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소 4개 금융사, 씨티은행 '인수 의향' 밝혀

매각방식-고용승계 둘러싼 인수 조건 제각각

'사업 폐지' 막기 위한 합리적 조건 협상 필요

한국씨티은행 본점 사옥. 사진. 씨티은행.
한국씨티은행 본점 사옥. 사진. 씨티은행.

[미디어SR 김병주 기자] 한국씨티은행의 소비자금융 사업 매각이 초반 난기류에 휩싸인 모양새다. 인수 의향을 밝힌 금융사들이 인수 방식과 고용승계 부문에서 제각각 다른 입장을 고수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면서 매각 작업에 암운이 드리워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접점을 찾기 힘든 협상이라는 점에서 ‘사업 폐지’라는 최악의 결과를 우선 피하기 위한 목적의 협상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9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최근까지 한국씨티은행에 소비자금융 부문 인수의향을 밝힌 금융사는 4곳 이상인 것으로 알려졌다. 유명순 한국씨티은행장 역시 최근 임직원들에게 보낸 메시지에서 “다수의 금융회사가 예비적 인수 의향을 밝혔다”며 “이들 금융사들과 기밀유지 협약을 체결한 뒤 진전된 협상을 위해 정식 인수의향서를 낼 것을 요청했다”고 설명했다. 유 행장 스스로 인수의향서를 제출한 금융사가 ‘복수’라는 사실을 인정한 셈이다.

현재 한국씨티은행은 전체 매각과 부분 매각, 단계적 폐지 중 한가지를 ‘출구 전략’으로 정하겠다는 내부 방침을 세운 상태다. 아울러 가급적 빠른 출구 전략 실행을 위해 늦어도 오는 7월까지는 결론을 내리겠다는 입장이다.

가장 좋은 시나리오는 '전직원 고용승계'를 전제로 소비자금융 부문 전체를 인수하는 소위 ‘통매각’ 방식이다. 다만 현재까지 알려진 바에 따르면 ▲전직원 고용승계 ▲소비자금융 전체 인수의 두 가지 방식을 모두 받아들이겠다고 나선 인수 의향처는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소비자금융 전체 인수에는 긍정적인 금융사 모두 전직원 고용승계에는 난색을 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말 기준 한국씨티은행의 전체 임직원 3500명 중 소비자금융 부문 임직원은 2500명에 달한다. 그동안 영업점 축소에 따라 인력 감축이 일부 이뤄졌지만 지금도 결코 적지 않은 규모다.

사진. 셔터스톡.
사진. 셔터스톡.

특히 한국씨티은행 직원들의 평균 임금이 금융업계 내에서 상위권에 속한다는 점도 인수희망 기업 입장에서는 적잖은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것이 업계 전문가들의 관측이다.

금융업계의 한 관계자는 미디어SR에 “기업을 인수하는 입장에서는 비용과 조직융화 등의 측면에서 전직원 고용승계가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선(先) 구조조정 후(後) 매각추진을 하게 된다면 좀 더 좋은 조건으로 협상이 가능할 수도 있다”고 귀띔했다.

이런 점에 비춰 부분 매각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부분 인수 희망기업들은 오랜 기간 한국씨티은행이 강점을 보여온 자산관리(WM) 또는 신용카드 분야 등에만 관심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한국씨티은행 노조가 부문 매각 방식 자체를 거부하고 있다는 점 역시 주목해야 할 대목이다. 부문 매각 방식이 채택될 경우, 매각대상에 포함되지 않은 사업군의 직원들은 사실상 구조조정 대상이 된다. ‘전직원 고용 안정화’를 내세우고 있는 노조의 입장에서는 받아들이기 어려운 출구전략일 수밖에 없다.

그런 까닭에 일각에서는 한국씨티은행 내부에서도 전직원 고용승계를 고집하기 보다는, 적절한 선에서 만족할만한 퇴직 조건을 도출해내는 것이 유리하다는 의견도 제기된다.

‘전직원 고용 안정화’라는 조건을 고집할 경우, 자칫 소비자금융 부문의 ‘단계적 사업 철수’라는 최악의 출구 전략을 울며겨자 먹듯 수용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 올수도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은행업계의 한 관계자는 미디어SR에 “소위 ‘강성’으로 분류되는 씨티은행의 노조가 매각 작업에 걸림돌이 되는 상황은 노조원들 스스로도 바라지는 않을 것”이라며 “최대한 많은 직원의 고용승계를 이뤄내면서도 만족할만한 퇴직 조건을 이끌어내는 방향으로 투쟁 노선을 바꾸는 것 역시 고려해봐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한편 씨티은행은 내달(7월) 중 자체 실사를 한 뒤 출구전략의 윤곽을 그려나갈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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