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 권고안 ‘20%’ 소폭 상회하는 수준

유일한 ‘스트레스 테스트 통과’로 명분 생겨

신한금융지주
신한금융지주

[미디어SR 김병주 기자] 신한금융지주가 주당 1500원의 배당을 결정했다. 보통주 배당성향은 22.7%다. 금융당국이 권고한 배당성향 20% 수준 보다 소폭 높은 수치라는 점에서 이같은 결정의 배경에 눈길이 쏠린다.

3일 신한금융지주는 지난 2일 이사회를 통해 2020년 보통주 주당 배당금 1500원, 배당성향은 22.69%로 결정했다고 공시했다. 배당금 총액은 8038억원이다.

신한금융지주의 이번 결정이 주목받는 이유는 그동안 금융당국이 권고했던 ‘20% 수준의 배당성향’을 웃도는 수준의 배당 성향을 선택했기 때문이다.

금융당국은 올 초, 코로나19사태에 따른 경기 불확실성이 큰 만큼 보수적인 배당 관리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리고 이례적으로 ‘20%’라는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며 주요 금융지주사와 은행권에 한시적으로 배당을 축소할 것을 권고했다.

실제로 상당수 금융사들은 정부의 이러한 권고를 이행해왔다. 주요 시중은행들은 금융당국의 가이드라인에 따라 배당 성향을 20%로 결정했다. 특히 국내 금융업계를 이끌고 있는 주요 금융지주사(KB금융, 하나금융)역시 배당성향을 20%에 맞춰 발표한 바 있다.

다만, 신한금융은 이와 관련해 조금 더 신중한 입장을 취했다. 이유는 실적이었다. 신한금융은 지난해 역대 최대 실적(순이익 기준) 기록을 세웠다. 신한금융지주는 2020년 3조4146억원의 순이익을 달성하며 전년(3조4035억원) 대비 0.3% 성장한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이는 지주사 설립 이후 최대 실적이다.

신한금융의 입장에서는 고민이 깊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실적 상승에 따라 더 많은 배당을 기대하는 주주들의 입장과 정부의 권고안 사이에서 장고를 거듭했다.

실제로 올 초 2020년 실적발표 당시 컨퍼런스콜에 참여한 노용훈 부사장은 “금융기관이 당국의 권고안을 벗어날 경우, 향후 당국과 커뮤니케이션하는 데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며 “권고안을 받아들일지 여부에 대해 3월 초까지 이사회를 열어 결정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조용병 신한금융그룹 회장. 사진. 신한금융그룹
조용병 신한금융그룹 회장. 사진. 신한금융그룹

결국 신한금융은 금융당국의 권고안인 20%와 이전 평균 배당성향인 25%의 중간인 22.7% 수준으로 2020년 배당성향을 결정했다. 특히 이번 결정에는 금융당국의 스트레스 테스트 결과가 적잖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금융당국은 은행권의 배당 축소방안을 검토하는 과정에서 소위 ‘스트레스 테스트’를 진행했다. 스트레스 테스트란 1997년 IMF사태 수준의 경제위기를 기준으로 이보다 더 위험한 위기 상황에서 그 충격을 견딜 수 있을지 평가하는 일종의 ‘재무건전성 평가’다.

당시 주요 금융지주사와 은행을 대상으로 시행한 테스트에서 신한금융지주만 유일하게 통과한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업계에서는 이를 근거로 신한금융이 정부의 권고안보다는 소폭 높은 배당성향을 결정할 가능성에 무게를 싣기도 했다.

금융업계의 한 관계자는 미디어SR에 “이미 금융당국이 스트레스 테스트를 통과한 금융기관의 경우에는 배당 성향을 자율적으로 결정할 수 있도록 내부 방침을 정해놓은 것으로 알고 있다”며 “유일하게 테스트를 통과한 신한금융의 입장에서는 당연한 선택을 한 셈”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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