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주의 현장터치] 최현웅 씨드앤 대표 "에너지 효율 솔루션으로 시장 공략"

환경문제 해결을 위해 나선 건축학도… 생활속 익숙한 친환경 기술 만든다

서울 성수동 언더스탠드에비뉴에서 만난 최현웅 씨드앤 대표가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 구혜정 기자.
서울 성수동 언더스탠드에비뉴에서 만난 최현웅 씨드앤 대표가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 구혜정 기자.

[미디어SR 김병주 기자] 최근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국내외 수많은 기업들이 ESG를 경영 전략의 핵심 키워드로 내세우고 있다. 이처럼 ESG는 이제 선택이 아닌 필수로 자리매김 됐다.

ESG경영이라는 목표는 하나라도 그 과정이나 노력은 여러 형태로 표출된다. 그 가운데 가장 쉽게 눈으로 확인할 수 있는 키워드는 바로 E, 즉 환경(Environment)이다. ‘탄소 제로’는 거의 모든 산업계를 관통하는 핵심 경영 가치가 된지 오래다. 미국, 일본, 유럽 등 각국 행정부가 경제정책의 기치로 내건 ‘뉴딜(New Deal)’ 역시 친환경·녹색 성장을 밑자락에 깔고 있다.

국내에서도 친환경 관련 기업들이 주목받고 있다. 특히 남다른 아이디어와 기술력으로 산업계에 활력을 불어넣고 있는 스타트업 생태계에서도 친환경 관련 신생기업이 잇달아 등장하고 있다.

건물 에너지 절감 솔루션 ‘리프(Leaf)’를 개발한 창업 7년차 스타트업 씨드앤(SeedN)은 이미 국내 유수의 기업, 나아가 해외에서도 주목받고 있는 기업 가운데 하나다.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흔히 방문하는 수많은 가게와 점포 가운데 이미 씨드앤의 솔루션이 설치된 곳도 상당수에 이를 정도다.

서울 성수동 인근에서 만난 최현웅 씨드앤 대표는 4일 “환경과 관련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모인 사람들이 만든 작지만 강한 기업”이라고 씨드앤을 소개했다. 최대표는 "소형 건물에서 발생하는 냉난방 에너지 낭비를 줄이기 위한 기술을 세상에 널리 알리겠다"면서 "많은 분들이 손쉽게 동참할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목표"라고 강한 의지를 보였다.

담요에서 영감을 얻다

사람들은 누구나 자신에게 특별한 무언가를 하나쯤은 갖고 있다. 어릴 적 갖고 놀았던 장난감, 아버지가 물려주신 낡은 지갑, 어릴 적 어머니가 해주셨던 맛있는 김치찌개, 아니면 세상을 일깨워준 영화 한 편 일 수도 있다.

남들에게는 평범한 그 무언가가 자신에게는 소중한 기억이자 추억, 또는 훌쩍 커버린 지금의 나를 만든 원동력일지도 모른다.

최현웅 대표는 자신에게 특별한 무언가로 '담요'를 꼽았다. 평범한 건축공학도였던 그를 창업이라는 험난한 길로 이끈 계기는 과연 무엇이었을까.

최 대표는 창업을 결심하던 그 순간이 지금도 생생하다고 한다. 당시 건축공학과를 갓 졸업한 그는 건물 에너지와 친환경 분야를 연구하는 회사에 근무하고 있었다.

최현웅 씨드앤 대표. 사진. 구혜정 기자.
최현웅 씨드앤 대표. 사진. 구혜정 기자.

유독 더운 여름의 어느 날, 그는 우연히 목을 축이기 위해 동료들과 카페에 들어섰다가 낯선 광경을 목격하게 된다.

시원한 에어컨 바람에 땀을 식히고 있는 손님들 사이에서, 두꺼운 담요를 무릎에 올려놓고 차를 마시고 있는 한 손님이 눈에 들어온 것이다.

