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상 영업 중지에 현지 인력은 재택 근무 중

사태 장기화 조짐 속 현지 전략 수정도 불가피

KB미얀마은행 개점식. 사진.KB국민은행
KB미얀마은행 개점식. 사진.KB국민은행

[미디어SR 김병주 기자] 미얀마 군부 쿠데타 사태로 현지 사회가 사실상 마비된 가운데, 미얀마에 진출한 국내 은행들의 사업이 큰 차질을 빚고 있다. 신남방 전략의 전초기지로 미얀마를 선택했던 주요 국내 은행들의 현지 행보도 당분간 답보상태를 벗어나기 어려울 것으로 관측된다.

30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미얀마에 진출한 은행, 카드, 보험 등 국내 금융사는 군부 쿠데타 발발 이후 사실상 현지 영업을 중단한 상태다. 지난달 말 기준, 미얀마에 진출한 국내 금융사는 총 24곳에 이른다. 은행이 14개사로 가장 많고 보험 1개사, 카드‧캐피탈 등 여신전문금융사 9곳이 진출해있는 상태다. 

미얀마 현지에 진출한 금융사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해보면 현재 미얀마 내 정상적인 금융업무는 사실상 불가능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미얀마 현지 은행들 마저 파업 중인데다 입‧출금과 같은 기본적인 금융업무 조차 미얀마 군부가 제한적으로 허용하는 등 비정상적인 상황이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시중은행의 한 관계자는 미디어SR에 “군부 쿠데타와 코로나19사태가 겹치면서 최소한의 인력을 제외한 대다수 직원들은 현재 재택근무에 돌입한 실정”이라며 “상황이 장기화될 가능성이 높은 만큼 본사에서도 현지 임직원 및 대사관과도 긴밀한 소통을 이어가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지난 1월, 국내 은행 중 최초로 미얀마에 현지 법인을 설립한 KB국민은행은 코로나19 사태 및 군부 쿠데타로 본격적인 현지 영업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미디어SR에 “현지 법인과 꾸준히 소통하고 있다”며 “현 시점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보다 직원들의 안전”이라고 강조했다.

문제는 현재 미얀마 내부 상황이 좀처럼 안정될 기미를 보이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달 1일 쿠데타로 정권을 장악한 미얀마 군부는 국제사회의 거센 비난에도 불구하고, 이에 반발해 평화 시위에 나선 비무장 시민들을 가혹하게 진압하고 있다.

특히 미얀마 국군의 날이었던 지난 27일에는 최소 114명의 민간인을 무자비하게 학살한 것으로 알려지기도 했다. 이에 주요 외신들은 이날을 ‘피의 토요일’이라고 부르며 군부를 맹비난하고 있다.

IBK기업은행 미얀마 지점. 사진. 기업은행.
IBK기업은행 미얀마 지점. 사진. 기업은행.

공격적으로 미얀마 시장 진출에 나섰던 국내 은행들은 갑작스러운 군부 쿠데타 사태로 현지 전략 자체를 수정해야 할 처지로 내몰리고 있다.

‘포스트 베트남’으로 불리는 미얀마는 동남아시장 공략, 나아가 ‘신남방 정책’의 전초기지로 손꼽힌다. 이에 국내 주요 은행들은 지난 2014년부터 미얀마 시장 진출을 위해 문을 두드렸다.

상황은 그리 녹록치 않았다. 잠재력은 풍부했지만, 현지 영업에 상당한 제약이 따랐다. 은행업계의 한 관계자는 미디어SR에 “지점 설립에 필요한 비용이 만만치 않았을 뿐 아니라, 현지기업 대상의 영업도 제한되는 등 불확실성이 큰 시장이었다”며 “그럼에도 꾸준히 문을 두드린 덕에 현지 법인을 설립하는 등 비교적 미얀마 현지 시장에 안착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번 쿠데타로 상황이 안개 속으로 빠져들면서 일부 은행은 미얀마 시장 전략에 대한 수정 방안을 검토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미얀마 내 지점의 재무건전성 확보를 위해 대출금 조기 상환, 추가 금융거래 제한 등의 조치를 논의하고 있는 곳도 상당수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얀마에 진출한 은행업계의 한 관계자는 미디어SR에 “당장 미얀마 사업 철수와 같은 최악의 조치는 고려하고 있지 않다”면서도 “일단 보수적인 관점에서 현지 영업 전략을 수정하는 동시에 무엇보다 직원들의 안전을 우선 고려하면서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고 귀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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