에 대한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신규 기능성 소재 등록(NDI)을 마쳤다. 이를 통해 소재 안전성에 대한 입증과 함께 해외 균주시장 진출을 위한 교두보를 마련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hy는 남은 HY7601과 함께 국내 최초 피부 기능성 유산균인 ‘HY7714’에 대한 등록을 추진 중이다.

이정열 hy 중앙연구소장은 “2014년부터 진행한 장기적 투자를 통해 자사 제품에만 사용하던 프로바이오틱스 균주에 대한 외부 판매가 가능해졌다”며 “hyLabs 론칭을 계기로 수입산 중심의 프로바이오틱스 원료 시장을 hy가 생산한 한국형 균주로 대체해 나가겠다”고 귀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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