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금융·NH농협 '방긋'......우리·신한 '아쉬움'

각종 악재·약점 털고 2021년 진검승부 예고

(왼쪽부터) 윤종규 KB금융그룹 회장, 조용병 신한금융그룹 회장, 김정태 하나금융그룹 회장, 손태승 우리금융그룹 회장, 손병환 NH농협금융그룹 회장.
(왼쪽부터) 윤종규 KB금융그룹 회장, 조용병 신한금융그룹 회장, 김정태 하나금융그룹 회장, 손태승 우리금융그룹 회장, 손병환 NH농협금융그룹 회장.

[미디어SR 김병주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이하 코로나19)과 각종 금융사고의 여파속에 국내 5대 금융지주(KB·신한·하나·NH농협·우리)사 순위에 지각변동이 일어났다. 1위와 2위, 4위와 5위가 각각 자리를 바꾼 상황에서, 올해도 이어질 순위 경쟁은 또 하나의 흥미로운 관전 포인트가 될 전망이다.

17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16일 NH농협금융지주의 실적발표를 끝으로 국내 5대 금융지주사의 2020년 실적발표가 마무리됐다.

실적을 종합해보면 KB금융이 3조4552억원의 순이익을 달성하며 5대 금융지주사 가운데 1위(순이익 기준)에 올랐다. 이어 신한금융(3조4146억원), 하나금융(2조6372억원), NH농협금융(1조7359억원), 우리금융(1조3073억원)이 뒤를 이었다.

순위도 변경됐다. 우선 2019년 순이익 기준 2위였던 KB금융은 신한금융을 제치고 1위로 한 단계 올라가며 리딩금융의 자리를 되찾았다.

이같은 결과에는 사모펀드 사태의 여파가 컸다는 분석이다. 신한금융에 따르면 라임펀드와 연관된 신한은행, 신한금융투자의 손실규모는 약 2600억원에 달했다. 반면 KB금융은 KB증권이 500억원대 규모의 라임펀드를 판매했을 뿐, 국민은행은 라임펀드를 취급하지 않아 관련 손실이 적었다.

이에 신한금융투자는 전년 대비 29.9% 감소한 1548억원의 순이익을 기록한 반면, 손실폭이 적었던 KB증권은 전년 대비 65% 증가한 4256억원의 순이익을 달성할 수 있었다.

사모펀드 사태가 1-2위 간 희비를 엇갈리게 했다면, 4~5위 간 순위 변동은 증권을 포함한 비은행 부문의 실적이 영향을 미쳤다.

사진. 구혜정
사진. 구혜정

NH농협금융지주는 2020년 당기순이익 1조7359억원을 기록하며, 같은 기간 1조3073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기록한 우리금융을 제치고 금융지주 4위 안착에 성공했다.

NH농협금융 관계자는 미디어SR에 “전년 대비 순이익은 감소했지만 이는 미래손실 흡수능력 제고 및 잠재적 부실 위험 최소화를 위한 대손충당금의 선제적 적립에 따른 것”이라고 설명했다.

양 사의 순위는 비은행 계열의 성과에서 엇갈렸다. NH투자증권은 전년대비 21.3% 증가한 5770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기록했다. 농협생명과 농협손해보험은 각각 612억, 463억원의 순이익을 달성하며 전년대비 실적이 개선됐다.

농협은행의 당기순이익(1조3707억원)이 전년대비 9.6% 감소한 수치임을 감안하면, 비은행 부문의 약진은 주목할 만하다.

반면, 우리금융은 증권 계열사의 부재가 뼈아팠다. 코로나19 위기 속에서도 우리카드(1202억 원)와 우리종합금융(629억 원)은 선방했지만 소위 ‘빚투’ 광풍 속 호황을 맞은 증권 부문에서의 수익 부재는 분명 아쉬운 대목이다.

일단 우리금융도 비은행 부문 수익 개선을 올해 최우선 과제로 삼는다는 방침이다. 이를 위해 우리금융저축은행의 자회사 편입, 기존 증권·보험사의 인수합병(M&A) 등의 전략에도 속도를 낼 방침이다.

이미 손태승 우리금융 회장도 그룹사 차원의 ‘비은행 부문 강화’를 천명하고 “비은행 부문의 포트폴리오를 다방면으로 확대해 나갈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금융업계 관계자는 미디어SR에 “실적 개선을 거둔 대다수 금융지주사들은 비은행 부문의 수익이 전체 수익의 30~40%를 차지할 정도로 비은행 계열사 경쟁력 강화에 집중하고 있다”며 “우리금융 역시 이 부분을 개선한다면 올해 또 한번 진검승부를 펼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저작권자 © 데일리임팩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