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사진. 구혜정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사진. 구혜정 기자

[미디어SR 김다정 기자]삼성가(家)가 고(故) 이건희 회장이 부유한 주식 상속 절차를 마무리하면서 국내 재벌가 주식부자 판도가 크게 요동쳤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비롯해 홍라희 여사,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 이서현 삼성복지재단 이사장 4명의 주식가치만 해도 지난 달 말 기준 40조 원을 훌쩍 넘긴 것으로 파악됐다.

오일선 한국CXO연구소 소장이 미디어SR에 “협의 내지 법적 상속 비율대로 나누게 되는지에 따라 해당 이재용 부회장을 비롯해 이부진 사장, 이서현 이사장의 재산 수준도 크게 달라질 수 있다”고 분석한대로 이번 조사에서는 삼성가에서 국내 주식갑부 1~4위를 싹쓸이했다.

기업분석전문 한국CXO연구소는 3일 ‘국내 60개 그룹 주요 총수(摠帥) 일가 90명의 주식평가액 현황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조사 대상 그룹은 초근 공정거래위원회가 발표한 올해 5월 기준 자산 5조원 이상 공시대상기업 집단 71곳 중 자연인이 동일인으로 지정된 60곳이다. 주식평가액 대상은 총수를 비롯해 주요 오너가 90명이다.

주식평가액은 총수 일가가 직접 보유한 보통주(우서주 제외) 주식에 지난 4월 30일 종가를 곱해 계산했다. 총수 일가가 비상장사 지분 등을 통해 2차로 보유한 상장사 주식 가치는 이번 조사에서 제외됐다.

오일선 소장은 “CXO연구소는 특정 개인이 직접 보유한 상장사 주식가치만을 평가하는 방식을 채택해 최근 미국 경제지 ‘포브스’가 발표한 조사와는 결과가 다르다”고 설명했다.

CXO연구소와 달리 포브스는 특정 개인이 보유한 계열사 지분 등을 통해 다시 2차로 갖고 있는 상장사 지분 가치도 조사 범위에 포함시키는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이로 인해 대표적으로 서정진 셀트리온 명예회장과 김범수 카카오 의장의 결과 값이 달라진다.

삼성家 1~4위 싹쓸이…홍라희 여사도 ‘10조 클럽’ 입성

60개 그룹 90명 총수 일가가 보유한 주식평가액은 지난달 말 기준 98조3300억원으로, ‘100조 원’에 육박했다.

이 가운데  42조원(42.8%)은 삼성가의 몫이었다. 이는 4월 말 기준 국내 시가총액 TOP10 셀트리온(약 36조6200억원)보다 높고, 시총 8위 현대차(약 45조2900억원)와 맞먹을 정도의 높은 주식평가액이다.

삼성과 현대차 주식평액 비중. 사진제공. 한국CXO연구소
삼성과 현대차 주식평액 비중. 사진제공. 한국CXO연구소

특히 이번 조사에서는 고 이건희 회장이 오랫동안 유지해오던 국내 주식부자 ‘왕좌’ 자리를 그의 아들인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물려받았다.

올 초 이 부회장의 주식평가액은 9조5747억원이었다. 3월 말에는 연초보다 더 낮은 8조920억원대였다. 하지만 이번에 상속 절차가 완료되면서 이 부회장의 주식재산은 4월 말 기준 15조6167억원으로 껑충 뛰었다.

한 달 전보다 7조원 넘게 주식재산이 불어난 것이다. 15조원이 넘는 주식재산 중 절반은 삼성전자 주식가치에서 나왔다.

이 부회장에 이은 주식부자 ‘넘버2’는 홍라희 여사가 꿰찼다. 이건희 회장의 부인이자 이재용 부회장의 모친인 홍 여사의 지난 달 말 주식가치는 11조4319억원으로, 주식갑부 ‘10조 클럽’에 이름을 올렸다.

올해 3월 말 홍라희 여사의 주식가치가 4조4000억원 수준이던 것을 감안하면 한 달 새 ‘2배 이상’ 주식재산이 커졌다. 여기에는 홍라희 여사 역시 삼성전자 지분이 대폭 많아진 요인이 크게 작용했다는 것이 CXO연구소의 분석이다.

홍 여사는 올 4월 30일 이전만 해도 삼성전자 주식을 5415만3600주를 보유하고 있었다. 그러다 지난 달 말에는 1억3724만4666주로, 개인 중 삼성전자 주식을 가장 많이 보유한 주인공이 됐다.

주식부자 3위와 4위는 이부진 사장과 이서현 이사장, 두 자매가 순서대로 차지했다.

올 1분까지만 해도 두 자매는 삼성전자 주식이 한 주도 없었는데 이번에 상속을 통해 5539만4044주를 넘겨받았다. 이 주식가치만 해도 4조5000억원으로 평가된다.

