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괴적 혁신’ 카드업계 룰(Rule) 브레이커

디지털‧디자인 강점 앞세워 금융혁신 리딩

정태영 현대카드 부회장. 사진. 현대카드.
정태영 현대카드 부회장. 사진. 현대카드.

[미디어SR 김병주 기자] 현대카드는 정태영 부회장(Ceo)의 진두지휘하에 ‘슈퍼위크’로 대표되는 각종 문화·예술(Art) 혜택과 과감히 틀을 깨는 창조적 파괴(Rule Breaker)로 성장해왔다. 최근에도 ‘디자인(Design)’과 ‘디지털(Digital)’이라는 키워드를 앞세워 카드업계 3위(지난해 4분기 점유율 기준)에 오르는 성과를 거두고 있다. 이처럼 ‘C‧A‧R‧D’라는 핵심 키워드를 기반으로 성장드라이브를 달리고 있는 현대카드의 전략을 입체적으로 짚어본다.

카드업계의 룰 브레이커

스마트폰이 보급되기 이전인 2000년대 초반, 국내 휴대폰 시장을 뒤흔든 낯선 디자인의 제품이 등장했다. 소위 ‘가로본능’이라는 애칭으로 불렸던 이 휴대폰은 액정화면을 ‘가로로 돌려본다’는 아이디어를 상용화해 그야말로 돌풍을 일으켰다.

그런데 여기서 반드시 짚고 넘어갈 점이 있다. 가로 형태의 액정은 사실 거의 모든 디스플레이 기기에서 찾아볼 수 있다. TV, 모니터, 극장 스크린 등 디스플레이 화면은 모두 가로가 세로보다 길다. 어찌보면 ‘가로본능’은 첨단기술의 총아였던 휴대폰이 아날로그 시대의 디스플레이 기기를 따라간 디자인이라고 볼 수도 있다.

특히 디스플레이 기기와는 반대로 ‘세로보다 가로가 길어야 한다’는 고정관념을 가진 것 중 하나가 바로 ‘카드’였다. 지금도 거의 모든 신용카드들은 가로가 긴 네모난 모양에, 이름과 카드번호가 앞면에 기재된 형태를 띠고 있다.

특히 카드사의 입장에서 소위 ‘카드 플레이트(실물 카드)’는 고객과 카드사를 연결하는 핵심 매개물이자 기업의 정체성을 상징한다. 다양한 혜택과 고객 서비스를 제공하더라도 쉽사리 카드 형태를 바꾸지 못하는 이유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지난 2017년 현대카드는 이러한 틀을 과감히 깨는 시도를 단행한다. 가로형태에서 벗어나 과감히 세로 형태의 카드 플레이트를 도입한 것이다.

단지 방향만 바꾼 것은 아니었다. 카드 앞면에 기재되던 이름과 카드번호를 과감히 뒷면에 배치했다. 색상도 과감해졌다. 기존 단색 컬러만 고집하던 것에서 벗어나 레드, 블루, 그린 등 다양한 컬러를 카드에 도입했다.

현대카드가 지난 2018년 선보인 프리미엄 카드 the Green. 세로 플레이트와 초록색상이 눈에 띈다. 사진. 현대카드.
현대카드가 지난 2018년 선보인 프리미엄 카드 the Green. 세로 플레이트와 초록색상이 눈에 띈다. 사진. 현대카드.

물론 적잖은 어려움도 있었다. 해외에서도 시도된 바 없던 도전이었기에 반발도 있었다. 실제로 정태영 부회장은 당시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발상은 간단했지만 몇십년 동안 사용된 공통의 포맷을 한국 기업이 글로벌 결제사를 설득하며 바꾸기란 쉬운 일이 아니었다”며 “그럼에도 카드에 IC칩이 탑재된 이후 카드를 세로로 쓰는 일이 많아졌기 때문에 세계 최초로 세로 형태의 카드를 만들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시도는 현대카드를 단숨에 금융업계의 혁신기업, 나아가 ‘창조적 파괴’를 선도하는 기업으로 자리매김하게 했다.

디자인과 디지털로 승부한다

현대카드의 혁신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그 중심에는 바로 디자인(Design)과 디지털(Digital)이 존재한다. 디자인이 과거와 현재의 혁신을 상징한다면, 디지털은 미래의 현대카드를 만들어갈 키워드다.

