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이마트
사진=이마트

[미디어SR 김다정 기자]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의 과감한 행보가 유통업계의 판을 뒤흔들고 있다.

신세계는 야구단 인수를 시작으로 네이버와의 지분교환, 이베이코리아 인수전 참여, W컨셉 인수 등 연일 거침없는 이슈몰이로 유통업계의 이목을 끌고 있다.

정용진 부회장은 올해 신년사에서도 “시장 환경이 급격하게 재편되는 2021년이 오히려 최상의 기회가 될 수 있다”며 “과거의 관성을 버리고 반드시 이기는 한 해를 만들자”고 임직원들에게 혁신 마인드를 주문한 바 있다.

‘이기는 한 해’라는 포부를 밝힌 정 부회장의 언행은 말 그대로 과감한 수준을 뛰어넘어 그야말로 판을 엎겠다는 강력한 의지까지 읽힌다.

정용진 부회장이 지난해 이마트 최대주주로 올라선 이후 이마트는 공격적인 마케팅으로 연일 승부수를 띄우고 있다.

이마트는 지난 8일 ‘최저가 가격 보상 적립제’를 전격 시행한다고 발표하면서 유통업계에 ‘출혈경쟁’의 피바람이 불어칠 것을 예고했다.

최저가 가격 보상 적립제는 경쟁사보다 비싼 금액으로 제품을 구매한 고객에게 차액만큼을 되돌려주는 그야말로 파격적인 제도다.

구매 당일 오전 9시부터 12시까지 이마트 앱과 쿠팡, 롯데마트몰, 홈플러스몰의 가격을 비교해 차액을 현금성 포인트 ‘e머니’로 적립해준다는 것이다. e머니는 이마트 오프라인 매장에서 현금처럼 사용할 수 있는 이마트앱 전용 쇼핑 포인트다.

가격은 이마트앱에서 자동 비교해주기도 한다. 비교 대상은 쿠팡 로켓배송(직매입), 롯데마트몰과 홈플러스몰의 점포배송 상품이다. 가공·생활용품에만 해당되며 ‘신라면’과 ‘햇반’,‘ 코카콜라’, ‘삼다수’ 등 인기 상품도 대거 포함된 점이 눈에 띈다.

최훈학 이마트 마케팅 상무는 “지난해 점포 리뉴얼로 오프라인 매장의 가능성을 재확인했다”며 “각자 경쟁력까지 갖추자는 취지에서 최저가격 보상제를 마련했다”고 강조했다.

유통업계 뒤흔드는 ‘최저가 혈투’…실탄 확보한 ‘쿠팡’ 견제 나선듯

업계에서는 이마트가 공격적인 마케팅으로 승부수를 띄우면서 출혈경쟁이 불가피하며, 결국 누가 살아남을지 촉각을 곤두세운 채 지켜보고 있다.

이마트는 앞서 1997년부터 자사 상품이 자사 상품이 동일 상권(반경 5㎞) 내 다른 대형마트 보다 비싼 경우 이를 보상하는 제도를 실시하다가 2007년 중단한 바 있다.

하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영향으로 온라인 쇼핑이 강화됐고, 이커머스업체들이 세를 확장하면서 또다시 최저가 보상제 카드를 꺼내든 것으로 보인다.

최근 유통업계는 쿠팡이 성공적인 뉴욕 증시 데뷔를 통한 막대한 자금력으로 시장 영향력을 넓혀가는 동시에 기존 유통업체들도 치열한 방어전을 벌이며 격전이 한창이다.

결국 유통업체들은 ‘춘추전국시대’에서 너도나도 공격적으로 가격 경쟁에 나서 시장 지배력을 높이는 전략을 취하고 있는 모양새다.

실탄을 확보한 쿠팡은 지난 2일 로켓배송 상품을 하나만 주문해도 무료로 배송해주는 행사에 돌입하며 기선 제압에 나섰다.

쿠팡이 과거 로켓배송을 도입한 초창기에 조건없는 무료배송 이벤트를 한 적은 있지만 이후 한동안 유료 멤버십인 ‘와우 멤버십’ 회원에게만 제공해오던 것을 '전가의 보도'처럼 다시 휘두르기 시작한 셈이다. 쿠팡은 이번 행사를 통해 로켓와우 회원이 아니더라도 누구나 로켓배송 상품을 별도 배송비 없이 주문할 수 있다는 점을 부각시키고 있다. 

쿠팡 관계자는 “열심히 최저가를 검색했지만, 막상 주문을 하려고 보면 배송비가 추가돼 더는 최저가가 아니었다는 소비자들의 경험담을 충분히 감안해 소비자의 마음으로 행사를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이런 상황에서 거래액 기준 업계 1위 사업자인 네이버 역시 고객 혜택을 늘리며 맞대응에 나선 상황이다.

한성숙 네이버 대표는 지난 1일 주주에게 보내는 서한을 통해 “네이버 장보기에서 신세계·이마트 상품 당일배송·익일배송을 도입하고 스마트스토어 신선식품을 배송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업계에서는 쿠팡의 상장을 계기로 한동안 사라졌던 최저가 보상제 등 출혈경쟁이 다시 재점화될 조짐을 보이자 쿠팡과 반(反)쿠팡 연대를 중심으로 한 생존 경쟁이 더욱 격화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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