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현식 대표, 사임 조건으로 '이한상 교수 사외이사 선임' 내걸어


이한상 교수, 지배구조 전문가로 삼성 준법감시위 초청 강연도

한국테크놀로지그룹 조현식 부회장(좌), 조현범 사장. 사진. 한국테크놀로지그룹
한국앤컴퍼니 조현식 부회장(좌), 조현범 사장. 사진=한국앤컴퍼니

[미디어SR 정혜원 기자] 조현식 한국앤컴퍼니 대표이사 부회장이 사임 의사를 밝히면서 옛 한국타이어그룹을 둘러싼 경영권 분쟁이 일단락되는 모습이다. 다만 지난해 조희경 한국타이어재단 이사장이 청구한 한정후견 개시 심판은 진행되고 있어 분쟁의 불씨는 남아 있다.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 지주사인 한국앤컴퍼니(옛 한국타이어)의 조현식 부회장은 대리인을 통해 “이한상 고려대 교수를 한국앤컴퍼니 사외이사 겸 감사위원으로 제안하는 주주제안을 지난 5일 이사회에 제출했다”면서 “이한상 교수를 사외이사로 선임하는 절차를 마무리하고 대표이사직을 사임하겠다”고 밝혔다.

조현식 부회장의 사임에는 ‘이한상 교수 사외이사 선임’이라는 조건이 달렸지만, 시장에서는 “경영권 분쟁 논란의 고리를 근본적으로 끊어내겠다”고 밝혀 마음의 정리를 한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아울러 이한상 교수의 사외이사 선임을 통해 조현범 사장의 경영 전반을 견제·감시하겠다는 의도도 깔려 있어 긴장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조 부회장이 사외이사로 추천한 이한상 고려대 경영학과 교수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실형을 선고받던 지난달 18일, 삼성그룹 지배구조의 방향성을 담은 내용을 페이스북에 올려 화제를 모은 인물이다. 삼성준법감시위원회가 강연 초청을 의뢰했을 정도로 기업 지배구조와 관련해 전문가로 꼽힌다.

조현식 부회장은 24일 주주서한에서 “지난해 불거진 핵심 경영진 및 대주주를 둘러싼 논란에 대해 책임을 통감하며, 급변하는 경영환경에서 지속적인 회사의 발전과 주주가치 제고를 위해 주주제안을 한다”고 설명했다.

조 부회장은 이 서한에서 “이한상 교수는 기업 지배구조의 전문성과 독립성, 회계 투명성과 기업가치와 관련해 국내 정상급 전문가”라며 “(자사에 대한) 세간의 부정적 평가를 일소하고 진정한 글로벌 선도 기업으로 도움을 줄 적임자”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유능한 임직원들이 회사 발전을 위해 함께 노력하는 한편 이한상 교수와 같은 독립적인 외부 전문가가 빠르고 정확한 리스크 관리와 기업 거버넌스 부분에서 전문성을 발휘한다면 회사 성장에 큰힘이 될 것”이라고 분석하면서 “회사의 명성에 누가 될 수 있는 경영권 분쟁 논란의 고리를 근본적으로 끊어내고자 사임 의사를 밝힌다”고 밝혔다.

한국앤컴퍼니(옛 한국타이어그룹)을 둘러싼 경영권 분쟁이 본격화한 것은 조양래 회장이 본인의 회사 지분 전체(23.59%)를 막내인 조현범 사장에게 양도하면서다.

이에 첫째인 조희경 한국타이어나눔재단 이사장은 평소 아버지의 의사결정과는 판이하게 다르다고 강조하면서 법원에 성년후견 심판을 청구한 상태다.

조현식 부회장도 이 심판에 동참했지만, 조 이사장의 견을 법원에 신청하는 등 반발해왔고, 조현식 부회장도 소송에 동참했다.

조 이사장의 대리인은 25일 미디어SR에 “아직 성년 후견 심판은 절차대로 진행 중이며, 조양래 회장의 병환 조사와 면담이 진행된 후에 판결이 나올 것”이라면서 “아마 상당한 시간이 소요돼 결과는 올해 말이나 되어야 나올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는 이어 “조 이사장이 성년후견 심판을 청구한 것은 경영권 취득이 목표가 아니므로 심판은 계속 진행할 것”이라며 “조양래 회장과 조 이사장의 평소 신념에 따라 회사가 투명하고 건강한 지배구조를 갖추는 것이 가장 중요하며, (성년 후견) 심판 결과가 나오면 그에 따라 대응하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와 관련 조현식 부회장이 이한상 교수의 사외이사 선임을 사임 조건으로 내건 것은 조 이사장의 영향이 있었을 것이라는 진단도 나온다. 다만 조 이사장은 조현식 부회장의 사임을 만류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조현식 부회장의 주주제안이 주총 안건으로 채택됐는지는 이날 오후 공개될 것으로 보이며, 주주총회는 오는 3월 말 열릴 예정인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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