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반도체 만회한 스마트폰·가전…영업이익 9조3000억원

LG전자, 12년 만에 영업이익 ‘신기록’…올해 영업이익 4조원 기대

'삼성 갤럭시 언팩 2021'에서 삼성전자 무선사업부장 노태문 사장이 '갤럭시 S21' 시리즈를 소개하고 있다. 사진=삼성전자 제공
'삼성 갤럭시 언팩 2021'에서 삼성전자 무선사업부장 노태문 사장이 '갤럭시 S21' 시리즈를 소개하고 있다. 사진=삼성전자 제공

[미디어SR 김다정 기자]삼성전자와 LG전자가 올해 1분기에 나란히 역대급 성적을 내면서 쾌조의 스타트를 끊었다.

삼성전자는 ‘반도체 대란’ 악재 속에서도 스마트폰과 프리미엄 TV·가전 등 완성품들이 시장에서 선전하면서 올해 연간 실적 향상에 대한 기대감을 높였다.

7일 삼성전자에 따르면 1분기 경영실적을 잠정 집계한 결과 매출 65조원, 영업이익 9조3000억원을 달성했다.

이는 작년 1분기 기록한 매출 52조4000억원, 영업이익 6조2300억원 대비 각각 17.48%, 44.19% 증가한 것이다.

1분기 매출은 역대 최대치였던 지난해 3분기(66조9600억원)에 버금가는 수준이다.

영업이익은 8조9000억원으로 예상됐던 시장의 전망치(컨센서스)를 크게 웃도는 호실적이다. 반도체 슈퍼사이클(장기호황)을 누렸던 2018년 1분기 15조6400억원에 이은 역대 두 번째 기록이다.

이번 실적 발표는 투자자들의 편의를 돕는 차원에서 제공하는 잠정치로 사업부문별 실적은 공개되지 않는다.

하지만 증권가에서는 반도체 수익이 당초 기대에 못 미쳤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공급에 따라 그동안 억눌렸던 소비 심리가 폭발하면서 스마트폰과 TV·가전 등의 매출이 실적을 만회한 것으로 분석한다.

반도체 부분의 경우 지난 2월 미국 텍사스주 오스틴에 위치한 반도체 공장이 이상 기후로 인한 정전사태로 한동안 가동이 중단됐다. 6주 만에 정상화 단계에 이르긴 했으나 완전 정상화까지는 아직 더 상당한 기간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된다.

정확한 피해 규모는 알려지지 않았으나 증권가에서는 오스틴 파운드리 공장의 재가동이 한 달 이상 지연되면서 매출 기준으로 3000억원 안팎의 손실이 발생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반도체부문은 3조원대 중반 수준의 영업이익을 낸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전년 동기 3조9890억원과 비교하면 3890억~6890억원이 줄어든 수치다.

김운호 IBK 김운호 연구원은 “반도체는 D램과 낸드 모두 평균 판매 가격이 상승한 것으로 보이지만 미국 오스틴 팹 정전에 따른 손실이 영업이익 개선에 기여하지 못한 것으로 여겨진다”고 설명했다.

삼성전자는 당초 3월에서 1월로 출시 시기를 앞당긴 플래그십 모델 갤럭시 S21과 보급형 갤럭시 A시리즈 덕분에 스마트폰을 담당하는 모바일(IM) 부문에서 판매 호조를 보였다.

실제로 갤럭시 S21은 출시 57일 만인 지난달 26일 기준으로 판매량이 100만대를 돌파했다. 증권가는 1분기 삼성전자의 스마트폰 출하량이 당초 전망치보다 많은 7500만∼7600만대로 추정했다.

IM 부문 영업이익은 지난해 같은 기간 2조6530억원 대비 56% 늘어난 4조1500억원으로 전망된다.

신제품의 흥행과 함께 수익성이 뛰어난 갤럭시 버즈 등 웨어러블 제품의 매출 증가도 영업이익 개선에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TV를 비롯한 가전 역시 신제품 출시와 프리미엄 가전의 판매호조로 영업이익이 1조원에 육박할 것으로 예상된다.

코로나19로 인한 보복 소비와 집콕 수요 덕분에 작년 말의 상승세를 이어간 데다가 연초 네오(Neo) QLED 등 고가의 신제품 출시로 기존 프리미엄 QLED TV와 LCD TV의 프로모션을 강화한 효과 덕분으로 풀이된다. 

