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지난해 사회복지공동모금회 등과 '그린무브공작소' 출범

플라스틱 폐기물 감축·복지시설 지원·리사이클 제품 개발 '1석3조'

지난해 7월 경기도 안양시 소재 현대자동차 사옥 4층에 마련된 사회적협동조합 ‘그린무브공작소’의 개소식에 참석한 (왼쪽부터) 현대차그룹 이병훈 상무, 사회복지공동모금회 김경희 사회공헌본부장, 한국보육진흥회 유희정 원장, 그린무브공작소 이채진 대표가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 현대자동차그룹 제공
지난해 7월 경기도 안양시 소재 현대자동차 사옥 4층에 마련된 사회적협동조합 ‘그린무브공작소’의 개소식에 참석한 (왼쪽부터) 현대차그룹 이병훈 상무, 사회복지공동모금회 김경희 사회공헌본부장, 한국보육진흥회 유희정 원장, 그린무브공작소 이채진 대표가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 현대자동차그룹 제공

[미디어SR 정혜원 기자] 사회적 거리두기 조치로 1회용품 사용량, 음식 배달, 택배 수요 등이 모두 증가하면서 플라스틱 폐기물 배출량이 급증했다. 이에 ‘제2의 쓰레기 대란’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는 상황에서 현대자동차그룹이 지난해부터 플라스틱 사용량을 줄이기 위해 사회적협동조합을 설립하는 등 전략적 접근에 나서고 있어 주목된다.

환경부는 올해 1월부터 '고고 릴레이'라는 생활 속 탈(脫)플라스틱 실천 운동을 SNS를 통해 펼치고 있다. 지난해 상반기 플라스틱 폐기물이 하루 평균 850만톤씩 배출될 정도로 심각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한 달이면 2억5500만톤이며, 전년도에 비해 15.6% 증가한 양이기 때문이다. 

국제학술지 사이언스(Science)에 게재된 한 논문은 2040년까지 플라스틱 쓰레기를 ‘80%’ 가까이 감축하는 ‘최상의 시나리오’에서도 플라스틱 쓰레기는 대량 축적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기후변화행동연구소에 따르면 육지에서 최대 2500년이 흘러도 플라스틱 페트병은 겨우 본래 크기의 절반으로 분해되는 데 그친다.

그럼에도 이미 바다에는 떠다니는 ‘플라스틱 섬’이 5개나 되고, 그 중에는 우리나라의 15배에 달하는 엄청난 크기도 있다.

이에 현대자동차그룹은 플라스틱 폐기물을 지속적이고 효과적으로 감축하고자 지난해 7월 사회복지공동모금회, 사회적기업 코끼리공장과 함께 사회적협동조합 ‘그린무브공작소’를 출범시켰다.

그린무브공작소는 수도권 지역의 아동센터나 보육원 등에서 폐 플라스틱 장난감을 수거·수리·소독한 후, 평소 장난감이 부족한 복지기관 등에 기부하거나 재판매하는 사회적협동조합이다. 

재활용이 불가능한 장난감은 업사이클링(Up-Cycling: 재활용품에 디자인 또는 활용도를 더해 가치를 높인 제품으로 재탄생시키는 것)을 거쳐 고부가가치의 소재 및 부품으로 재활용하게 된다.

현대차는 그린무브공작소에 필요한 예산과 함께 사무실 임대 및 수리·소독장비를 지원하게 된다.

그린무브공작소를 통해 플라스틱 폐기물을 줄이는 것은 물론 아동복지시설을 지원하면서 친환경 업사이클링 제품까지 개발하는 등 일석삼조의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아울러 그린무브공작소는 환경 교육용 동화책도 발간해 약 100개소의 아동복지기관·어린이집·유치원을 대상으로 ‘찾아가는 환경 교육’도 진행할 예정이다.

그린무브공작소에서 폐 플라스틱 장난감이 새로운 장난감으로 재탄생하는 과정. 사진=그린무브공작소 제공
그린무브공작소에서 폐 플라스틱 장난감이 새로운 장난감으로 재탄생하는 과정. 사진=그린무브공작소 제공

사실 비교적 눈에 쉽게 띄는 일회용품과는 달리 장난감은 버릴 때가 아니면 ‘플라스틱 폐기물’이라고 인지하기가 쉽지 않다. 하지만 국내 기준 일상생활에서 발생하는 연간 플라스틱 폐기물의 30%, 무려 240만톤이 버려진 플라스틱 장난감이다.

이들이 갖고 놀다 보면 많은 장난감이 고장나거나 망가진다. 문제는 장난감은 수리가 어렵다는 점이다. 장난감 전문 수리 업체를 찾기도 힘들고, 겨우 수소문해 맡겼다 해도 부품 수급 문제로 수리 기간 또한 기약이 없다.

플라스틱 외에 들어가는 부속물이 많다 보니 일일이 분해하는 수고가 큰 만큼 비용도 많이 든다. 제조회사의 수리센터에 맡겼더라도 새 제품으로 대체하는 경우가 많다. 애초에 생산 공장이 대부분 해외에 있어 부품 수급도 원활하지 않다.

