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오늘 대기업·총수 명단 발표…외국인 '김범석', 쿠팡 총수 될까

총수 결정 기준 모호…“급변하는 경영 상황 따라 새롭게 재정비 필요”

이미지. 쿠팡.
이미지. 쿠팡.

[미디어SR 김다정 기자]국내 55개 대기업 집단 중 ‘대표이사 회장’ 타이틀을 보유하고 있는 총수는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기업분석 전문 한국CXO연구소(소장 오일선)는 이 같은 내용이 담긴 ‘국내 55개 대기업 집단 총수 현황 분석’ 결과를 29일 발표했다.

조사 대상은 공정거래위원회가 작년 5월 지정한 64개 공시대상 대기업 집단 중 자연인을 동일인으로 지정한 55곳이다.

그룹 및 동일인 현황은 공정위가 관리하는 ‘기업집단포털’을, 그룹 총수의 친족 주식보유 현황 등은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자료 등을 참고했다.

그룹 총수 친족이 보유한 주식은 작년 5월 기준이고, 친족의 범위는 6촌 이내 혈족(血族)과 4촌 이내 인척(姻戚)이다.

조사 결과에 따르면 55개 그룹 총수 중 남성은 53명으로 96.4%에 달했다. 여성 총수는 이명희 신세계 회장과 장영신 애경 회장 단 2명에 불과했다.

국내 그룹에서는 장자(長子)와 아들 중심으로 경영 승계가 이뤄지다 보니 여성이 그룹 수장까지 오를 수 있는 환경 여건이 녹록치 않음을 보여주는 방증으로 풀이된다.

조사 대상 55명 총수의 평균 연령은 67.9세로 파악됐다. 이중 60대가 21명으로 가장 많았고, 70대(13명), 50대(10명), 80대(9명) 순으로 많았다.

조원태(47세) 한진 회장과 구광모(44세) LG 회장 두 명은 ‘40대’ 젊은 총수에 속했다.

단일 출생년도 중에서는 1953년생이 6명으로 가장 많았다. 신창재 교보생명 회장, 박성수 이랜드 회장, 우오현 SM(삼라마이다스) 회장 등이 올해 69세 동갑내기 그룹 총수에 속했다.

1968년생은 4명으로 그 다음으로 많았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김정주 넥슨 대표이사, 방준혁 넷마블 이사회 의장, 이우현 OCI 부회장이 올해 54세 그룹 수장들이었다.

55명 중 회장(會長) 타이틀을 유지하고 있는 이는 39명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명예회장(7명), 부회장(2명), 이사회 의장(2명) 등의 직함을 쓰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해진 네이버 창업자는 글로벌투자책임자(GIO)라는 명칭을 공식 쓰고 있다. 정몽준 현대중공업 대주주는 관련 계열사 임원을 따로 맡고 있지 않고, 아산재단 이사장 직함을 별도 보유 중이다.

해당 그룹 계열사 중 한 곳에서라도 ‘대표이사’를 맡고 있는 총수는 27명으로 조사 대상 55명 기준 49%에 그쳤다. 계열사에서 CEO 역할을 하고 있는 동일인은 55명 중 절반도 되지 않는다는 얘기다.

대표이사인 동시에 회장이라는 직함을 사용하는 그룹 총수는 모두 25명(45.5%)이었다. 각종 권한과 지위를 행사하면서도 법적 책임을 피해가려는 그룹 총수가 평균 두 명중 한 명꼴인 셈이다.

55명 총수를 경영 세대별로 분류해보면 창업 2세 경영자가 22명으로 가장 많았고, 창업 1세대 총수도 20명이나 됐다. 3세 및 4세 경영자는 각각 11명, 2명으로 파악됐다.

정몽구 현대자동차 명예회장, 신동빈롯데 회장, 조석래 효성 명예회장, 조양래 한국타이어 회장 등은 대표적인 창업 2세 총수들이다.

조석래 명예회장과 조양래 회장은 형제지간이다. 김범수 카카오 의장, 이해진 네이버 GIO, 김정주 넥슨 대표이사, 방준혁 넷마블 의장 등은 창업 1세대다. 이와 달리 LG 구광모 회장과 두산 박정원 회장은 창업 4세 총수에 속했다.

그룹 총수들이 나온 대학(학부기준)을 살펴보면 ‘고려대’가 13명으로 가장 많았고, 서울대(11명), 연세대(4명), 건국대·한양대(각 2명) 순으로 나타났다. 전공은 ‘경영학도’ 출신이 18명으로 최다였다. 이어 경제학(8명), 건축공학(3명) 등으로 파악됐다.