하지만 이를 별로 대수롭지 않게 여긴 그는 음료를 사서 사무실로 복귀했다. 그런데 사무실로 돌아온 그의 눈에 또 다시 낯선 광경이 펼쳐졌다. 바로 에어컨 바람을 피하기 위해 담요를 덮고 있던 동료들의 모습이었다. 낯설지만 사실은 흔했던 모습을 미처 깨닫지 못하고 있었다는 생각이 불현듯 최대표의 머리를 스쳐 지나갔다.

최 대표는 “이후 건물 에너지 관련 연구논문을 작성하면서 당시 담요를 덥고 추위를 피하고 있던 두 사람의 모습이 과연 정상인가에 하는 의문이 불현듯 생겼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그는 “모든 사람이 편하게 받아들일 수 있는 적정 온도란 과연 어느 수준일까에 대한 진지한 고민을 하게 되는 계기가 됐다"며 "이후 냉난방 에너지 효율성 제고에 대한 연구에 빠져들게 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짧은 회사 생활을 접고 본격적으로 실시간으로 냉난방 에너지를 관리할 수 있는 솔루션 개발의 밑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2013년 시작된 연구는 2015년 창업 전까지 이어졌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현재 씨드앤 솔루션에 탑재된 ‘Seed AI엔진’의 기반을 닦을 수 있었다.

이후 상용화와 사업성에 확신을 가진 그는 2015년 청년창업사관학교를 통해 본격적인 창업의 길로 들어서게 됐다. 작은 의문과 그에 대한 궁금증을 해소하는 과정에서 청년 창업가가 자연스레 탄생한 셈이다. 

종합 예술에 ‘친환경’을 더하다

전문가들은 흔히 건축을 ‘종합 예술’이라고 부른다. 건물의 외관 뿐 아니라 건물 곳곳에 들어가는 요소들이 하나의 완벽한 조화를 이뤄야 비로소 건물로서 하나의 생명을 가질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최현웅 대표는 창업, 그리고 초기 사업 과정에서 ‘건축은 종합예술’이라는 말을 피부로 느낄 수 있었다고 한다. 이는 그의 창업 과정이 그만큼 순탄치 않았다는 의미로 해석되기도 한다. 

최 대표는 창업 초기부터 건축에 대한 전반적인 이해도는 갖췄다고 자부했다고 한다. 하지만 에너지 분야는 전혀 달랐다. 마치 입문자처럼 새롭게 공부를 해야 했다. 전반적인 소프트웨어 개발과 더불어 이를 상품화할 수 있는 하드웨어 장비도 필요했다.

투썸플레이스 매장에 설치된 씨드앤의 에너지 관리 솔루션(좌측 아래 원형 모양). 사진. 씨드앤.
투썸플레이스 매장에 설치된 씨드앤의 에너지 관리 솔루션(좌측 아래 원형 모양). 사진. 씨드앤.

어느 덧 3년이라는 시간이 훌쩍 지났다. 마침내 최현웅 대표와 직원들은 현재 씨드앤의 주력 에너지 관리 솔루션 ‘리프(Leaf)’의 콘셉트와 프로토타입을 개발하는 성취를 맛보게 된다.

하지만 그후에도 힘든 여정은 계속됐다. 솔루션은 윤곽이 잡혔지만 홍보마케팅과 서비스 기획 등 전반적인 비즈니스 요소가 턱없이 부족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현재 개발한 솔루션이 실제 환경에서 원활하게 작동할 수 있는지 파악하는 일종의 ‘테스트’ 과정도 거쳐야 했다. 이를 위해 몇몇 테스트베드를 이용한 검증과 함께 꾸준한 SNS마케팅을 전개하며 실질적인 비즈니스를 위한 준비를 이어갔다.

그 과정에서 씨드앤의 노력을 눈여겨 본 한 프랜차이즈(최 대표는 인터뷰 말미, 이 브랜드가 투썸플레이스라고 귀띔했다) 담당자가 자사의 전 매장에서 씨드앤 솔루션을 테스트해보고 싶다는 연락을 해왔다. 이후 주요 매장에 리프가 설치됐고, 지금까지 솔루션 고도화를 위한 테스트베드로 함께하고 있다.