하지만 일단 버려지는 장난감을 재활용하게 되면 그만큼 플라스틱 폐기물을 효과적으로 줄일 수 있게 된다. 현대차는 이 점에 주목해 그린무브공작소의 출범을 기획했다.

수리불가 장난감을 처리하는 과정. 사진=그린무브공작소
수리불가 장난감을 처리하는 과정. 사진=그린무브공작소

그린무브공작소의 출범을 기획 단계부터 도운 이종학 현대자동차그룹 사회문화팀 책임매니저는 미디어SR에 “정부와 타기업도 일회용품 감축 로드맵과 자원 순환 및 재활용 강화에 힘 쏟고 있지만 보다 전략적으로, 차별화된 방식으로 환경 사업을 추진해보자는 취지였다”고 설명했다.

이 책임매니저는 “특히 사회참여의식이 상대적으로 높은 밀레니얼 부모 세대가 폐플라스틱 재활용과 업사이클링 과정에 아동과 함께 참여하게 되면 장난감 순환의 환경 가치에 대한 인식이 더욱 효과적으로 확산될 것이라 기대한다”고 밝혔다.

그린무브공작소 이채진 대표는 사회적기업인 코끼리공장을 설립해 오랜 기간 폐 플라스틱 장난감이 선순환되는 네트워크를 구축하기 위해 노력해왔다고 강조했다.

이채진 그린무브공작소 대표는 미디어SR에 “사회적 기업인 코끼리공장은 한계가 있었다”면서 “대기업그룹의 지원을 받게 되면서 사업에 필요한 큰 규모의 자본 조달부터 네트워크 구축을 위한 상위 기관들, 돌봄시설 지역별 협의회나 보건복지부와의 협력까지 사업의 면면이 훨씬 수월해졌다”고 말했다.

이 대표에 따르면 사회적기업으로서는 단기간 내에 수많은 아동돌봄시설과 지역별 협의회, 총괄 단체 등과의 협력을 기대하기 어려웠다.

비교적 낮은 인지도로 상위 기관이 이 대표의 제안에 소극적이거나 아예 응하지도 않았었다. 하지만 ‘현대차’의 지원을 등에 업고 나니 상위기관과의 협업도 훨씬 원활해졌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 대표는 “장난감의 순환과 폐플라스틱 양을 줄여나가는 목적을 유지하면서 투자와 규모를 확대할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생각했다”면서 “안정적인 수익을 창출하기 전까지 그린무브공작소는 사회적협동조합의 형태로 운영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사회복지공동모금회(이하 모금회)에 기부하면 기부자의 의사에 따라 특정 사업을 진행할 수 있다. 이를 지정기탁사업이라고 하는데, 모금회가 기부자의 의사를 반영해 공익사업을 진행하고, 그 과정을 내부 가이드라인에 맞게 조정한뒤 전문가 심사를 거쳐 예산이 투입된다.

그린무브공작소의 경우 기존에 운영 중인 ‘사회적 기업’은 모금회 기준으로는 이윤이 발생하는 영리단체에 해당해 사업을 진행할 수 없었다. 대신 영리를 목적으로 하지 않는 ‘사회적 협동 조합’의 형태로 사업을 시작하게 됐다.

이채진 그린무브공작소 대표. 사진=그린무브공작소 제공
이채진 그린무브공작소 대표. 사진=그린무브공작소 제공

이 대표가 버려지는 장난감을 줄이고자 장난감 재활용의 필요성을 느낀 것은 2013년 무렵이다. 어린이집 선생님으로 10년 넘게 일한 그는 고장난 장난감이 쌓이기만 한다는 데 큰 아쉬움을 느꼈기 때문이다. 이후 꾸준하게 사업성을 보완하고 발전시켜 ‘H-온드림' 프로그램을 거치기도 했다. 'H-온드림' 프로그램은 현대자동차그룹이 매년 사회적기업을 육성하기 위한 프로그램으로 이 대표와 현대차는 구면인 셈이다.

그는 향후 계획에 대해 거침없이 밝혔다. “각 지역에 협력 기관을 확정하고 순환 네트워크를 안정적으로 구축하면 3년 뒤에는 개인도 편리하게 참여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면서 "다만 최근 플라스틱 폐기물 감축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되면서 이 시기는 더욱 앞당겨질 수도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궁극적으로는 자원순환과 일자리 창출을 가장 우선순위에 두고 유관단체와의 협업도 검토할 것"이라며 "장난감의 선순환이 이뤄진다면 공기청정기 같은 가전제품으로도 얼마든지 확대해 나갈 수 있으며, 재활용률을 높이는 방안이 곧 소재를 개발하는 과정이므로 이를 잘 연구해 자동차 부품으로 쓰였으면 하는 희망도 있다”고 밝혔다.

이처럼 기업들의 사회공헌은 지속가능성과 소셜임팩트(사회에 끼치는 긍정적 영향력 혹은 변화)를 전략적으로 고려하는, 고차원적인 방식으로 진화했다. 기업을 경영하듯 사회공헌도 ‘사회 문제의 해결’을 목표로 적정 자원을 투입해 지속적이며 효과적인 방법을 고민하는 것이다.

해결하고자 하는 목표와, 그룹 전체 혹은 계열사가 투입·활용할 수 있는 자원에 따라 사회공헌활동의 방법도 달라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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