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균 연구원] 국내 최초로 사회성과 연계채권(SIB) 발행을 추진했던 서울시가 암초를 만났다. SIB 발행을 주 내용으로 하는 ‘그룹홈 아동대상 사회성과보상사업 동의안’이 지난달 30일 서울시의회 제256회 임시회 제5차 본회의에서 부결되면서 사업은 원점으로 돌아가게됐다.

서울시가 제출한 ‘그룹홈 아동대상 사회성과보상사업 동의안’은 민간 투자를 유치, 100명 내외의 그룹홈 (아동 공동생활 가정. 소년소녀 가장들에게 시설보호만큼이나 가정보호가 절실하다는 판단아래 1명의 관리인과 4~5명의 아동을 모아 가족처럼 살도록 제도) 아동을 대상으로 지적능력과 사회성숙도 향상을 위한 프로그램을 실시하고, 그 성과를 평가한 결과에 따라 투자자가 수익을 얻거나 손실을 떠앉는 프로그램이다.

이날 표결에 앞서 반대토론에 나선 새누리당 소속 김용석 의원은 “SIB는 충분히 의미있는 사업이고 서울시에서 시도해 볼만한 가치가 있다고 판단한다. 그러나 지적 장애 아이들을 평가하는데 아동청소년용 웩슬러 지능검사(K-WISC-IV)가 쓰이는데, 아이들의 아이큐가 올라가야 투자자가 돈을 회수할 수 있는 구조다. 투자, 자금, 본드, 평가, 성과급 등 금융권 어휘들의 중심에 장애를 가진 아이들이 놓이는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김 의원은 “서울시가 지난 2월 조례안 제7조에서 사업별로 운영기관을 선정해 보상계약을 체결할 수 있도록 했으나 서울시 여성가족정책실은 당시 한국사회투자와 양해각서를 체결하고 언론에 보도되기 까지 했다. 시의회에서 논의도 되기 전에 이미 여성가족정책실, 한국사회투자, 대우증권은 카메라를 앞에 두고 양해각서를 교환했다. 공개모집을 원칙으로 한 조례를 우습게 여기고 있다”고 반대 이유를 설명했다.

새정치민주연합 한명희 의원도 “상임위에서 충분히 논의했겠지만 그룹홈 아이들을 검사대상으로 하는게 적절한지 짚어봐야 한다”며 “열악한 처지인데다 부모의 울타리 밖에 있는 아이들을 대상으로 검사 평가하는 것은 위험한 측면이 있다”고 반대의사를 밝혔다.

이날 표결에서 안건은 재석 79명 중 찬성 38명, 반대 32명, 기권 9명으로 부결됐다. 오는 11월 서울시와 한국사회투자, KDB대우증권이 SIB 본계약을 체결하고 사업수행기관을 선정한 뒤 내년 1월부터 프로그램을 실행할 예정이었으나 향후 모든 일정이 무산된 셈이다.

“공개모집을 원칙으로 한 조례를 우습게 여기고 있다”는 김용석 의원의 발언과 관련, 이 사업을 서울시에 제안한 한국사회투자 곽제훈 기획조정실장은 코스리와 인터뷰에서 “SIB는 우리가 먼저 서울시측에 제안했던 ‘민간제안’ 사업이다. 조례가 없는 상태에서 서울시가 제안을 받아들였다. 양해각서를 체결한 다음달에야 조례가 만들어진 것이다. 민간제안 사업의 경우 제안자에게 먼저 기회를 주고, 자격이 안되면 공모로 가는게 맞다고 본다”며 “서울시가 공개모집을 하겠다고 밝히고 우리가 입찰에 참여하겠다고 했음에도 양해각서 체결 자체를 문제삼는 것은 선후관계가 잘못됐다”고 반박했다.

곽 실장은 “서울시의회가 KDB대우증권과 한국사회투자의 양해각서 체결을 부정적으로 보고있으나, SIB는 투자자가 참여하지않으면 성립이 불가능한 구조다. 투자자확보는 서울시에 해가 되는 게 아니다. KDB대우증권은 국내최초 SIB 프로그램이란 점에서 참여했다. 이번 결정은 서울시와 각종 제안사업을 추진하는 민간부문에 나쁜 신호를 보낼 수 있고, SIB 정착에도 안좋은 영향을 끼친다”고 강조했다.

곽 실장은 ‘아동대상 SIB 사업’이 부적절하다는 서울시의회의 지적에 대해 “해외에서 이미 많은 SIB가 아동을 대상으로 수행되고 있다. 정량적 평가를 부정적으로 보고있지만 공공사업이 주먹구구식으로 수행되거나 전시행정에 그치지 않으려면 정량적 평가야말로 적극적으로 이루어져야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그룹홈 SIB에서 주요 대상은 경계선 지적기능 아동, 웩슬러 지능지수로 71~84인 아이들이다. 이들을 방치하면 정신박약으로 떨어지는 경향이 있다. 정서회복과 기초학습능력 향상을 통해 지적능력을 높이는 일은 아이들과 우리 사회를 위해 반드시 해야할 일이다”라고 강조했다.

<사회성과연계채권(SIB)이란 민간의 투자로 공공사업을 수행하고, 정부는 성과목표 달성 시에만 약정된 기준에 따라 예산을 집행해 투자자에게 상환하는 채권을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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