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티銀 소매금융 사업 '출구전략'에 금융권 관심

다양한 인수 시나리오…시장 구도 재편 가능성도

한국씨티은행 본점 사옥. 사진. 씨티은행.
한국씨티은행 본점 사옥. 사진. 씨티은행.

[미디어SR 김병주 기자] 씨티은행의 국내 소매금융 철수 발표가 금융권 전반에 적잖은 후폭풍을 가져오고 있다. 벌써부터 소매금융 강화를 노리는 몇몇 금융사들이 인수 후보군으로 하마평에 오르고 있다.

여기에 동남아 지역에서 철수를 검토중인 현지 씨티은행 사업부문에 대한 국내 금융지주사들의 인수 가능성까지 대두되면서 씨티은행 발(發) 시장 구도 변화 가능성에도 관심이 모아진다.

20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한국씨티은행은 오는 27일 이사회를 열고 본사 차원의 방침을 기반으로 사업 정리에 대한 본격적인 논의를 시작한다. 일단 한국씨티은행측은 구체적인 일정이나 사업 정리안이 나오기 전까지는 현재 업무를 그대로 유지하겠다는 계획이다.

실제로 한국씨티은행측은 자사 홈페이지를 통해 “고객들의 불편함이 없도록 지점영업, 콜센터 등 대고객 업무는 현재와 동일하게 유지된다”고 공지했다. 금융당국 역시 한국씨티은행측과 긴밀하게 소통해 고객 불편을 최소화 할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업계의 관심은 한국씨티은행의 소매금융 사업 ‘출구 전략’에 쏠리고 있다. 금융업계에서는 국내외 사례에 근거해 ▲분리매각 ▲통매각 ▲단계적 철수의 3가지 방안이 언급되고 있다.

우선 분리매각은 말 그대로, 소매금융에 해당하는 ‘카드’, ‘자산관리(WM)’ 등을 별도로 매각하는 방식이다. 해당 사업의 경쟁력 강화를 노리는 일부 금융지주사들이 벌써부터 인수 후보군으로 거론되고 있다.

일단 오랜기간 한국씨티은행이 WM분야에서 강점을 보여 온 만큼, WM사업만 별도의 매물로 나올 경우 상당수 금융사에서 관심을 가질 수 있다는 해석도 나온다.

카드 사업도 마찬가지다. 카드업계의 한 관계자는 미디어SR에 “씨티카드의 시장 점유율은 1% 수준에 불과하지만 상당수 고객이 소위 ‘고자산가’로 분류되고, 연체율도 낮은 만큼 충분히 매력적인 매물일 수 있다”고 귀띔했다.

소매금융 전체를 통째로 매각하는 방식도 가능하다. 이럴 경우 인수 후보군은 소위 ‘수도권 진출’을 노리는 지방은행, 또는 오프라인 점포 확장을 도모하는 제2금융권으로 압축된다.

사진. 셔터스톡.
사진. 셔터스톡.

만약, 통매각 방식이 확정될 경우 변수는 현재 점포에서 근무중인 한국씨티은행 소속 직원들의 고용 승계 여부가 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 한국씨티은행의 점포수는 36개, 영업직원수는 900여명이다. 전체 소매금융 종사 직원은 2500여명에 달한다. 전 인력의 고용승계는 인수희망기업 측에도 적잖은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다만 통매각 방식이 고객 불편을 최소화하는 최선의 시나리오라는데는 대다수 금융권 관계자들도 동의하고 있다. 금융업계의 한 관계자는 미디어SR에 “통매각이 현실화될 경우, 고객의 모든 금융자산은 인수하는 금융사가 모두 승계하게 된다”며 “고객의 입장에서는 큰 혼돈없이 기존의 금융업무를 그대로 제공받을 수 있을 것”고 말했다.

단계적 사업 철수도 예상 가능한 시나리오다. 다만 이 시나리오가 현실화될 경우 노조의 반발, 나아가 금융권 내의 적잖은 진통도 예상된다. 현재 한국씨티은행 노조는 “매각 뿐 아니라 철수도 본사 마음대로 정할 수 없다”는 강경한 입장을 유지하며 대책 마련에 분주하다.

한편 일각에서는 소매금융 철수가 확정된 일부 해외 시장에서 국내 금융지주사들이 인수 시도에 나설 가능성도 제기하고 있다. 현재 씨티그룹이 발표한 소매금융 철수 대상국가는 호주, 중국, 대만, 러시아 등 13개국이다. 이 가운데 인도네시아, 베트남, 말레이시아, 필리핀 등 동남아 국가는 오래전부터 국내 금융지주사들이 관심을 가져온 시장이다.

실제로 베트남 시장의 경우, 대다수 금융지주사들이 동남아 시장 진출을 위한 전초기지로 삼고 지점 운영 및 영업을 진행하고 있다. 이미 동남아 현지에서 기반을 닦아놓은 씨티은행의 소매금융 사업을 인수할 경우, 보다 공격적인 영업 전개도 가능하다.

국내 한 금융지주사의 관계자는 미디어SR에 “인수 여부를 떠나 동남아시아 지역은 국내 금융사들에게 분명 매력적인 시장”이라면서도 “아직 이와 관련해 내부적으로 논의한 바는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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