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주요 시중은행 채용규모 34% 감소

고난도 필기시험‧블라인드 채용 개선 필요

사진. 이미지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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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SR 김병주 기자]은행업계가 언택트 전략과 오프라인 점포 축소 기조에 맞춰 채용 규모를 점차 줄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부 전문가들은 투명하고 공정한 채용을 위해 은행권에서 도입한 ‘블라인드 채용’이 제대로 작동하지 못하고 있다며 전반적인 시스템  개선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28일 은행업계와 채용컨설팅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주요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우리·하나·농협)의 채용 규모는 전년(2019년) 대비 34% 정도 줄어든 것으로 밝혀졌다.

국민은행의 경우, 2019년 497명을 뽑았지만, 2020년의 경우 상·하반기를 통틀어 307명으로 채용 규모를 줄였다.

2019년 778명을 채용한 우리은행도 2020년에는 상·하반기 포함, 197명만을 채용하는데 그쳤다.

이는 코로나19로 인해 비대면 은행 업무 가 늘어나는 와중에 모바일뱅킹 시대가  발빠르게 진전되면서 은행들이 갈수록 현장 점포수를 줄여가는 정책에 따른 결과로 풀이된다.

금융업계 전문 헤드헌터로 활동중인 김현빈 KOTTN 파트너스 대표는 미디어SR에 “핀테크(FinTech)의 등장은 금융업계의 많은 부분을 바꾸고 있는데 기업의 채용 트렌드 역시 변화의 시기를 겪고 있다”며 “전체적으로 채용 규모는 줄어들고 있지만, IT 및 디지털 인력은 점차 늘어나고 있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특히 전문가들은 기업이 원하는 인재상과 채용 방식도 바뀌고 있다고 강조하고 있다.

실제로 주요 시중은행들이 공채 과정에서 앞세우고 있는 공통된 키워드는 ▲융합형 인재 ▲창조적 인재로 압축된다.

김현빈 대표는 미디어SR에 “정기 공채방식만을 고집했던 과거의 은행과는 달리 최근에는 금융권도  수시 채용을 선호하고 있다”며 “이밖에 신입 채용보다는 경력직 채용과 분야별 전문인력 채용을 강화하고 있는 추세도 포착된다”고 귀띔했다.

한편 일각에서는 채용과정의 공정성·투명성 강화를 위해 도입한 ‘블라인드 채용’ 시스템의 개선도 촉구하고 있다.

많은 은행들이 블라인드 채용을 도입해 운영한다고 하지만, 실제로 어떤 시스템과 방식으로, 즉 공정하고 투명하게 이뤄지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여전히 의문이라는 지적이 끊이지 않고 있다.

사진. 이미지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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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같은 분위기를 반영하듯 지난 2018년에는  은행연합회가 주축이 되어 ‘은행권 채용절차 모범규준’을 제정하고, 지난해 2월에는 국내 주요 금융협회들이 함께 ‘범 금융권 공정채용 자율협약’을 체결하며 '공정채용'에 대한 의지를 밝힌바 있다.

하지만 이후에도 채용 비리와 관련한 사건 사고가  주요 은행에서 심심찮게 발생하며 이러한 의지를 무색하게 만들기도 했다.

실제로 몇몇 금융지주사의 고위임원들은 몇 년 째 채용 비리와 관련한 재판을 받고있기도 하다.

은행업계의 한 관계자는 미디어SR에 “금융권에서 블라인드 채용을 시행하고는 있지만, 아직까지 탐탁지 않게 여기는 분위기가 있는게 사실”이라며 “이는 자체적으로 블라인드 채용시스템을 도입한 IT업계와는 달리, 금융업계는 외부적 요구에 의해 블라인드채용 시스템을 도입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블라인드채용 도입과 함께 눈에 띄게 높아진 필기시험의 난이도 조정도 필요하다는 의견도 적잖이 제기되고 있다.

지원자가 많이 몰리는 한국은행, 산업은행, 금융감독원과 같은 금융공기업의 경우는 ‘금융 고시’라고 불릴 만큼,  필기시험 수준이 매우 높다는것이 정설이다.

따라서 한국은행 등은 이처럼 고난도의 필기시험이 사실상 지원자들의 당락을 좌우하는 가장 큰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한 국책은행의 경우, 필기시험에서 응시자의 약 88.6%가 탈락의 고배를 마신것으로 집계되기도 했다.

이 은행에서는 서류전형(35.5%), 실기시험(71.5%), 임원면접(21.1%)에 비해 필기시험  탈락률이 90%에 육박할 정도로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KDB산업은행 박창동 전문위원은 미디어SR에 “금융권 시험은 단순 지식을 묻는 문제들은 아니며, 직무와 관련된 종합적인 문제해결 능력을 확인하는 차원이 강하다”면서도 “다만 좋은 시험 결과가 곧 높은 직무성과로 그대로 연결된다고 보기는 어려운 만큼, 고난도의 필기시험이 업무 고성과를 예측하는데 얼마나 타당성이 있는지에 대해서는 연구해볼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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