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임팩트

[미디어SR 정혜원 기자]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이 경영에 복귀한다. 다만 김승연 회장은 자율·책임경영 시스템을 지속적으로 발전시키겠다는 취지로 미등기임원으로 그룹 경영에 나선다.

김승연 회장은 2014년 2월 부실 계열사를 부당 지원한 혐의로 징역 3년, 집행유예 5년의 판결을 받은 바 있다. 그는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에 의해 취업제한 조항을 적용받아 집행유예 기일 만료로부터 2년간 취업제한을 적용받았다.

취업제한 기간이 끝남으로써 김 회장은 7개 대표이사 자리에서 물러난 이후 7년 만에 경영 일선에 복귀하게 된다. 

한화그룹은 26일 각 계열사가 이사회 중심의 독립경영체제로 운영되고 있어, 회사별 사업 특성에 맞춰 자율·책임경영 시스템을 지속적으로 발전시키기 위해 김 회장은 등기임원을 맡지 않는다고 밝혔다.

한화그룹 관계자는 미디어SR에 “김승연 회장이 미등기임원으로 그룹 경영에 나서면서 이번 정기 주주총회에서 별도의 이사 선임 안건은 상정되지 않을 것”이라면서 “김 회장은 향후 ㈜한화, 한화솔루션, 한화건설의 경영에 집중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김 회장은 이로써 계열사의 세부적인 경영활동에 관여하기보다는 그룹 전반에 걸친 미래 신성장 동력 발굴과 해외 네트워크를 통한 글로벌 사업 지원 등의 역할에 집중한다.

김승연 회장은 다음달 중 모회사이자 항공·방산 대표기업인 (주)한화, 화학·에너지 대표기업인 한화솔루션, 건설·서비스 대표기업인 한화건설의 미등기임원으로 재직하게 된다.

특히 김 회장은 이들 회사 및 해당 사업부문 내 미래 성장전략 수립, 글로벌 사업 지원 등에 집중할 계획이다.

㈜한화에서는 항공우주 및 방위사업 부문의 미래기술을 확보하고 글로벌 네트워크를 활용해 해외시장을 개척하는 데 집중하고, 한화솔루션에서는 친환경에너지 사업 역량을 강화하고 미국 등 글로벌 그린에너지 사업을 지원하는 데 힘을 쏟는다. 김 회장은 아울러 한화건설에서는 글로벌 건설업체와의 협력 및 경쟁력을 제고할 것으로 기대된다.

김 회장이 경영일선에 복귀하면 그가 가장 신뢰하는 맏아들 김동관 한화솔루션 사장에게 힘을 실어주게 된다는 분석도 나온다. 김 사장이 태양광 사업을 성공적으로 이끌고 있고, 현재는 관련 분야의 중장기적 경영로드맵을 마련해 실행하는 중추적 역할을 수행하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김 회장의 아들 3형제가 모두 그룹 경영의 전면에 나선 것도 김 회장의 그룹 리더십 강화에 무게를 더하고 있다.

김동관 한화솔루션 사장이 고속 승진을 거듭해 사장으로 재직 중이며 차남인 김동원 전무도 한화그룹 금융부문 핵심 계열사인 한화생명에서 최근 승진하며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지난해 연말에는 오랜 기간 그룹을 떠났던 막내이자 3남인 김동선 전 팀장도 한화에너지 상무보로 현업에 복귀했다. 지난 2017년 한화건설을 퇴직한 이후 4년 만의 일이다.

김승연 회장도 복귀 후 ESG(환경·사회·지배구조) 투명경영과 그린뉴딜사업에 속도를 낼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그는 올해 신년사에서 사회·경제적 가치를 창출하는 지속가능경영방식을 글로벌 수준으로 강화해야 한다고 밝혔다.

김 회장은 “ESG 지표는 오래 전부터 글로벌 기업의 핵심 경영원칙으로 자리잡았다”면서 “글로벌 신재생에너지 분야의 리더로 기후변화에 적극 대응해 탄소제로시대를 선도하기 위한 경영방식에 박차를 가해야할 시점”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한편 일각에선 김승연 회장이 경영 복귀와 함께 전국경제인연합회 회장을 맡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왔으나, 최근 허창수 GS그룹 명예회장이 5회 연임을 기록하면서 논란을 잠재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