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속세 12조원 이상…연부연납 제도 활용

'이건희 컬렉션' 미술품 기증…"국민 품으로"

감염병·소아암·희귀질환 극복에 1조원 기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우). / flickr 제공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우). / flickr 제공

 

[미디어SR 김다정 기자] 재계의 이목이 집중된 삼성가의 수십조원대 유산 상속과 사회환원 계획이 드디어 공개됐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등을 비롯한 상속인들은 별도의 기자회견 없이 삼성전자를 통해 보도자료 형식으로 28일 오전 고(故)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이 남긴 유산에 대한 상속세 납부 계획과 사회공헌 내용 등을 발표했다.

이 회장의 유산은 주식과 부동산, 미술품, 현금성 자산 등을 합해 총 30조원 규모로 추정된다.

주식 상속세만 11조366억원에 달한다. 주식 상속에 따른 상속세 납부 사례 중 역대 최대 규모다. 이 회장은 삼성전자 4.18%, 삼성생명 20.76%, 삼성물산 2.88%, 삼성SDS 0.01%의 주식을 보유하고 있다.

미술품·부동산·현금 등을 포함하면 총 납부세액은 12조∼13조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된다. 이는 지난  한해동안 정부가 징수한 상속세 세입 규모의 3~4배 수준에 달하는 금액이다.

유족들은 이건희 회장이 남긴 삼성생명, 삼성전자, 삼성물산 등 계열사 지분과 부동산 등 전체 유산의 절반이 넘는 12조원 이상을 상속세로 납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납부 방식 방식은 당초 예상대로 ‘연부연납’ 제도를 통해 올해 4월부터 5년간 6차례에 걸쳐 12조원 규모의 상속세를 분납할 예정이다.

연부연납 제도는 상속 계획을 신고하면서 6분의 1을 납부하고 나머지 6분의 5를 5년 동안 나눠 내는 방식이다. 연부연납 제도를 활용해도 매년 납부해야 하는 상속세가 2조원이 넘는다.

유족들은 “세금 납부는 국민의 당연한 의무로, 마땅히 해야 할 일”이라고 밝혔다.

사회환원 규모도 ‘역대급’…이건희 컬렉션, 국립기관에 기증

유족들은 생전에 ‘기업의 사회적 책임과 상생 노력’을 거듭 강조한 이건희 회장의 뜻에 따라 다양한 사회환원 사업을 지속적으로 이어가기로 했다.

당초 재계에서도 고인의 사재출연 약속과 한국의 반도체 사업을 일으킨 명성 등을 감안할 때 역대 최대 규모의 사회환원 계획이 발표될 것이라는  예측을 내놓은 바 있다.

고 이건희 회장은 평소 “국가경제 발전에 기여함은 물론 사회가 우리에게 기대하고 있는 이상으로 봉사와 헌신을 적극적으로 전개할 것”을 강조하며 삼성의 각종 사회공헌 사업을 주도해왔다.

이에 유족들은 국가경제 기여, 인간 존중, 기부문화 확산 등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역설한 고인의 뜻을 기리기 위해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다양한 사회환원 활동을 진행한다는 계획이다.

특히 이날 사회환원 발표에는 미술계의 관심이 뜨거운 일명 ‘이건희 컬렉션’의 기증 방안도 포함됐다. 이들 미술품은 감정가만 2조5000억원~3조원에 달한다.

국보 등 지정문화재가 다수 포함된 이건희 회장 소유의 고미술품과 세계적 서양화 작품, 국내 유명작가 근대미술 작품 등 총 1만1000여건, 2만3000여점이 국립기관 등에 기증된다.

삼성 관계자는 “지정문화재 등이 이번과 같이 대규모로 국가에 기증되는 것은 전례가 없어, 국내 문화자산 보존은 물론 국민의 문화 향유권 제고 및 미술사 연구 등에 기여할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하기도 했다.

