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故)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 사진. 삼성전자 제공
고(故)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 사진. 삼성전자 제공

[미디어SR 김다정 기자]고(故)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남긴 수십조원대의 유산과 관련, 특히 세간의 관심을 모은 것은 바로 ‘이건희 컬렉션’이라 불리는 이 회장 개인 소장 미술품이었다.

삼성 일가가 사회에 환원하기로 결정한 유산 가운데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 역시 미술품이다. 미술계에서는 이들 규모가 최대 3조원에 달할 것으로 보고 있지만, 사실상 가격을 매기기 어려울 정도로 희귀작품이 많아 “진짜 가치는 정확히 헤아리기 어렵다”는 평가도 나온다.

이날 유족들이 발표한 이 회장의 사회 환원 규모에는 문화재·미술품 기부까지가 총망라되면서 국보 등 지정문화재가 다수 포함된 이 회장 소유의 미술품 대다수가 국민 품에 안기게 됐다.

고미술품과 세계적 서양화 작품, 국내 유명작가 근대미술 작품 등 총 1만1000여건, 2만3000여점이 국립기관 등에 기증된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2일 미디어SR에 “지정문화재 등이 이번과 같이 대규모로 국가에 기증되는 것은 전례가 없다”며 “국내 문화자산 보존은 물론 국민의 문화 향유권 제고 및 미술사 연구 등에 기여할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하기도 했다.

국보 216호인 겸재 정선의 ‘인왕제색도’와 단원 김홍도의 ‘추성부도’(보물 1393호), 고려 불화 ‘천수관음 보살도’(보물 2015호) 등 지정문화재 60건(국보 14건, 보물 46건)을 비롯해 국내에 유일한 문화재 또는 최고(最古) 유물과 고서, 고지도 등 개인 소장 고미술품 2만1600여점은 국립박물관에 기증된다.

김환기의 ‘여인들과 항아리’, 박수근의 ‘절구질하는 여인’, 이중섭의 ‘황소’, 장욱진의 ‘소녀/나룻배’ 등 한국 근대 미술 대표작가들의 작품 및 사료적 가치가 높은 작가들의 미술품과 드로잉 등 근대 미술품 1600여점은 국립현대미술관 등에 기증될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 근대 미술에 큰 족적을 남긴 작가들의 작품 중 일부는 광주시립미술관, 전남도립미술관, 대구미술관 등 작가 연고지의 지자체 미술관과 이중섭미술관, 박수근미술관 등 작가 미술관에 기증하기로 했다.

국민들이 국내에서도 서양 미술의 수작을 감상할 수 있도록 국립현대미술관에는 모네의 ‘수련이 있는 연못’, 호안 미로의 ‘구성’, 살바도르 달리의 ‘켄타우로스 가족’ 및 샤갈, 피카소, 르누아르, 고갱, 피사로 등의 기증 작품도 새롭게 전시될 예정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달 29일 유족들이 기증한 정신을 잘 살려 국민이 좋은 작품들을 감상할 수 있도록 이건희 회장 소장 미술품 2만3000여점을 전시할 수 있는 별도의 공간 마련을 검토하라고 참모진에 지시하기도 했다.

이에 정부는 국립중앙박물관과 국립현대미술관 내에 새로운 전시공간을 만들거나, 별도 미술관을 건설하는 방안을 검토키로 했다.

황희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예술성, 사료적 가치가 높은 주요 예술품을 대규모로 국가에 기증한 것은 해외에서도 유례를 찾기 어려울 정도의 역대급 수준”이라며 “6월부터 순차적으로 전시할 것”이라고 밝혔다.

통 큰 기부로 ‘문화유산’ 지켰다…단 한 번도 판 적 없어

‘이건희 컬렉션’의 기증으로 국립중앙박물관과 국립현대미술관은 소장품의 수준을 크게 높이게 됐다.

황희 문체부 장관은 “고 이건희 회장 소장품의 기증으로 우리 박물관·미술관의 문화적 자산이 풍성해졌으며 해외 유명 박물관과 비교해도 손색없는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는 토대가 마련됐다”고 평가했다.

황 장관은 “특히 미술관의 경우 그동안 희소가치가 높고 수집조차 어려웠던 근대미술작품을 보강하는 계기가 됐으며, 한국 근대미술사 전시와 연구에도 큰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이건희 컬렉션’의 해외 유출 우려도 제기됐으나 유족들은 국민들과 함께 향유하기 위해 국립기관 등에 기증하겠다는 뜻을 일찌감치 정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유족들은 국가경제 기여, 인간 존중, 기부문화 확산 등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역설한 고인의 뜻을 기리기 위한 취지로 고인이 보유했던 미술품과 유산을 기부하기로 결정했다고 뜻을 밝혔다.

이건희 회장은 생전 문화와 교육 등의 분야에서 국민들의 더 나은 삶을 위해 다양한 사회공헌 활동을 이어왔다.

특히 국민의 문화적 소양을 높이는 데 큰 관심을 가졌다. 이 회장은 40여년간 소장품 1만3000여건을 꾸준히 구입했을 뿐, 단 한 번도 팔지 않았다고 한다.  

삼성그룹의 첫 번째 재단인 삼성문화재단에서는 리움미술관, 호암미술관을 운영하면서 수준 높은 고·현대미술 기획전을 개최해 한국미술의 성장과 발전에 기여해 왔다. 해외 유명 미술관과도 교류·협력하면서 미술 사업의 전문화와 국제화를 선도하고 있다.

이건희 회장은 지난 2004년 10월 삼성미술관(리움)을 개관하는 자리에서 “문화유산을 모으고 보존하는 일은 막대한 비용과 시간이 들어갈지라도 인류 문화와 미래를 위한 시대적 의무라고 생각한다”고 연설했다.

고인은 1997년 에세이집에서는 “사람들의 일상적인 생활에서 문화적인 소양이 자라나야 한다”고 강조했다.

외신도 주목한 ‘이건희 컬렉션’…“진귀 미술품 기증”

외신에서도 이건희 컬렉션 기증 발표에 큰 관심을 보였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8일(현지시간) ‘삼성 일가가 막대한 상속세 결정과 맞물려 피카소, 모네를 방출하기로 했다’는 제목의 기사에서 “삼성 일가가 ‘세계 최대 규모의 상속세 중 하나’를 낼 계획”이라며 상속 내용과 기증 계획을 상세히 전했다.

WSJ는 “현지 매체들이 수십억 달러 상당의 가치가 있다고 보는 이번 기부로 이 전 회장의 재산 중 과세 대상이 줄어들 것”이라고 보도하기도 했다.

AP 통신도 이날 서울발 기사로 “110억달러 상속세에 직면해 삼성가가 원만하게 상속을 하기 위해 미술 소장품을 대규모로 기증한다”며 “삼성가에서 진귀한 미술품 수만 점을 기증하기로 했는데 여기에는 피카소와 달리가 포함됐다”고 소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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