3월 말까지만 해도 두 자매의 주식가치는 1조8000억원 정도로 같았다. 이후 한 달이 지난 현재는 이부진 사장이 7조7800억원 수준으로 3위, 이서현 이사장이 7조2100억원 이상으로 4위에 올라섰다.

두 자매의 주식가치는 삼성생명 주식에서 갈렸다. 이부진 사장은 이건희 회장이 보유한 삼성생명 주식 1383만 9726주(6.92%)를 넘겨받은 반면 이서현 이사장은 691만 9863주(3.46%)를 상속 받았다.

오일선 소장은 “향후 두 자매가 삼성에서 독립할 시점에 삼성 계열사 지분 등을 처분할 경우 국내 재벌가 주식부자 순위가 뒤바뀔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이어 주식부자 5~10위권는 △김범수 카카오 이사회 의장(6조7106억원 이상) △정몽구 현대차 명예회장(5조6000억원 이상) △서경배 아모레퍼시픽 회장(4조9600억원 이상) △정의선 현대차 회장(3조7300억원 이상) △최태원 SK 회장(3조5800억원 이상) △구광무 LG 회장(3조4800억원 이상) 순이었다.

이중 현대차 정몽구·정의선 부자(父子)의 주식재산만 해도 9조3000억원(9.3%) 이상으로, 10조 원에 근접했다.

오 소장은 “추후에 정의선 회장이 부친의 주식을 모두 물려받고, 현대엔지니어링이 상장될 경우 10조원대 주식가치를 보일 수 있어, 상위권 판도가 이때 다시 한 번 뒤바뀔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주식가치 1조 클럽 주요 재벌가 현황. 사진제공. 한국CXO연구소
주식가치 1조 클럽 주요 재벌가 현황. 사진제공. 한국CXO연구소

주식재산 1조 클럽 멤버는 누구?

올해 공정위가 올해 새롭게 지정한 그룹 총수의 주식평가액은 △정몽윤 현대해상 회장(4700억원 이상) △아이에스동서 권혁운 회장(1600억원 이상) △홍석현 중앙홀딩스 회장(900억원 이상) △문주현 엠디엠 회장(860억원 이상) 등으로 파악됐다.

권홍사 반도건설 회장과 구교운 대방건설 회장은 그룹 내 상장 계열사 주식을 따로 갖고 있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올해 공정위가 지정한 71개 기업집단에 포함되지는 않아 조사 대상에서 빠진 ‘BTS의 아버지’로 불리는 하이브(구 빅히트엔터테인먼트)의 방시혁 대표이사의 주식평가액은 3조원 수준으로 추산된다.

방시혁 대표이사의 친척 형인 방준혁 넷마블 이사회 의장은 2조6800억원 수준의 높은 주식평가액 수준을 보였다.

네이버 창업자 이해진 글로벌투자책임자(GIO)의 주식평가액도 2조2000억원을 넘어섰다. 71개 기업 집단에 포함되지 않은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이사도 2조1800억원으로, 이해진 GIO와 주식재산에서 자존심 경쟁을 벌이는 양상을 보였다.

이번 조사 대상 총수 일가 중 주식부자 ‘1조원대’에는 6명이 이름을 올렸다.

△서정진 셀트리온 명예회장(1조9000억원 이상) △정몽준 현대중공업 아산재단 이사장(1조4700억원 이상) △김남구 한국투자금융 회장(1조2900억원 이상) △이재현 CJ 회장(1조2500억원 이상) △조현준 효성 회장(1조2400억원 이상)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1조100억원 이상) 등이 주식재산 1조 클럽 멤버에 가입했다.

올해 총수 지위를 새롭게 얻은 조현준 효성 회장은 동생 조현상 부회장의 주식가치 7800억원 수준보다 높았다. 향후 조 부회장 역시 부친인 조석래 명예회장의 주식 지분을 일부 넘겨받을 경우 1조원대 주식갑부 대열에 새로 합류할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관측됐다.

최근 경영권 분쟁으로 몸살을 앓고 있는 한국타이어 그룹의 경우 조양래 회장의 주식가치는 3300억원 수준인데, 조 회장의 차남인 조현범 사장은 8600억원 정도로 2배 이상 높았다. 아버지 조 회장이 자신이 가진 주식의 상당수를 차남인 조 사장에 밀어준 영향이 컸다는 분석읻,

조 사장의 형인 조현식 부회장은 3700억원, 누나인 조희경·희원 씨는 각각 1700억원, 2200억원 수준을 보였다. 조 부회장을 비롯해 두 누나의 지분가치를 모두 더하면 7700억원 수준으로, 조현범 사장의 주식평가액보다 낮았다.

오일선 소장은 “향후 조양래 회장의 보유한 3300억원 정도의 지분을 장남인 조 부회장에게 모두 밀어준다고 가정해도 조현범 사장의 주식가치를 뛰어넘지는 못할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저작권자 © 데일리임팩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