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체제가 사실상 완성…'캐스팅 보트' 쥔 홍라희 여사

계열사 지분 늘린 이부진·서현 자매…계열사 분리 가능성↑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사진. 구혜정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사진. 구혜정 기자

[미디어SR 김다정 기자] 고(故) 이건희 삼성그룹의 회장이 남긴 계열사 지분 상속이 마무리되면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지배력이 한층 더 공고해졌다.

삼성일가는 지난달 30일 이 회장이 보유했던 삼성전자와 삼성생명, 삼성물산, 삼성SDS 등의 지분 상속을 완료했다.

삼성생명을 제외한 계열사 지분은 법정 비율대로 유족 4명에게 골고루 배분됐다. 홍라희 전 리움 관장이 3분의 1을, 이 부회장과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 이서현 삼성복지재단 이사장이 각각 9분의 2씩 상속받았다.

삼성물산 최대주주인 이재용 부회장의 유일한 약점으로 지목된 삼성생명 지분율(0.06%)는 이 부회장이 삼성생명 지분 50%(2076만주)를 상속받으며 해소됐다. 이 부회장의 삼성생명 지분율을 10.44%로 높아졌다.

이로써 현재 삼성의 지배구조인 ‘이재용 부회장→삼성물산→삼성생명→삼성전자’ 순의 연결고리의 변동없이 '이재용 체제'가 사실상 완성됐다는 평가다. 상속 이후 이 부회장은 삼성물산 최대주주, 삼성생명 2대 주주, 삼성전자 개인 2대주주가 되면서 삼성 지배력은 한층 더 견고해졌다.

예상 뒤엎은 삼성전자 지분 상속, 배경은?

당초 재계에서는 이재용 부회장의 삼성전자 지배력을 강화하기 위해 유족들이 삼성전자 지분을 이 부회장에게 몰아줄 것이라는 관측을 해왔다.

이 부회장은 삼성전자의 최대주주이자 그룹 지배구조의 중심에 있는 삼성생명 지분을 가짐으로써 물산·생명을 통해 삼성전자를 지배한다. 하지만 삼성전자 보유 지분은 이건희 회장(4.18%)과 홍라희 여사(0.91%)보다 적은 0.7%에 불과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기존의 관측과 달리 삼성전자 지분을 법정 비율대로 상속한 것을 두고 재계에서는 상속인 간 불협화음을 최소화 하는 방안으로 절충점을 찾은 것으로 해석한다.

오일선 한국CXO연구소장은 이에 대해 “이번 지분 상속은 이재용 부회장에게 힘을 실어준다는 메지지와 동시에 상속인 간 불협화음을 최소화 하는 방안으로 절충점을 찾은 것으로 분석된다”고 설명했다.

더욱이 이번 삼성전자 지분 상속에는 이 부회장의 상속세 부담을 줄여주려는 의도도 담겨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이 부회장이 아버지의 삼성전자 지분을 전량 물려받을 경우 혼자 부담해야 할 세금만 최대 9조원으로 추정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번 법정 비율 상속에 따른 주식 상속세는 홍 전 관장이 3조1000억원, 이 부회장이 2조9000억원, 이부진 사장이 2조6000억원, 이서현 이사장이 2조4000억원 등으로 추산된다. 

특히 이재용 부회장이 추후 자녀들에게 지분을 증여 혹은 상속하게 될 때 내야 할 증여세 혹은 상속세 부담을 줄일 수 있다는 점도 고려했을 것으로 보인다.

오일선 소장은 “이재용 부회장이 삼성전자 지분을 모두 물려받을 경우 이재용 부회장은 ‘30조원대’ 주식갑부 대열에 오르게 된다”며 “향후 10년, 20년 후 주식가치가 상승해 40조원 이상의 주식부자가 됐을 때 이 부회장의 자녀들이 부담해야 할 세금은 20조원이 넘기 때문에 이런 점도 고려했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캐스팅 보트’로 떠오른 홍라희 여사…경영권 방어 등 ‘조력자’ 역할

이번 삼성가 주식 상속 결과에 따라 이재용 부회장의 경영권 강화와 동시에 홍라희 전 관장의 영향력이 막강해진 점도 눈에 띈다.

