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동영 소장] 개발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사람들에게 환경이슈를 제기하기는 쉽지않다. 자유시장경제와 무한경쟁, 자원개발과 활용 등 ‘중단없는 전진’을 추구하는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으려면 용기가 필요하다. 요즘 많은 기업들은 환경문제를 인식하고, 적극적으로 해법을 모색하고있다. 기업이 지구의 기후변화(climate change)를 걱정하고, 다양한 방법으로 지구살리기에 나서는 것은 무척 반가운 일이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CSR)을 거론할 때 환경, 기후, 혹은 에너지문제가 제기되는 것은 인류의 지속가능한 삶에 끼치는 영향이 절대적이고, 그걸 풀어낼 주체가 바로 기업이기 때문이다.

봄가을이 매우 짧아지고있음을 누구나 온몸으로 느끼면서 우리나라 기후가 아열대로 바뀌고있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있다. 기후변화가 급속히 진행되면 인류의 생존이 위협받는다는 사실도 분명해보인다. 그런 기후변화의 주범은 누가 뭐래도 화석연료다. 지표면 아래 묻혀있는 화석연료를 태워 에너지를 얻고, 그 에너지로 생활하는 인류에게 “이제 그만”이란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우리나라 에너지공급은 석유, 석탄, 천연가스 등 화석연료와 원자력을 양대 축으로 한다.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이후 원자력 발전의 ‘저렴한 생산원가’ 뒤에 보이지않았던 비용이 드러나고있다. 사고발생의 위험성은 차치하고라도 원전 입안부터 폐기후 과정까지 전체 비용이 화석연료발전에 비해 결코 적지않다는 사실이 재확인되고있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주목받는게 재생가능한(renewable) 에너지다. 태양 풍력, 수력, 생물자원(바이오매스), 지열, 조력 등이 이에 해당한다. 고갈될 우려가 없고, 환경을 바꾸지도 않는다. 화석연료에 비해 친환경적이고, 무한하다. 그러나 ‘대체에너지’ 범주를 30여년째 못벗어나고있다. 업계에서는 경쟁국 대비 지나치게 낮은 산업용 전기요금 등 우리나라의 독특한 에너지 공급정책에 원인을 돌리기도한다. 그러나 세계는 우리 생각보다 훨씬 빠른 속도로, 큰 규모로 에너지정책을 바꿔나가고있다. 재생가능 에너지 정책이 일부 업종, 혹은 기업에 특혜를 주는 수단으로 변질된 과거 경험이 발목을 잡고있지만 가야할 대세임은 분명하다.

글로벌기업들의 재생가능에너지 투자사례를 통해 우리 기업, 나아가 정부나 정치권이 뭘 해야하는지 감이라도 잡았으면 한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지난 10월 110메가와트 규모의 텍사스 풍력발전업체와 전력구매계약을 체결했다. 키치(Keechi) 풍력발전소는 석탄과 천연가스를 대체하며 온실가스 배출을 감축할 전망이다.

월마트(Walmart)는 현재 미국내 215개 점포의 지붕에서 태양광으로 89메가와트의 전력을 생산하고 있다. 미국내 점포에서 사용되는 전기의 75%를 태양광으로 충당한다는 목표아래 올해초 태양에너지시스템 전문제조업체 솔라시티(SolarCity)와 파트너십을 맺었다.

스웨덴의 가구 및 생활용품업체 이케아(IKEA)는 영국 소매점에서 태양광 패널을 팔기 시작했다. 앞으로 1년안에 영국내 17개 전 점포에서 태양광 패널을 팔 예정이다. 이케아의 지속가능성 담당 최고임원인 스티브 하워드(Steve Howard)는 “영국 태양광시장은 중간 수준의 전기가격과 정부의 재정적 인센티브 지원이 잘 조합돼있다. 소비자 입장에선 태양에너지에 대한 투자가 아주 매력적이다”고 설명했다.

‘재생가능에너지는 정부의 헤픈 보조금이 없다면 존립이 불가능하다‘는 조롱섞인 비판이 여전히 우리 산업계를 지배하고있다. 실제로 지금도 ‘대체에너지개발 및 이용보급촉진법’에 따라 실효성과 무관하게 법적 지원이 가능한 상태다. 그러나 글로벌 기업들이 주도하는 재생가능에너지는 이미 전세계 주요 에너지시장에서 화석연료와 경쟁할 수 있는 위치에 와있다. 시장논리로도 화석연료를 이길 힘을 가졌단 애기다. 특히 태양광발전은 전세계 상당수 시장에서 ‘그리드 패러티’(grid parity 태양광으로 전기를 생산하는 단가와 화석연료를 사용하는 기존 화력발전 단가가 동일해지는 균형점)를 달성하고 있다.

우리 기업들은 이런 흐름에 동참할 수 있을까. 재생가능 에너지를 화석연료와 원자력 발전의 보조수단쯤으로 여기는, 그래서 보조금으로 연명토록 고착화하는 현실을 어떻게 깨뜨릴 수 있을까. 우리가 알고있는 현실과 글로벌 마켓의 현실 사이엔 상당한 거리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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