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동영 소장] 기업은 사회적 책임(CSR) 활동을 하면서 어떤 생각을 가질까. 의무감에 짓눌리는 건 아닐지, 등 떠밀리다 시피 하는 건 아닐지 늘 궁금했다.

기업은 법으로 인격을 부여받은 ‘법인’이다. 법적 인격을 가졌다지만 스스로 무엇을 느낄 수는 없다. 결국 기업에 속한 사람들, 혹은 기업과 어떤 형식으로든 인연을 맺고있는 사람들이 CSR 활동을 어떻게 느끼는지가 중요하다. 시대의 흐름이라며 의무 혹은 책임만 강조하다보니 자칫 분위기가 가라앉기 마련이다.

이투데이와 코스리(한국SR전략연구소)가 주관, 지난 19일 열었던 ‘CSR 필름페스티벌’은 그런 분위기를 바꾸려는 노력의 하나다. CSR 활동을 동영상으로 담아 모두가 공유하고, 즐기는 축제의 장을 만들어보자는 취지에서 지난해부터 시작됐다. 출품작은 지난해 73개에서 올해 89개로 늘었고 필름페스티벌이 열린 63시티 그랜드볼룸은 인파로 가득했다.

출품된 동영상들에는 공통점이 있다. CSR 활동의 수혜자들의 표정은 예상대로 아주 밝았다. 사회적 약자들, 글로벌 사회에서 빈곤에 허덕이는 사람들에게 CSR 활동은 정부나 국제기구의 손길이 닿지못하는 빈자리를 채워주는 너무나 소중한 존재다. 특히 이날 필름페스티벌 참석자들은 CSR 활동에 직접 나선 사람들의 표정에서 더 크고 값진 즐거움을 발견했다고 한다. 베푸는 사람들만이 보여줄 수 있는 평온한 미소가 더 깊이 와닿았다는 얘기를 많이 들었다.

사회적책임 활동이 ‘책임‘에 갇혀있다면 그들의 얼굴에서 피어난 미소를 이해하기 어려울 것이다. 필름페스티벌은 동영상을 통해 CSR 활동의 당사자들이 느끼는 감정을 진솔하게 드러냈다는 사실 자체로 의미가 있다.

올해 필름페스티벌이 더욱 특별했던 건 오전세션을 진행된 CSR 국제컨퍼런스였다. 이 자리에서 코스리는 ‘한국기업의 사회적 책임 현황 설문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화여대 글로벌사회적책임센터와 공동으로 진행한 설문 결과는 미국 보스턴칼리지 기업시민센터(BCCCC)가 실시하는 미국내 글로벌기업대상 설문조사와 비교해 우리기업들이 가야할 길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었다. 응답한 기업의 다수가 글로벌시장을 무대로 하는 대기업이었던 만큼 예상대로 응답기업의 84%가 CSR 전략을 수립하고 있다고 답했다. 또 65%는 사내에 공식적으로 CSR 부서를 두고 있으며, 이중 절반 이상은 부서를 만든지 3년이 채 안됐다. 한국 대기업이 CSR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적극적인 노력을 기울이기 시작했음을 보여주는 긍정적 신호다.

눈에 띄는 대목은 기업의 CSR 예산 중 기부금이 차지하는 비중이 57.4%에 달한다는 점이다. 기부활동이 CSR 활동의 중심인 초기 단계라는 뜻인데, 기업 경영활동에 CSR 전략이 완전히 녹아들어 한몸이 되고 빛을 발하려면 더 많은 고민이 필요해보인다.

응답기업의 53%는 CSR 보고서를 작성해 발표하고 있다. 그중 88%가 국제기구인 GRI(Global Reporting Initiative)의 가이드라인을 사용중이다. 컨퍼런스에 마이크 왈라스(Mike Wallace) 미국&캐나다 GR 국장이 참석해 지난 6월 새로 발표한 G4 가이드라인을 설명한 것은 이런 현실을 반영한 것. 청중들이 왈라스 국장에게서 얻은 가장 큰 팁은 G4에서 새롭게 등장한 ‘Materiality’의 개념이었다. 우리 말로는 ‘중요성’으로 해석돼있지만 명확히 와닿지않는 이 단어에 대해 왈라스는 “기업과 이해관계자, 사회 전체를 위해 경제적, 환경적, 사회적 가치 창출 능력에 직간접으로 영향을 끼치는 주제들을 모두 ‘중요성’ 원칙에 따라 기록해야한다”고 설명했다. ‘이해관계자와 사회 전체를 반드시 고려해야한다’는 얘기는 “중요한 모든 걸 보고서에 담으라”는 뜻이다. 현 단계의 CSR이 얼마나 광범위하게 정의돼있는지, 기업이 사회와 맺은 관계가 얼마나 단단한지 잘 보여준다.

그래도 즐겁게 함박웃음을 짓는 CSR 필름페스티벌의 동영상속 수많은 사람들을 보면서 CSR활동이 진짜 축제이고, 즐기는 시간임을 깨닫게 된다. 베풀고, 나누고, 공유하는 축제. 기쁘지아니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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