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진그룹 본사. 구혜정 기자
한진그룹 본사. 구혜정 기자

[미디어SR 정혜원 기자] 한진칼을 두고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과 경영권 다툼을 시작했던 ‘3자연합(KCGI·반도건설·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이 주주제안을 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이로써 경영권 분쟁이 사실상 조 회장의 승리로  대세기  굳어지는 분위기다.

17일 대한항공 관계자는 미디어SR에 “3자연합 측의 주주제안은 아직까지 확인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한진칼의 정기 주주총회는 통상 3월 말 열리는데, 예년처럼 다음달 26일 정기주총이 열릴 경우 주주제안 행사 기한은 이미 지났다는 설명이다.

상법상 주주제안권을 행사하려면 주주총회 개최 6주 전까지 주주제안서를 제출해야 하기 때문이다. 다만 한진칼 정기 주총 일정은 아직 확정되지는 않았다.

3자연합은 산업은행이 제3자 배정 유상증자 방식으로 한진칼에 자금을 투입하기 전까지는 지분율 경쟁에서 우위에 있었다.

지분을 꾸준히 늘려 46.71%까지 확보해 조원태 회장을 5%p 넘게 앞선 상황이었다.

하지만 산업은행이 대한항공이 아닌 한진칼에 자금을 투입하면서 3자연합의 한진칼 지분율은 희석됐다.

산업은행은 대한항공의 아시아나항공인수를 위해 한진칼에 8000억원을 투자해 지분 10.66%를 확보했다.

3자연합의 의결권 있는 주식 기준 지분율은 45.23%에서 40.39%로 감소했다. 조 회장측 지분이 36.65%인 상황에서 산업은행이 조 회장의 손을 들어줄 경우 지분율 47.32%로 3자연합 지분을 넘어서게 된다.

사실상 산업은행의 자금 투입이 3자연합 측의 이사회 진입 시도를 차단하게 된 것이다.

업계에서는 산업은행이 사실상 조 회장의 '백기사'로 나선 것으로 보고 있다. 항공업 경쟁력 강화를 위해 양대 항공사를 통합하려는 마당에 경영권 분쟁을 계속  관망할수만도 없고, 3자연합 측에 경영권을 넘기는 데도 동의할 리 없다는 것이 이유다.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jpg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jpg

3자연합은 지난해 3월 지난해 한진칼 정기 주주총회에서 사내·외 이사 신규 선임 등의 안건도 제안했지만 모두 부결되면서 완패를 기록하기도 했다. 반면 조 회장의 사내이사 연임은 주총에서 통과됐다.

때문에 업계에선 3자연합이 올해 정기 주총 전에 임시 주총을 열거나 정기 주총에서 다시 이사 선임 안건을 제안할 것으로 전망해왔다.

하지만 강성부 KCGI 대표는 지난해 말 경제 유튜브 채널 삼프로TV에 출연해 “(임시 주총 개최는) 시간상으로 어렵지 않나 생각한다”고 밝힌 바 있다.

아울러 강 대표는 삼프로TV에서 “산업은행의 중립성에 대해서는 누구나 느끼고 있을 것이고 내년 3월 주주총회에서 눈으로도 확인할 수 있을 것"이라며 "산업은행이 그런 오해를 받지 않으려면 중립성을 유지할 수 있는 기준을 제시하고 그렇게 행동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이와 관련해 3자연합 측이 주주제안을 제출하지 않은 것은 산은의 주주제안서 내용에 영향을 받았을 것으로 풀이된다.

산은은 이미 한진칼 대표이사와 이사회 의장을 분리하는 제도를 골자로 한 주주제안서를 제출했다. 이에 3자연합이 내세운 ‘경영 정상화’의 명분도 일정 부분 약해졌기 때문이다.

3자연합이 이번 주주총회에 주주제안을 포기하면서 한진그룹 경영권 분쟁은 사실상 조 회장의 승리로 일단락됐다.

업계에선 3자연합이 앞으로 연합을 해체하고 ‘출구전략’에 나설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강성부 KCGI 대표. 사진. 구혜정 기자
강성부 KCGI 대표. 사진. 구혜정 기자

다만 3자연합 측이 빠른 시일 내에 엑시트(투자금 회수) 하지는 않을 것으로 관측된다.

앞서 KCGI는 한진칼에 주주제안과 이사 선임을 요구하면서 단기 차익을 노린다는 사모펀드에 대한 오해를 풀기 위한 설명에 공을 들여왔다.

지난해 2월 KCGI가 연 설명회에서도 3자연합 간 지분 공동 보유 계약을 체결할 당시, 보유 지분을 일정 기간 동안 팔지 않겠다는 조항이 포함됐다고 강조한 바 있다.

구체적인 계약 기간은 공개하지 않았지만, 시장에선 대략 3~5년으로 예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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