“가전은 역시 LG전자”…휴대폰 적자에도 생활가전·TV 호조

삼성전자가 9조원이 넘는 영업이익을 낸 가운데 LG전자도 창사 이래 분기 사상 최대 실적을 달성했다. 1조원대 초반으로 예상했던 시장의 영업이익 전망치(컨센서스)도 크게 웃도는 ‘어닝서프라이즈’(깜짝 실적)다.

특히 이번 LG전자의 역대급 실적은 휴대폰 부문의 사업 철수를 결정한 상황 속에서 일궈낸 결과여서 더욱 주목받고 있다.

LG전자는 올해 1분기 실적을 잠정 집계한 결과 18조8057억원, 영업이익 1조5178억원을 기록했다고 7일 밝혔다. 매출·영업이익 모두 분기 사상 역대 최대 실적이다.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27.7% 늘었다. 이전까지 역대 최대였던 2020년 4분기 18조7808억원에 비해서도 0.1% 증가한 것이다.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39.2%, 2020년 4분기 대비로는 133.4% 각각 늘었다. 이전까지 LG전자의 분기 최대 영업이익은 2009년 거둔 1조2483억원이었다.

이날 부문별 실적이 공개되진 않았으나 LG전자도 삼성전자와 마찬가지로 펜트업(억눌린)·집콕 수요가 이어지며 생활가전과 TV 등이 역대급 실적을 견인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생활가전을 담당하는 H&A사업본부는 프리미엄 제품의 호실적을 바탕으로 6조원대 매출과 8000억원가량의 영업이익을 기록했을 것으로 분석된다.

TV사업을 담당하는 HE사업본부도 올레드(OLED·유기발광다이오드) TV와 나노셀 TV 등 프리미엄 제품 판매 증가에 힘입어 1분기 매출이 작년 동기 대비 30% 정도 늘어난 것으로 예측된다.

LG전자의 미래먹거리로 꼽히는 전장(VS)사업은 완성차 업체의 수요 회복으로,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이 늘고 적자 폭을 줄였을 것으로 예상된다.

세계 최대 가전·IT 전시회 ‘CES 2021’에서 ‘함께 만드는 혁신’을 주제로 한 ‘LG 미래기술대담’이 진행된 가운데 LG전자 CTO 박일평 사장(왼쪽)과 사회자 에이미 알리야(Amy Aleha)가 대화를 나누고 있다. 사진=LG전자 제공
세계 최대 가전·IT 전시회 ‘CES 2021’에서 ‘함께 만드는 혁신’을 주제로 한 ‘LG 미래기술대담’이 진행된 가운데 LG전자 CTO 박일평 사장(왼쪽)과 사회자 에이미 알리야(Amy Aleha)가 대화를 나누고 있다. 사진=LG전자 제공

벌써부터 올해 사상 최대 실적 기대 ‘솔솔’

삼성전자와 LG전자가 나란히 올해 1분기 어닝서프라이즈를 기록하면서 올해 양사가 사상 최대 영업이익을 찍을 것이라는 기대가 높아지고 있다.

삼성전자는 1분기 반도체 부문에서 영업이익이 감소했으나 2분기에는 반도체 중심의 실적 개선이 기대된다. D램 가격 상승이 2분기부터 본격 반영되고 낸드플래시도 상승세로 전환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도현우 NH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D램 등 메모리 반도체 가격 상승이 2분기부터 본격화하면서 삼성전자의 연간 실적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올해 전사 영업이익이 49조원에 달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운호 연구원 역시 “스마트폰과 생활가전의 수익성이 향상되면서 호실적을 거뒀고, 올해 2분기부터는 반도체가 주도하는 실적 개선세가 나타날 것”이라고 예측했다.

LG전자의 경우 사업 구조를 재편하면서 본격적으로 상승세를 탈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LG전자의 올해 영업이익이 4조원에 육박할 것이라는 예상도 있다.

최근 LG전자는 7월 31일자로 모바일 사업을 중단하기로 결정하고, 전장·AI 등 미래 사업 투자를 확대하기로 했다.

휴대폰이 있는 모바일(MC) 부문은 1분기에도 적자가 이어진 것으로 관측된다. 2015년 2분기부터 24분기 연속 적자다.

사업 철수가 결정된 휴대폰 사업이 2분기부터 ‘중단사업손실’로 반영돼 기존 회계처리에서 빠지면서 2분기 영업이익 개선에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올레드를 비롯한 프리미엄 TV와 가전 시장의 호조가 지속되고, 전장 사업에서도 수익이 날 것으로 예상된다.

증권가는 LG전자의 올해 연간 영업이익이 사상 최대였던 지난해(약 3조2000억원) 실적을 훌쩍 뛰어넘어 3조원 후반대에서 4조원에 육박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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