단일 학과별 대학 중에서는 ‘고려대 경영학과’가 그룹 총수의 최고 요람지로 꼽혔다. 55명의 총수 중 무려 10명이 여기에 포함됐다. 허창수 GS건설 회장, 박현주 미래에셋 회장, 김윤 삼양 회장, 정몽원 한라 회장, 정몽진 KCC 회장, 두산 박정원 회장 등이 고려대 경영학과 선후배 동문 그룹 총수들이다.

이번 조사 대상 55개 그룹 집단 중 6촌 이내 혈족과 4촌 이내 인척을 포함한 총수의 친족 등이 해당 그룹 계열사에서 주식을 보유한 인원은 모두 580명으로 집계됐다. 한 개 그룹 당 평균 10명 정도의 친족들이 해당 그룹 계열사 주식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50곳이 넘는 그룹 중에서도 서정진 명예회장의 친족 중 52명이 셀트리온 그룹 계열사에서 주식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조사 대상 588명의 그룹 총수 친인척의 9%에 해당될 정도로 다른 그룹에 비해 상대적으로 많은 숫자다.

이어 GS(41명), 두산(31명), LS(27명), 삼양(26명), KCC(23명) 그룹도 20명 이상 되는 친족들이 계열사 주식을 보유 중인 것으로 파악됐다.

반면 19개 그룹은 5명미만이었다. 이중 방준혁 넷마블 의장의 친인척 중 그 누구도 해당 계열사 주식을 보유하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김남구 한국투자금융 회장의 친족 중에서도 주식 보유자가 한 명도 없어 눈길을 끌었다.

이외 이랜드·장금장선(각 1명), 현대중공업·신세계·아모레퍼시픽·현대백화점·IMM인베스트먼트(각 2명) 그룹 등도 주식을 보유한 친족이 1~2명 정도에 불과했다.

오일선 한국CXO연구소장은 “넷마블을 비롯해 카카오·네이버·넥슨 등 최근 급성장하고 있는 IT그룹들은 친족들이 유의미한 지분을 소유하고 있는 경우가 적고, 계열사에서 등기임원을 맡는 경우도 다른 그룹에 비해 현저히 낮다”며 “다른 전통 그룹들처럼 일률적으로 동일한 법을 적용하는 것이 시대 흐름에 부합되는 지 면밀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김범석 첫 ‘외국인 총수’ 될까…“새로운 기준 재정비 필요”

공정위는 오늘(29일) 올해 자산총액이 5조원 이상인 공시 대상기업 집단(대기업 집단)과 동일인(총수) 명단을 발표한다.

이번 발표에서 미국 국적인 김범석 쿠팡 이사회 의장이 첫 ‘외국인 총수’가 될지 여부에 눈길이 쏠리는 가운데, 현대자동차그룹과 효성 등도 총수가 바뀔 가능성에 무게가 실린다.

그동안 공정위가 쿠팡을 대기업으로 분류하면서 총수로 미국 국적인 김범수 이사회 의장을 지정할지를 두고 ‘갑론을박’이 벌어지기도 했다.

△미국 국적인 김 의장을 총수로 지정할 수 있는지 △본사가 미국에 있는 회사를 총수가 있는 대기업 집단으로 지정할 때 실효성이 있는지 △총수 지정이라는 과거의 제도가 기업 혁신을 막는 건 아닌지 등이 주요 쟁점으로 부각되고 있다.

각 그룹의 총수는 일단 그룹 내부에서 누가 총수인지를 결정해 공정위에서 보고하면 공정위가 종합적으로 판단해 최종 총수를 결정한다.

그러나 총수를 결정짓는 기준은 다소 모호하다는 것이 CXO연구소 측의 주장이다.

오일선 소장은 미디어SR에 “그룹을 실질적으로 지배하려면 지분·직위·인사권 행사·투자 결정 등 다양한 부분을 종합적으로 볼 수밖에 없는데 어떤 때는 ‘왜 이 분이 그룹 총수일까’라는 의문점은 여전히 남는다”며 “아직까지는 공정위가 ‘종합적으로 고려해서 총수가 누구인지 판단한다’는 것이 유일한 기준”이라고 꼬집었다.

이로 인해 공정위는 관례를 중요하게 생각할 수밖에 없고, 새로운 변수 등이 나왔을 때 어떻게 처리해야 한다는 명확한 객관적 기준을 갖기 어렵다는 것이 오 소장의 지적이다.

더욱이 그룹 총수를 1년에 한 번 지정하다 보니 그룹 총수가 5월 이후 갑작스럽게 유고를 당할 경우, 최대 1년 정도는 고인(故人)이 그룹 총수 지위를 그대로 유지해야 하는 경우도 생기게 된다.

오 소장은 “중소기업 등을 보호하기 위한 규제 등은 여전히 필요하지만 급격하게 변화하는 경영 환경에 맞게 대기업 집단을 관리하는 기준들은 새롭게 재정비하는 것에 대한 사회적 논의를 심도 깊게 할 시기에 접어들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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