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사, 당국 권고한 배당성향 '20%' 수준 결정

'주주의 고유 권한 침해' 우려의 목소리도 제기

금융감독원. 사진. 구혜정 기자
금융감독원. 사진. 구혜정 기자

[미디어SR 김병주 기자] 금융권의 2020년 경영실적 발표가 이어지는 가운데, 배당성향 축소의 흐름이 감지되고 있다. 유의미한 실적 성장을 이룬 일부 금융사들조차 배당성향 축소에 나서면서 일각에서는 이른바 정부의 ‘관치 금융’이라는 볼멘 소리가 분출하고 있다.

15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설 연휴를 앞둔 지난주까지 국내 4대 금융지주(KB‧신한‧하나‧우리)를 포함한 주요 금융그룹 및 은행들의 2020년 실적발표가 이어진 가운데, 배당성향 축소의 움직임이 감지되고 있다.

배당 성향이란 주주에 대한 총 배당금을 당기순이익으로 나눈 것을 말한다. 쉽게 말해 배당 성향이 낮아질수록 주주에게 돌아가는 배당금 역시 줄어들게 된다. 주주의 입장에서는 배당 성향이 높아지는 것이 유리하다.

대다수 기업에서는 보편적으로 재무구조에 큰 무리가 없는 수준에서 높은 배당성향을 선호한다. 바로 주주를 대상으로 한 ‘투자가치의 제고’ 영향 때문이다.

금융업계 관계자는 미디어SR에 “높은 배당성향은 곧 회사가 주주에게 더 많은 이익을 돌려주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에 회사의 투자가치 역시 높아질 수 있다”며 “물론 해외에 비해서는 아직 배당성향이 낮은 수준이지만 많은 기업들이 점진적으로 배당성향을 높여가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우선 4대 금융지주 가운데 배당규모를 확정한 금융사는 KB금융그룹과 하나금융그룹이다. 두 회사 모두 배당금을 축소한 것이 눈길을 끈다.

KB금융지주의 2020년 당기순이익은 전년(2019년) 대비 4.3% 증가한 3조4552억원을 기록했다. 신한금융에 내준 리딩금융 자리를 되찾은 KB금융이지만, 오히려 배당금은 줄어들었다.

KB금융의 주주들이 받게 되는 배당금은 주 당 1770원이다. 전년 대비 순이익은 늘어났지만 오히려 배당금은 전년보다 440원 감소했다.

하나금융지주도 마찬가지다. 하나금융의 지난해 순이익은 2019년 대비 10.7% 늘어난 2조6849억원이다. 하지만 배당금은 KB금융과 마찬가지로 전년대비 250원 줄어든 1850원으로 책정됐다. 다만, 지난해 8월 중간배당금 지급을 한 바 있어 실제로 올해 하나금융 주주들이 받게 될 배당금은 1350원이 될 전망이다.

자료. 각사.
자료. 각사.

이처럼 금융지주들이 호실적에도 불구하고 배당성향을 낮춘 이유는 금융당국의 권고 때문이다. 금융당국은 지난해 말, 주요 금융사에 20%수준의 배당 성향을 결정할 것을 권고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사태의 여파로 경제 불확실성이 여전히 큰 만큼, 은행권 스스로 배당을 줄여 혹시 모를 손실 및 타격에 대비해야 한다는 이유였다.

지난해 금융지주들의 배당성향을 살펴보면 우리금융이 27%로 가장 높았고 ▲KB금융(26%) ▲하나금융(26%) ▲신한금융(25%)이 뒤를 이었다.

아직 신한금융과 우리금융은 배당성향을 확정하지 못했다. 미디어SR이 양 사에 확인한 결과, 대외적인 여건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늦어도 3월 초까지는 배당성향을 결정할 예정이다.

다만 대다수 국내 금융사에서 당국의 조치를 수용하고 있는 만큼, 양사 역시 금융당국의 권고 수준인 20%에서 크게 벗어나지는 않을 선에서 결정할 것으로 관측된다.

문제는 주주들의 반발이다. 역대급 규모의 최대 실적에도 정부의 지침 탓에 배당을 못받는 것은 일종의 ‘권리 침해’로 여겨질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일부 주식관련 인터넷 커뮤니티에서는 ‘관치금융의 부활’, ‘명백한 주주권리 침해’ 등의 다소 거친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한 금융업계 관계자는 미디어SR에 “수익성이 높아졌음에도 은행 건전성을 위해 배당은 제한해야 한다면서, 동시에 이익공유제 동참을 말하는 것은 분명 모순이 있다”며 “예상되는 주주들의 반발을 감내해야 하는 것 역시 결국 금융당국이 아닌 금융사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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