최현웅 대표는 “리프의 알고리즘 검증 및 실측 데이터 기반 빅데이터 고도화 작업등을 거치며 솔루션의 기술 고도화를 이뤄낼 수 있었다”며 “이같은 배려를 기반으로 보다 많은 레퍼런스를 확보하고 정교화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씨드앤의 솔루션 ‘리프’는 실내 냉난방 에너지 효율을 최적화할 수 있도록 만들어주는 경이로운 제품이다. 실내에 설치해 냉난방기와 연동만 시키면 AI센서가 자동으로 실내 환경 상태를 감지해 최적의 온도를 유지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최대표는 "이 과정에서 공간별로 다소 차이는 있지만 많게는 30% 가량 에너지를 절감해주는 것이 리프의 최대 강점"이라고 소개했다.  

사실 적지 않은 기업이 씨드앤과 유사한 아이템의 사업을 하고 있다. 그 중에는 이름만 들으면 알만한 대형 IT기업도 포함돼 있다. 그 틈을 뚫고 씨드앤이 주목받게 된 까닭, 즉 씨드앤만의 경쟁력은 과연 무엇일까?

최현웅 대표는 그 비결로 ‘데이터 인사이트(Data Insight)’를 꼽았다. 건물 냉난방 에너지의 효율성 제고를 위해 필요한 수많은 데이터를 사물인터넷(IoT), 건물 및 건축 설비, 머신러닝 등 각 요소에 유기적으로 연결할 수 있는 독보적 능력을 갖고 있다는 것이다.

철저한 현장검증도 핵심 경쟁력  중 하나다. 많은 자본과 연구 인력을 기반으로 소위 ‘랩(Lap)’ 기반의 개발에 집중하는 대기업과는 달리, 씨드앤은 철저한 현장검증을 통해 실질적인 고도화 작업을 펼쳤다는 설명이 이어졌다.

최 대표는 “남들보다 앞선 7년 이상의 현장 노하우와 현장에서의 기술 검증, 이에 기반한 경험과 레퍼런스는 누구도 따라올 수 없는 씨드앤 기술 경쟁력의 원천”이라고 역설했다.

최현웅 대표는 "씨드앤의 솔루션이 에너지 친화적 사회의 구현을 앞당기는 작은 신호탄이 되길 희망한다"는 소망을 밝혔다. 최 대표가 인터뷰 도중 포즈를 취하고 있는 모습. 사진. 구혜정 기자.
최현웅 대표는 "씨드앤의 솔루션이 에너지 친화적 사회의 구현을 앞당기는 작은 신호탄이 되길 희망한다"는 소망을 밝혔다. 최 대표가 인터뷰 도중 포즈를 취하고 있는 모습. 사진. 구혜정 기자.

씨드앤의 성과는 비단 국내에만 국한된 것은 아니다. 이미 수 많은 해외 국가에서 씨드앤의 솔루션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중국, 동남아시아 등 아시아지역에서는 벌써부터 업무 제휴나 구매 문의 등이 쇄도하고 있다는 것이다.

최현웅 대표는 “최근 베트남에서 개최된 글로벌 스타트업 대회에서 50위 안에 뽑혀 본선을 준비 중이었지만 코로나19사태의 여파로 대회가 잠시 중단된 상황”이라며 “지금도 여러 나라에서 이런저런 연락이 오고 있지만, 지금은 코로나19 영향과 국내 수요 대응을 위해 일단 국내 사업에 주력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최근들어 최대표는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특히 최근 경영 트렌드로 떠오른 ESG(환경‧사회‧지배구조)전략의 일환으로 친환경 빌딩과 점포를 도입하려는 곳에서 제품 문의가 이어지고 있다.

최현웅 대표는 현재의 비즈니스에 집중하면서도, 궁극적으로 씨드앤의 기술이 특별한 무언가가 아닌 ‘친숙한 생활기술’이 될 수 있도록 더욱 노력하겠다는 목표도 세웠다.

최 대표는 “올해 약 1000개 이상의 매장 또는 사무실에 솔루션을 공급, 각각 15% 이상의 에너지를 줄이는 것이 당면 목표”라며 “궁극적으로 저희의 노력이 ‘에너지 친화적 사회’의 구현을 앞당기는 작은 신호탄이 되길 희망한다”고 속내를 털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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