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법원 "신동빈 회장, 이사 결격 사유 없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제공 : 롯데지주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제공 : 롯데지주

[미디어SR 김다정 기자] 경영권을 둘러싼 롯데가(家) ‘형제의 난’은 동생인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계속해서 우위를 점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015년 이후 신동주 SDJ코퍼레이션 회장(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은 동생을 상대로 국내외에서 제기한 소송과 주주총회 제안에서 모두 고배를 마셨기 때문이다.

최근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의 롯데홀딩스 이사 해임을 요구하며 일본에서 제기한 소송에서도 패소하면서, 신동빈 회장이 경영권 분쟁을 마무리하고 ‘롯데 원톱’으로서의 입지를 더욱 공고히 할지 재계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23일 재계에 따르면 도쿄지방법원은 전날 열린 재판에서 신동빈 회장이 한국법에 따른 형사 유죄 판결을 받았지만, 롯데홀딩스는 해당 사실을 충분히 인지한 상태에서 신동빈 회장을 이사로 선임했으므로 결격 사유가 없고, 해사 행위에도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결했다.

앞서 지난해 6월 신동주 전 부회장은 롯데홀딩스 정기주주총회에서 신동빈 회장이 2017년 ‘국정농단’ 사건에서 유죄 판결을 받았으므로 임원 자격이 없다며 이사 해임 안건을 올 제기한 바 있다.

당시 신동주 전 부회장은 “한국 롯데그룹 계열사 직무와 관련해 유죄 판결이 확정된 사람이 롯데홀딩스 이사직을 맡고 있다는 것은 준법 경영상 허용될 수 없다”는 주장을 폈다.

하지만 해임안이 받아들여지지 않자 한달 뒤인 7월, 일본 법원에 신동빈 회장의 롯데홀딩스 이사직 해임을 요구하는 소송을 제기하면서 법적 대응에 나섰다.

신동주 전 부회장이 제기한 신동빈 회장에 대한 임원해임 소송을 일본 상법에 따른 조치다. 일본 상법에서는 위법행위가 있는 임원의 자격이 없다고 판단될 경우 주주들은 언제든 해임을 요구할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다.

계속되는 경영권 분쟁 상황에 롯데홀딩스 관계자는 미디어SR에 “불필요한 논란을 야기해 롯데의 기업가치를 훼손하는 일을 멈춰 주길 바란다”며 신동주 전 부회장을 겨냥해 일침을 가하기도 했다.

사그라든 경영권 분쟁 ‘불씨’ 되살아날까? ...의견 분분

재계에서는 일본 재판부가 신동빈 회장의 손을 들어주면서 사실상 롯데그룹의 경영권 분쟁의 종지부를 찍었다는 평가에 무게가 실린다.

그룹 내 입지가 좁은 신동주 전 부회장은 경영 복귀를 노리기 위해 소송에 나섰지만 일본 재판부가 신동빈 회장의 손을 들어주면서 경영권 분쟁을 이어나갈 동력을 상실했다는 분석이다.

더욱이 고(故) 신격호 명예회장이 유언장에서 신동빈 회장을 후계자로 지목하면서 경영 복귀를 위한 주주·임직원의 신뢰를 얻을 상황이 여의치 않아 보인다.

신격호 명예회장의 도쿄 집무실에서 신동빈 회장을 후계자로 정한다는 내용의 유언장이 나왔을 당시에도 신동주 전 부회장은 “이 유언장은 법적 효력이 없다”며 반발한 바 있다.

다만 일각에서는 신동주 전 부회장의 경영 복귀 의지가 크다는 점에서 ‘경영권 분쟁’이 앞으로도 줄기차게 이어질 것이라고 보는 시각도 있다. 갈등의 불씨가 아직도 살아있다는 얘기다.

특히 올해 6월로 예정된 롯데홀딩스 정기 주총에서 신 회장의 해임안은 제출하지 않더라도 자신의 이사 선임안을 제출하며 경영 복귀를 시도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실제로 일본의 기업승계 컨설턴트 회사 니혼덴쇼의 대표 오타 히사야(太田久也)는 최근 펴낸 신간 ‘사업승계의 나침판‘에서 롯데그룹 경영권 분쟁의 재발 가능성을 제기했다.

롯데홀딩스의 최대주주는 신동주 회장이 대주주로 있는 광윤사다. 그러나 종업원지주회 및 임원지주회 등과 연합한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측이 실질적 경영권을 쥐고 있다는 이유에서 경영권 분쟁의 불씨가 남아있다고 관측하고 있다.

저자가 신동주 전 부회장의 주장을 토대로 신격호 명예회장의 유산 상속을 분석한 결과 신동주 전 부회장은 창업주의 롯데홀딩스 지분 중 절반만 승계하더라도 일본 롯데홀딩스 지분 3분의 1 수준을 보유하게 된다.

일본 롯데홀딩스의 지분구조가 비공개여서 제3자가 정확한 수치를 확인할 순 없으나, 신동주 회장의 의결권 지분율은 광윤사와 본인 소유 등을 포함해 33.48%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는 당장 경영 복귀는 어렵더라도 신동주 전 부회장이 회사의 주요 의사결정 카드를 쥐게 됐다는 것을 의미한다.

저자는 “신동주 전 부회장이 회사의 주요 의사결정을 거부할 권한을 가지게 된다면 신동빈 회장이 추진 중인 호텔롯데, 롯데렌탈 등의 상장을 통한 한국 계열사 중심의 지주체제 전환도 어려워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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