겸재 정선의 <인왕제색도>(국보 216호), 단원 김홍도의 <추성부도>(보물 1393호), 고려 불화 <천수관음 보살도>(보물 2015호) 등 지정문화재 60건(국보 14건, 보물 46건)을 비롯해 국내에 유일한 문화재 또는 최고(最古) 유물과 고서, 고지도 등 개인 소장 고미술품 2만1600여점은 국립박물관에 기증된다.

김환기의 <여인들과 항아리>, 박수근의 <절구질하는 여인>, 이중섭의 <황소>, 장욱진의 <소녀/나룻배> 등 한국 근대 미술 대표작가들의 작품 및 사료적 가치가 높은 작가들의 미술품과 드로잉 등 근대 미술품 1600여점은 국립현대미술관 등에 기증할 예정이다.

한국 근대 미술에 큰 족적을 남긴 작가들의 작품 중 일부는 광주시립미술관, 전남도립미술관, 대구미술관 등 작가 연고지의 지자체 미술관과 이중섭미술관, 박수근미술관 등 작가 미술관에 기증하기로 했다.

국민들이 국내에서도 서양 미술의 수작을 감상할 수 있도록 국립현대미술관에는 모네의 <수련이 있는 연못>, 호안 미로의 <구성>, 살바도르 달리의 <켄타우로스 가족> 및 샤갈, 피카소, 르누아르, 고갱, 피사로 등의 작품도 기증한다.

의료 공헌 실천…유족 “고인 뜻 기려 사회적 책임 다할 것”

유족들은 감염병·소아암·희귀질환 극복 등 의료 공헌 실천 계획도 발표했다.

삼성전자는 “유족들이 인류의 최대 위협으로 부상한 감염병에 대응하고 이를 극복하기 위한 인프라 구축을 위해 7000억원을 기부하기로 했다”며 “기부금은 국립중앙의료원에 출연된 후, 관련 기관들이 협의해 감염병전문병원과 연구소의 건립 및 운영 등에 활용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 가운데 5000억원은 한국 최초의 감염병 전문병원인 ‘중앙감염병 전문병원’ 건립에 사용된다.

중앙감염병 전문병원은 일반·중환자·고도 음압병상, 음압수술실, 생물안전 검사실 등 첨단 설비까지 갖춘 150병상 규모의 세계적인 수준의 병원으로 건립될 예정이다.

나머지 2000억원은 질병관리청 산하 국립감염병연구소의 최첨단 연구소 건축 및 피료 설비 구축, 감염병 백신 및 치료제 개발을 위한 제반 연구 지원 등 감염병 대응을 위한 인프라 확충에 사용된다.

유족들은 소아암·희귀질환으로 고통을 겪으면서도 비싼 치료비 때문에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하는 어린인 환자들을 위해서도 3000억원을 지원한다.

향후 10년간 가정형편이 어려운 소아암·희귀질환 환아를 대상으로 유전자 검사·치료, 항암 치료, 희귀질환 신약 치료 등을 위한 비용을 지원하기로 했다.

유족들은 서울대어린이병원을 주관기관으로 하는 위원회를 구성해 소아암, 희귀질환 어린이 환자 지원 사업을 운영하기로 했다.

위원회는 전국에서 접수를 받아 도움을 가장 필요로 하는 어린이 환자를 선정해 지원할 방침이다.

백혈병·림프종 등 13종류의 소아암 환아 지원에 1500억원, 크론병 등 14종류의 희귀질환 환아들을 위해 600억원을 지원할 예정이다.

이를 통해 향후 10년 동안 소아암 환아 1만2000명, 희귀질환 환아 5000여명 등 총 1만7000여명이 도움을 받을 전망이다.

이와 함께 삼성은 소아암, 희귀질환 임상연구 및 치료제 연구를 위한 인프라 구축에도 900억원을 투입키로 했다.

삼성 관계자는 “이번 상속세 납부와 사회환원 계획은 갑자기 결정된 게 아니라 그동안 면면히 이어져온 정신을 계승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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