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부터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
왼쪽부터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

[미디어SR 김다정 기자] '42년 역사의 유통 맞수’ 신세계와 롯데의 자존심 싸움이 한치의 양보도 없이 과열되는 분위기다.

1979년 롯데쇼핑 창립 이래 42년간 국내 유통시장에서 팽팽하게 경쟁해오던 두 유통명가(名家)의 기싸움은 올해 ‘야구’라는 또 다른 형태로 번지는 모양새다.

올해 초 신세계그룹은 야구와 유통을 연결한 ‘시너지 효과’를 기대하면서 프로야구단 SK와이번스를 1352억원에 인수해 ‘SSG 랜더스’를 창단했다.

이마트 관계자는 미디어SR에 “온·오프라인 사업 통합과 온라인 시장 확장을 위해 프로야구단 인수를 타진해 왔다”고 설명했다.

롯데그룹은 한일 양국에서 프로야구단을 운영 중이다. 국내 프로야구가 1982년 출범 이후 ‘롯데 자이언츠’를 운영하면서 약 40년간 역사를 이어가고 있다. 신세계보다 먼저 유통과 스포츠를 결합한 시너지를 노린 이벤트를 펼쳐왔다.

유통가(家) 숙명의 맞수…이번엔 ‘야구’에서 맞붙었다

올해 SSG랜더스가 공식 출범하면서 롯데와 신세계의 ‘숙명의 라이벌전(戰)’이 점입가경으로 치닫고 있다.

신세계는 앞서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이 “앞으로 유통업이 경쟁 상대는 테마파크나 야구장이 될 것”이라고 밝히면서 오프라인 유통 채널의 미래로 설정한 ‘체험형 공간’ 비즈니스 모델의 일환으로 야구와 유통을 결합한 ‘스포츠 마케팅’을 활발히 펼치고 있다.

앞서 정용진 부회장은 음성 기반 SNS 클럽하우스에서 “롯데에 게임에선 져도 마케팅에선 지지 않을 것”이라는 각오를 밝히기도 했다.

SSG랜더스의 홈구장이 된 인천 문학구장은 신세계가 운영 중인 브랜드들로 채워지고 있다. 야구장에 세계 최초로 스타벅스가 새롭게 문을 열었고, 이마트24 편의점이 새롭게 오픈했다.

이어 노브랜드 등 이마트 계열사가 입점을 준비중이다. 오는 7일에는 SSG랜더스필드점에 노브랜드 버거 100호 매장을 열고, 이를 기념해 100·100·100 이벤트를 펼친다.

신세계는 지난달 3일 롯데자이언츠와 SSG랜더스의 정규시즌 개막전에 앞서 대규모 할인행사를 개시했다. 이마트는 4월 1~4일 ‘랜더스 데이’를 올 상반기 최대 규모로 진행했다.

그러자 롯데마트는 “야구도, 유통도 한 판 붙자”며 창립일과 롯데 자이언츠 정규시즌 개막을 맞아 4월 한 달 동안 역대급 할인 ‘자이언트 행사’를 선보인다고 맞불을 놨다. 2000여개 품목에 대해 1000억원 규모의 할인행사를 실시했다.

프로야구 개막전에 맞춰 서로를 겨냥한 마케팅을 펼친 데 이어 최근에는 가정의 달을 맞아 시작된 할인전도 달아오르는 분위기다.

유통업계 대목인 가정의 달을 겨냥해 이마트는 오는 12일 수요일까지 대대적인 건강가전 행사에 돌입한다. 롯데마트도 5월 한 달 간 한우·수입육 선물세트 24종을 준비해 최대 30% 할인판매한다.

두 맞수의 마케팅 전쟁은 오프라인 매장을 넘어 다양한 채널로 확장되고 있다.

롯데는 개막전을 앞두고 SSG 애칭인 ‘쓱’을 연상케 하는‘원정 가서 쓰윽 이기고 온(ON)’이라는 메시지를 담은 행사를 진행하기도 했다.

이어 지난달 26일부터 지난 2일까지는 롯데온은 출범 1주년을 맞아 자사 야구단 롯데자이언츠와 손잡고 ‘롯데 온(ON)제부터 팬이고’ 시구 행사를 열었다.

SSG닷컴은 오는 16일까지 약 2주 간 상반기 최대 규모의 행사 ‘스타워즈 위크’를 실시한다. 스타워즈 단독 기획 상품을 비롯해 패션, 완구, 식품 등 다양한 품목을 최대 80%까지 할인한다. 이번 행사는 스타워즈 팬들이 5월 4일을 ‘스타워즈 데이’로 기념하는 것에 착안해 월트디즈니 컴퍼니 코리아와 함께 기획됐다.

이외에도 이마트는 컴투스의 모바일 야구 게임 ‘컴투스프로야구2021’과 이색 마케팅을 펼치는가 하면 SSG랜더스 디자인을 적용한 한정판 협업 제품을 선보이는 등 대대적인 야구 마케팅을 벌이고 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미디어SR에 “그동안 롯데가 계열사와 야구를 연계한 마케팅을 적극적으로 활용한 적은 거의 없었다”며 “신세계의 야구단 창단 이후 적극적인 행보에 위기감을 느낀 듯하다”고 말했다.

두 수장의 ‘장외 신경전’…정용진 “계속 도발하겠다”

단순한 스포츠 마케팅 열전을 넘어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과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두 수장의 ‘장외 신경전’도 관전 포인트다.

정용진 부회장은 지난 3월 SSG랜더스 창단을 앞두고 “롯데가 본업(유통)과 야구를 서로 연결하지 못하고 있다”고 공개 저격했다.

그는 “우리는 (본업과 연결) 할 거다”라며 “걔네(롯데)는 울며 겨자 먹기로 우리를 쫓아와야 할 것”이라고 언급하며 도발의 신호탄을 쏘아올린 데 이어 최근까지 아슬아슬한 도발을 이어가고 있다.

신동빈 회장은 지난 27일 롯데 자이언츠와 LG트윈스의 맞대결이 열린 서울 잠실구장을 찾았다. 신 회장이 야구장을 찾은 것은 2015년 9월 롯데와 삼성 라이온즈전 이후 6년 만이다.

그러자 정용진 부회장은 음성기반 SNS인 클럽하우스에서 야구팬들과 대화를 하던 중 “(신 회장이) 내가 도발하니까 야구장에 온 것”이라며 “동빈이 형은 원래 야구에 관심이 없었는데, 내가 도발하니까 제스쳐를 취하고 있다”고 신 회장의 야구장 방문을 언급했다.

그는 “내가 도발하자 롯데가 불쾌한 것 같은데, 그렇게 불쾌할 때 더 좋은 정책이 나온다”며 “롯데가 계속 불쾌하게 만들어서 더 좋은 야구를 할 수 있도록 사업판을 키우겠다”고 자극했다.

정 부회장은 “동빈이 형이 그만하라고 하면 바로 그만할 것”이라면서도 “아직 전화가 안 왔다”고 밝혀 신동빈 회장의 직접적인 제지가 없으면 도발을 계속할 계획임을 숨기지 않았다.

실제로 신세계그룹의 야구단 인수 이후 롯데와 신세계 모두 활발한 마케팅과 할인행사를 진행하는 것은 “불쾌할 때 더 좋은 정책이 나온다”는 정 부회장의 말을 방증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업계 관계자는 “두 맞수의 활발한 마케팅은 이슈몰이를 하면서 사실상 모두에게 독이 될 것 없는 윈윈(win-win) 전략”라며 “소비자 입장에서도 할인 혜택과 다양한 이색 마케팅을 경험할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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