핀테크에 빼앗긴 간편결제 시장 주도권 탈환 노려

국내 5대 금융지주사 모두 자체 '페이 플랫폼' 준비

전체 금융권 아우를 수 있는 '범용성 확보'가 열쇠

사진. 이미지투데이.
사진. 이미지투데이.

[미디어SR 김병주 기자] 주요 금융사들이 간편결제, ‘페이(Pay)’ 플랫폼시장에서의 진검승부를 앞두고 전운이 감돌고 있다. 비은행 부문의 경쟁력 강화를 통한 수익원 다변화에 나선 금융사들이 가운데 최근 급성장하고 있는 ‘페이’ 시장에서 호시탐탐 기회를 노리고 있다.

네이버, 카카오 등 ‘핀테크’ 플랫폼이 페이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상황에서, 전통 금융사들의 이같은 도전이 페이 플랫폼 시장에 지각변동을 가져올지 주목된다.

11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국내 주요 금융지주사들이 간편결제 시장에서의 경쟁력 확보를 위해 자체 ‘페이 서비스’를 잇따라 선보이고 있다. 이미 KB금융(KB페이), 신한금융(신한페이), 하나금융(원큐페이)이 자체 페이 서비스를 선보인데 이어 서비스 고도화 및 업그레이드를 지속적으로 펼치고 있는 상황이다.

최근 신한금융이 론칭한 신한금융그룹의 통합 결제 서비스 ‘신한 pay 계좌결제 서비스’도 눈길을 끈다. 

신한카드의 간편결제 서비스 ‘신한페이판’의 업그레이드 버전인 ‘신한 pay 계좌결제 서비스’는 신한카드를 넘어 그룹사 전반을 아우르는 통합 결제 플랫폼을 지향하고 있다. 신한은행 계좌만 있으면 신한페이판 앱에서 모바일 체크를 발급해 실물 카드 없이 신한카드 모든 가맹점에서 이용할 수 있다는 점이 강점이다.

신한금융 관계자는 미디어SR에 “신한금융그룹사간의 시너지 창출과 고객 편의성 강화를 위해 그룹사 통합 결제서비스인 ‘신한Pay 계좌결제’ 서비스를 선보였다”고 설명했다.

KB금융은 국내 5대 금융지주사 최초로 지난해 10월 ‘KB페이’를 출시했다. KB페이는 KB국민카드의 신용카드‧체크카드 뿐 아니라 카드 이외의 결제 수단(계좌·상품권·포인트 등)도 등록해 사용할 수 있다.

특히 마그네틱보안전송(MST), 근거리무선통신(NFC) 등 다양한 결제 방식을 통해 오프라인 가맹점에서도 플라스틱 카드 수준의 결제 편의성과 범용성을 확보한 것은 최대 강점으로 꼽힌다. 별도의 추가 앱 설치 없이 하나의 플랫폼에서 계좌 간편 송금, 해외 송금, 외화 환전 등 다양한 금융 서비스와 멤버십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 KB금융은 KB국민은행의 모바일 플랫폼 ‘스타뱅킹’ 애플리케이션에 KB페이를 연결하는 작업을 펼치고 있다. 이를 통해 전 그룹사를 아우르는 통합 간편결제 서비스로의 고도화를 일궈내겠다는 복안이다.

하나금융은 자체 간편결제 서비스 ‘원큐페이’의 고도화 작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QR코드를 통해 결제할 수 있는 가맹점을 대폭 늘리고, 여러 서비스로 분산돼 운영중인 ‘원큐페이’서비스를 통합해 시너지를 내겠다는 전략이다.

우리금융도 우리카드 플랫폼 기반의 ‘우리페이’ 출시를 위한 막바지 작업에 한창이다. 우리금융그룹 전체를 아우르는 ‘그룹 통합결제 플랫폼’을 구축하고 이를 우리은행 모바일 플랫폼 ‘원(WON)뱅킹’ 내에 이식하는 것이 핵심이다.

우리금융 관계자는 미디어SR에 "자회사 간 시너지 효과 및 플랫폼 경쟁력 강화를 위해 지난달 초 ‘그룹 통합결제 플랫폼’ 구축을 위한 태스크포스팀(TFT)을 꾸려 운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NH농협금융은 오는 8월 출시를 목표로 금융그룹 통합 페이먼트 서비스인 'NH페이(가칭)' 론칭을 준비하고 있다. 기존 농협카드의 '올원페이'에서 한 단계 더 나아가 그룹 통합 대표 간편결제 플랫폼으로 성장시킨다는 계획이다.

이처럼 금융지주사들이 뒤늦은 ‘페이 전쟁’에 나선 까닭은 간편결제 시장의 성장세와도 무관하지 않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간편결제 플랫폼을 통한 거래액은 전년대비 42% 가량 늘어난 4500억원 규모에 이르고 있다. 코로나19로 인한 비대면, 비접촉 기조가 확산되면서 실물 카드나 현금을 주고받는 대신 간편결제 서비스를 이용하는 소비자들이 크게 늘어났다는 얘기다.

주요 간편결제 서비스. 제공 각사. 
주요 간편결제 서비스. 제공 각사. 

특히 전체 이용액 중 카카오페이, 네이버파이낸셜 등 ‘빅테크’ 플랫폼 기반의 간편결제 이용액이 절반에 가까운 비중(45.7%)을 차지하고 있다는 것은 눈여겨볼만한 대목이다. 기존 금융회사 간편결제 이용액은 전체의 30% 수준에 그쳤다.

특히 기존 금융사들은 ‘오픈뱅킹’ 서비스와 간편결제 서비스의 결합에도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오픈뱅킹(한 금융사의 플랫폼에서 타 금융사의 계좌를 통한 금융 업무를 이용할 수 있는 서비스) 서비스를 제공중인 뱅킹앱에 간편결제 서비스가 탑재될 경우, 더 큰 시너지를 낼 수 있어 매우 위협적인 서비스로 떠오를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금융업계의 한 관계자는 미디어SR에 “특히 종합지급결제 사업, 마이페이먼트 사업 등 한층 진화한 핀테크 서비스 도입이 예정된 상황에서 기존 핀테크 플랫폼에 빼앗긴 주도권을 되찾기 위한 기존 금융사들의 노력이 페이시장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다”며 “결국 금융권 특유의 폐쇄성을 극복하고 타 금융사의 플랫폼까지 아우를 수 있는 간편결제의 범용성 확보 여부가 성공의 가늠자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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