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초부터 카드·은행 중심 ESG상품 출시 활발

정부·투자자 기대 속 관련 상품 출시 늘어날 듯

사진. 이미지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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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SR 김병주 기자] 연초부터 금융권에서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관련 채권 및 펀드 발행 러시가 이어지고 있다. 은행, 카드업계를 중심으로 ESG채권 발행 및 펀드 조성을 통해 사회적 책임투자에 나서겠다는 움직임이 파도처럼 거세게 밀려드는 모양새다.

특히 상당수 국내외 투자기관들이 'ESG경영'을 기업 평가의 핵심 지표로 삼겠다는 의지를 공공연히 밝히고 있는 상황에서 이같은 흐름은 갈수록 강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24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주요 금융사들은 수백억, 수천억 규모의 ESG채권·펀드 조성에 나서고 있다.

최근 하나카드는 하나금융그룹의 ESG 가치 경영 강화에 발맞춰 중소·영세 가맹점 금융 지원 등 사회적 가치 창출을 위해 1000억원 규모의 ESG 채권을 발행함으로써 이같은 분위기를 선도하고 있다.

이번에 발행한 ESG 채권에는 연기금, 금융권, ESG 펀드 등 국내 ESG 채권 투자자들이 참여했다. 3년 만기 700억원, 4년6개월 만기 300억원 등 총 1000억원 규모로 발행됐다. 이는 2020년 11월 2000억원 규모의 첫 ESG 채권을 발행한 이후 3개월 만의 2차 발행이다.

하나카드는 이번 ESG 채권을 전액 3년 이상 장기 사채로 발행했다. 이를 통해 ▲중소·영세 가맹점 금융 지원 ▲재난·재해 피해 고객 등 취약계층 금융 지원 ▲향후 친환경·신재생에너지 관련 스타트업 기업 지원 프로젝트 등 사회 가치 창출을 위한 안정적인 자금 사용이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하나카드 관계자는 미디어SR에 “이번 채권 발행은 하나금융그룹의 ESG 경영에 동참하기 위한 전략의 연장선으로 올해 내 추가 ESG 채권 발행도 계획 중”이라고 귀띔했다.

은행권의 분주한 움직임도 포착되고 있다. 특히 현 정부의 K-뉴딜, 친환경 정책 기조에 보조를 맞추기 위한 국책은행들의 ESG펀드 조성도 이어지는 추세다.

한국수출입은행은 최근 디지털·그린 뉴딜분야에서 활약하고 있는 우리 기업의 해외진출 지원을 위해 2000억원 규모 이상의 펀드 조성을 발표했다. 수출입은행은 수소에너지와 태양광·풍력, 2차전지를 포함한 K-뉴딜 7대 중점 지원분야를 중심으로 우리 기업의 수출입 및 해외투자, 현지법인 등 해외진출에 중점 투자한다는 전략이다. 

특히 수은의 이번 출자사업은 정책금융기관이 우리 기업의 ESG 경영 동반자가 돼 투자 대상기업의 ESG 전환을 유도, 사회적 책임투자를 병행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수출입은행 관계자는 미디어SR에 “ESG를 고려한 투자 의무화와 ESG 성과 평가를 통해 투자대상 기업의 적극적인 ESG경영을 유도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IBK기업은행도 2월 초, 은행권 최초로 ESG 인증 최고등급을 받은 원화 중소기업금융채권을 발행하며 ESG금융전략에 동참하며 강력한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발행한 채권은 총 1조500억원으로 국내 은행권에서 발행한 ESG채권 가운데 역대 최대 규모다. 1년 만기 5500억원, 3년 만기 5000억원으로 발행 금리는 각각 0.81%, 1.10%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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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이번 채권은 은행권 최초로 ESG인증등급제도를 도입, 한국신용평가로부터 사회적채권 가운데 최고 등급인 SB1 등급을 받아 눈길을 끈다.

ESG인증등급은 발행채권에 대해 외부전문기관이 관리기준 및 사후관리를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해 5개 등급으로 평가해 공시하는 제도다.

기업은행 관계자는 “이번 조달 자금은 코로나19 탓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소상공인에 대한 금융지원과 중소기업 지원에 활용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한국자본시장연구원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기준 한국거래소에 상장된 ESG채권의 규모는 453개 종목 69조6000억원에 이른다. 발행기관 22곳 중 상당수가 금융사인 것으로 나타났으며, 발행 규모도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다.

ESG펀드 역시 지난해 7월 기준 총 41개 4620여억원 규모로 파악되고 있다. 2005년 주식형 펀드가 처음 출시 된 이후, 반짝 성장세를 타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꾸준히 하락세를 이어오고 있다. 하지만 현 정부 출범 이후 ESG투자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다시 순자산 규모가 증가세로 돌아선 상황이다. 

이처럼 ESG채권·펀드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연초부터 이어진 은행, 카드사들의 ESG채권 및 펀드 조성 움직임도 더욱 가속이 붙을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정부와 금융당국의 전폭적인 지원이 병행되는 만큼, 더 다양한 금융사들이 사회적 책임을 목적으로 한 채권·펀드 상품 출시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금융업계의 한 관계자는 미디어SR에 “장기적인 관점에서 ESG 등급이 높은 기업은 결국 지속 가능성과 투자 수익률이 일반기업에 비해 커지게 될 것”이라며 “ESG펀드나 채권에 대한 투자자 및 기업의 관심이 높은 만큼 관련 상품의 규모 역시 급성장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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