홍 전 관장은 법정 비율에 따라 삼성전자의 주식을 가장 많이 상속받아, 삼성전자 개인 최대주주가 됐다. 여기에 당초 지분이 없던 삼성물산과 삼성SDS 지분도 상속받아 두 회사의 주요 주주가 됐다.

다만 홍 전 관장은 삼성생명 주식은 받지 않았다. 재계에서는 홍 전 관장이 삼성생명 지분 상속을 포기해 아들이 그룹 지배력을 공고히 하는 것을 도왔다는 해석이 나온다.

삼성생명 주식을 포기한 대신 홍 전 관장은 삼성전자를 비롯해 다른 계열사 주식을 자녀들보다 많은 법정 비율로 상속받았다. 이를 통해 가족 간 불협화음이 생길 우려도 낮아졌다는 평가에 무게가 실린다.

홍 전 관장은 삼성전자 개인 최대주주로서 경영권 방어 등의 이슈가 불거지면 보유 지분을 활용해 ‘캐스팅 보트’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홍 전 관장이 삼성전자의 지배구조 혹은 경영권이 위협받을 때마다 이 부회장의 지원군으로 나설 수 있다는 것이다.

계열사 지분 늘린 이부진·서현 자매 ‘홀로서기’ 준비하나

일각에서는 이번 상속으로 주요 계열사 지분을 상당 부분 보유하게 된 이부진 사장과 이서현 이사장의 계열 분리 가능성도 거론하고 있어 눈길을 끈다.

이번 상속으로 이부진 사장의 보유 지분은 삼성생명 6.92%, 삼성물산 6.24%, 삼성전자 0.93%, 삼성SDS 3.90% 등으로 늘어났다. 이 사장은 삼성생명에서 개인 최대주주인 이재용 부회장에 이어 개인 2대 주주에 올랐다.

이서현 이사장의 지분은 삼성생명 3.46%, 삼성물산 6.24%, 삼성전자 0.93%, 삼성SDS 3.90%가 됐다.

이부진 사장의 경영능력은 호텔신라를 통해 이미 검증됐다. 이부진 사장은 2001년 호텔신라에 기획팀장으로 입사한 뒤 2010년 사장을 거쳐 2011년 대표이사 및 이사회 의장 자리에 올랐다. 이후 이 사장은 2013년 신라스테이를 선보여 출시 4년만인 2017년 흑자전환에 성공하면서 능력을 인정받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서현 이사장은 2016년 1월부터 3년간 삼성물산 패션부문을 맡아 이끌었다.

지분 구조상 이부진, 이서현 자매의 위상이 높아진 만큼 각각 호텔신라와 삼성물산 패션부문을 중심으로 독립(계열분리)을 시도할 수 있다는 시나리오에 무게중심이 옮아가는 분위기다.

그동안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과 이서현 삼성복지재단 이사장은 삼성전자 주식을 보유하지 않아 관련 배당소득이 없었다. 삼성전자는 배당소득이 다른 계열사보다 많은 편이다.

이들은 삼성생명 등 다른 계열사에서도 추가로 배당을 받아 상속세 재원으로 활용하는 동시에 향후 계열분리를 위한 자금으로 활용할 가능성도 있다.

오일선 CXO연구소장은 미디어SR에 “이재용 부회장에게 삼성전자 주식지분 전부를 물려줘 힘을 실어줄 수도 있었을 것”이라면서도 “하지만 추후 이부진 사장과 이서현 이사장이 그룹 분리를 염두에 두고 있다면 자금 확보를 위해서라도 지분상속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현재 이부진 사장은 호텔신라 지분을 전혀 갖고 있지 않다. 따라서 향후 자신의 경영권 확보를 위해 이번에 상속받은 삼성생명과 삼성전자 지분 등을 호텔신라 지분 확보에 쓸 것이란 관측도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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