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 사 CI. 편집=정혜원 기자
각 사 CI. 편집=정혜원 기자

[미디어SR 정혜원 기자] LG에너지솔루션과 SK이노베이션 간 전기차 배터리 영업비밀 침해소송의 결말이 10일(미국 현지시간) 판가름 난다. 아직 양사 간 합의는 이뤄지지 않아 업계에서는 양사가 최종 판결에 따라 시나리오별 대책을 마련 중이라고 관측하고 있다.

미국 ITC(국제무역위원회)는 LG에너지솔루션이 2019년 4월 SK이노베이션을 상대로 제기한 영업비밀 침해 소송의 최종판결을 3차례나 미뤘다. 그 결과가 미국 현지시간 기준 10일(한국 시간 11일) 발표될 예정이다.

ITC가 최종 판결을 재차 연기하지 않는다면 3년차에 접어든 소송이 종지부를 찍게 된다. 업계에서는 최종판결의 향방에 대해 크게 3가지 시나리오가 가능하다고 분석한다. △SK이노베이션의 조기 패소 △공익성 추가 검토 △전면 재검토 지시 등이다.

◇SK이노 패소 판결 유지…여파↑, 대통령 거부권 카드도 존재

ITC의 2010~2018년 통계 결과 영업비밀 침해 소송의 경우, 모든 사건에서 ITC 예비결정이 최종결정으로 유지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같은 전례대로 최종 판결이 선고되면 SK이노는 배터리 셀·모듈·팩의 미국 내 수입금지 조처가 내려지며 완성차업체에 배터리 등을 공급할 수도 없다. 사실상 현지 사업이 멈춰 서게 되는 것이다.

SK이노는 미국 연방항소법원(CAFC)에 항소할 수 있지만, 항소 기간에도 수입 금지 조치는 지속돼 손해를 피하기 어렵다.

이 경우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ITC의 최종 결정에 따른 수입금지 조치를 할지, 혹은 거부권(Veto·비토)을 행사할지 60일 이내로 결정하게 된다. 대통령의 비토 행사는 매우 드문 사례로 알려졌지만, SK가 조지아주에 전기차 배터리 공장을 짓고, 2600개 일자리를 창출할 것으로 기대되는 상황에서는 다른 결과가 나올 수도 있다.

SK이노베이션 미국 조지아 주 배터리 공장 위치 제공=SK이노베이션
SK이노베이션 미국 조지아 주 배터리 공장 위치 제공=SK이노베이션

로이터는 "한국 라이벌 배터리 업체인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이 더 큰 분쟁에 휘말리고 있다"며 "미국 일자리 창출에 대한 압박은 양사 소송을 더 복잡하게 만든다"고 진단한 바 있다.

대통령의 거부권이 사용되지 않을 경우에는 SK가 ITC 결정에 불복하고 미국 연방고등법원에 항소하는 전개도 가능하다.

◇ 공익성 추가 검토하는 절충안...SK 안도, LG 불만

ITC는 SK의 영업비밀 침해를 인정하더라도 공익을 고려해 수입금지 조처를 공청회(Public Interest Hearing)를 통해 결정하도록 판결할 수도 있다. SK의 조기 패소 판결을 인정하지만 미 경제에 대한 피해 여부를 따지기 위해 공익성을 추가로 평가하겠다는 절충안인 셈이다. 공청회 결론에 따라서는 SK에 대한 수입금지 조치가 빠질 수도 있어, LG 입장에서는 불만족스러운 결과다.

ITC는 지난해 4월 조기패소 판결에 대한 재검토 결정 당시 공중보건·복지와 미국 경제의 경쟁 조건, 미국 소비자 등과 관련한 ‘공익’을 고려해 판단할 것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이 경우 ITC는 공익성 평가를 위해 미국 주 정부, 시 정부, 협력사 등 이해관계자들의 의견을 광범위하게 듣게 될 것으로 보인다.

즉 SK가 미국에서 배터리 사업을 지속하는 것이 ‘공익’에 부합하는지에 대한 의견을 들은 뒤 수입금지 여부를 결정한다는 뜻이다.

이미 지난해 5월 주정부 및 양사의 고객사라 할 수 있는 GM, 폭스바겐, 포드 등이 재판부에 공익과 관련한 의견서를 전달한 바 있다. 양사 소송의 결과에 따라 이들 업체들이 큰 타격을 입을 수 있는 상황이다.

일각에선 ITC가 조기패소 판결을 유지하면서도 수입금지 등 행정명령은 연방법원의 결정에 맡길 수 있다는 전망도 내놓는다.

◇ 예비결정 ‘환송(Remand)’…SK이노 판정승에 해당하나 가능성은 낮아

ITC가 최종 판결을 연기하는 대신 사건을 처음부터 다시 판단하겠다는 취지의 ‘환송(Remand)’을 결정하는 것도 가능한 시나리오 중 하나로 거론된다.

이는 사실상 SK의 승소로 해석될 여지가 크다. 소송이 원점에서 시작하는 만큼 ITC의 최종결정까지는 최소 6개월 이상의 시간이 걸리게 된다. 그 사이 SK는 조지아 공장을 안정적으로 가동할 수 있고 수입금지 효력도 재판과 함께 연기되기 때문이다.

당초 SK이노의 ‘조기 패소 예비결정(Initial Determination)’에 대한 재검토(Review)가 이뤄지는 데 대해 LG 측은 “통상적인 절차”라고 주장해왔다. 5명의 위원으로 구성된 ITC 위원회는 1명이라도 이의제기를 받아주기로 결정하면 재검토 절차가 진행된다는 것이다.

하지만 SK의 재검토 요구에는 ITC 위원회의 5명이 만장일치로 응한 것으로 알려져 조기 패소 결정의 구속력이 상대적으로 떨어졌다는 해석도 나온다.

이 경우 항소심까지 진행되면 소송 기간은 3~4년이 추가로 소요될 수도 있어, 양사 간 출혈이 커진다.

정세균 국무총리. 사진. 구혜정 기자
정세균 국무총리. 사진. 구혜정 기자

◇국무총리 ‘일침’에도 LG·SK ‘끝까지 간다’

한편 지난달 28일에는 정세균 국무총리가 “남 좋은 일만 시키는 것”이라며 강한 유감을 표시하기도 했다. 이에 정부가 막판 중재에 나서고 극적인 합의가 이뤄질 것이라는 기대도 있었으나 무위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SK이노베이션은 이에 "국민적인 우려와 바람을 잘 인식하여, 분쟁 상대방과의 협력적이고 건설적인 대화 노력을 통해 원만하게 해결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LG에너지솔루션은 “현재 합의를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하고 있으며 원만한 문제 해결에 적극 나서겠다”는 입장을 밝히면서도 “다만 최근까지 SK이노베이션의 제안은 협상 의지가 전혀 없는 것(으로 판단되는 수준)인데 논의할 만한 제안이 있기를 기대한다”면서 입장의 차이를 분명히 드러낸 바 있다.

현재 SK이노베이션과 LG에너지솔루션은 미디어SR에 최종 판결 시나리오에 따라 대응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다만 양측 모두 아직까지도 합의 가능성은 열려 있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저작권자 © 데일리임팩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