디자인 역량은 앞서 언급한 ‘룰 브레이커’로서의 사례 중 하나인 ‘세로카드’로 이미 확인이 가능하다. 참고로 신용카드 디자인이라는 말을 처음 쓴 곳이 바로 현대카드다.

“현대카드가 생각하는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이 모바일 앱을 출시하고 단순 서비스를 디지털화 하는 것을 넘어 인공지능(AI) 알고리즘을 효율적이고 명확하게 활용하는 것이다.”

정태영 부회장이 최근 클럽하우스에서 진행한 대담에서 말한 이 문장에서 현대카드의 디지털 전략의 방향성을 엿볼 수 있다.

현대카드 디지털 전략의 시작은 지난 2015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현대카드는 ‘디지털 현대카드’라는 구호를 전면에 내세우며 디지털 기업으로의 전환을 적극 추진했다. 데이터 사이언스 전문가들을 활용해 고객 맞춤형 서비스 개발에 집중했다. 지난해 전면 리뉴얼 한 ‘현대카드 앱’은 이러한 노력의 산물이다.

당시 리뉴얼을 통해 현대카드는 데이터 분석 노하우를 기반으로 고객에게 맞춤형 금융‧생활‧문화 콘텐츠를 최적화된 형태로 제공한다. 특히 데이터 기반의 고객 소비 패턴 분석을 통해 맞춤형 혜택을 추천하는 ‘3층 시스템’은 고개들의 높은 만족도를 이끌어내고도 있다.

현대카드 애자일 오피스. 이 공간은 디지털 혁신을 지향하는 현대카드의 업무 문화가 담겨있는 공간으로 구성됐다. 사진. 현대카드.
현대카드 애자일 오피스. 이 공간은 디지털 혁신을 지향하는 현대카드의 업무 문화가 담겨있는 공간으로 구성됐다. 사진. 현대카드.

현대카드의 이러한 디지털 전략은 코로나19사태 이후 언택트 기조가 보편화 된 상황에서 더욱 두드러졌다. 디지털 전략의 키워드 중 하나로 ‘온라인 발급’을 내세운 현대카드는 디지털 프로세스 고도화를 통해 회원모집 비용을 대폭 줄였다. 또 지난 2019년 도입한 ‘신용카드 실시간 발급 서비스’는 코로나19사태로 비대면을 선호하는 사회적 흐름과 절묘하게 맞아 떨어졌다.

신용카드 실시간 발급 서비스는 ‘5분 발급’을 표방한 서비스다. 신분증을 포함해 개인정보만 입력하면 신용평가사에 등재된 자신의 금융정보가 실시간으로 카드사에 전송, 입력된다. 이처럼 간편한 절차만 거치면 5분 이내에 카드 발급 심사 및 결과를 받을 수 있다.

당시 대다수 카드사들이 이와 유사한 실시간 발급 서비스를 도입·론칭했지만 편의성과 신속성 측면에서 현대카드의 서비스에 미치지 못했다는것이 업계 전문가들의 귀띔이다.

한편 최근 진행된 각자 대표이사 체제 전환의 표면적 이유도 디지털 전략과 무관하지 않다. 현대카드 관계자는 “디지털 전환이라는 흐름에 보다 적극적이고 공격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각자 대표이사 체제로의 전환을 결정하게 됐다”고 밝힌 바 있다.

현대카드에게 올해는 중요한 변곡점을 될 전망이다. PLCC상품 강화와 공격적인 경영 전략이 어우러진다면 지난해 4분기 탈환한 업계 3위 자리를 공고히 할 수 있을 뿐 아니라 더 높은 곳으로 갈 수 있는 기회도 엿볼 수 있다.

또 몇 년 간 현대카드의 숙원사업 중 하나였던 기업공개(IPO)의 발판도 마련해야 하는 시점이다. 현대카드는 지난 2019년 상장 주간사 선정 계획을 발표했지만, 이후 별다른 진척이 없는 상황이다.

현대카드가 올해도 앞서 언급한 4가지 키워드, ‘C·A·R·’D를 기반으로 금융테크 대표기업, 나아가 혁신 기업로서의 면모를 보여줄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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