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 SK하이닉스 제공 
사진=SK하이닉스 제공

[미디어SR 정혜원 기자] 지난해 영업이익 5조원을 달성한 SK하이닉스 내에서 성과급을 두고 임직원들의 반발이 이어지고 있다. 특히 저연차 직원이 최고경영자인 이석희 사장에게도 “성과급 지급 기준을 구체적으로 밝혀달라”고 전체공개 메일을 보내면서 더 큰 논란이 불거졌다. 하지만 SK하이닉스 측은 영업이익을 그대로 반영한 성과급을 반영하기에는 경영 상 곤란하다고 설명했다.

SK하이닉스 관계자는 2일 미디어SR에 “성과급 지급 체계는 정해진 산출 규칙에 따라 책정이 된다”면서 “사측이 정한 규칙에 따라야 하는 것이고, 구성원들이 협의를 통해 변경할 부분은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사측은 지난달 28일 2020년 연간 실적에 근거한 성과급 산정 체계에 따라 기본급(연봉의 20분의 1)의 400%, 연봉으로 환산할 경우 연봉의 20%를 PS로 지급한다고 발표했다. PS는 흔히 성과급(인센티브)으로 불리는데, 전년 실적이 연초에 목표한 실적을 초과 달성했을 때 사내에서 정한 별도의 산정 방식에 따라 결정된다.

이는 해마다 상·하반기 두 차례에 걸쳐 지급되는 생산성 격려금(PI)과는 다른 항목으로, 연봉 6000만원 수준인 과장급 직원은 1200만원 전후의 PS를 받게 될 것으로 알려졌다.

전체 직장인 평균 임금과 비교하면 적지 않은 성과급이지만 직원들은 이같은 사측의 PS 지급 수준에 크게 반발하고 나섰다. 사측이 지급하는 PS 수준이 동종업계로 분류되는 삼성전자 반도체부문의 성과급은 물론 SK하이닉스 협력사의 성과급에도 미치지 못한다는 불만이다.

이에 사측은 성과급 지급 체계를 설명하는 자리를 만들었으나 직원들은 여전히 납득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직원들은 ‘고위 임원들만 수천%의 PS를 받아가는 거 아니냐’, ‘설명회서 질문할 기회를 막아두고 무엇을 소통하려 하는가’라며 강하게 반발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올해는 입사 4년차인 한 직원이 자신의 실명을 밝히면서 이석희 CEO에게 공개적으로 성과급 지급 체계에 의문을 제기하면서 논란이 커졌다.

작성자는 다음과 같이 질문했다.

“성과급 지급 기준이 되는 'EVA'(경제적 부가가치, 영업이익에서 법인세·자본비용 등을 제외한 금액)라는 지수의 산출방식과 계산법을 공개할 수 있는지, 불가능하면 구체적으로 어떤 부분이 공개하기 어려운 부분인지 궁금합니다. 또 매년 EVA만큼 지수달성하면 성과급 및 특별기여금을 최대 기본급의 몇%까지 지급이 가능한지 궁금합니다.”

“‘실리콘 웍스’, ‘원익 IPS’보다 성과급이 적은 이유는 단순히 EVA라는 기준을 도입해서라고 하신다면, EVA라는 기준이 구성원의 임금체계 및 성과급(초과이익에 대한 보상) 기준을 해치는 불합리한 기준이라고 생각하지 않으시는지 궁금합니다.”

하지만 회사 관계자는 미디어SR에 “해당 직원이 요구한 바에 따라 회사 측이 성과급 산출 방식 등을 공개했는지 여부는 확인해줄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EUV(Extreme Ultra Violet, 극자외선) 노광 장비가 도입된 SK하이닉스 M16 팹이 지난 1일 준공했다. 사진=SK하이닉스
EUV(Extreme Ultra Violet, 극자외선) 노광 장비가 도입된 SK하이닉스 M16 팹이 지난 1일 준공했다. 사진=SK하이닉스

SK하이닉스와 동종업계로 분류되는 삼성전자는 지난해 실적에 근거해 초과이익성과급(OPI)으로 반도체사업부문(DS) 직원들에게 연봉의 47%를 지급한다고 발표한 바 있다. 기본급을 기준으로는 940%에 해당해 2배 이상 차이가 난다. 물론 업계에서는 삼성전자가 SK하이닉스와 규모 면이나 기술력 측면에서 ‘경쟁사’로 간주하기는 어려운 것으로 본다. 하지만 전사에 발송한 메일을 작성한 직원은 SK하이닉스와 비교해 매출 규모가 작은 원익IPS나 실리콘웍스 등에 비해서도 SK하이닉스가 같거나 적은 PS를 지급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SK하이닉스는 2020년 코로나19의 확산에 따라 비대면 수요가 폭증하면서 매출 31조9004억원, 영업이익 5조126억원의 호실적을 기록했다. 전년과 비교해 매출은 18%, 영업이익은 84% 증가했다. 실리콘웍스는 지난해 창사 이래 최초로 매출 1조원대, 영업이익 942억원을 기록, 전년 대비 매출은 33.9%, 영업이익은 99.4% 급증했다. 아직 확정 실적을 발표하지 않은 원익IPS의 실적에 대한 증권사 컨센서스는 매출액 1조2626억원, 영업이익2185억원으로 전년 대비 각각 16.58%, 21.97%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사측은 매년 이익 규모에 따라서 PS를 지급하기는 곤란하다고 설명한다. PS는 초과이익분배금이라는 의미 그대로 연초에 설정한 ‘이익’ 수준을 초과 달성했을 때 지급하는 인센티브라는 얘기다. 극단적으로 말하면 매출이 전년보다 2배 늘었더라도 목표했던 이익률에 미치지 못하면 지급하지 않을 수 있는 것이다.

아울러 회사 관계자는 미디어SR에 “대출이자, 투자 등 추가 지출이 생길 수 있고 장기적으로 지출이 필요한 부분도 있기 때문에 단순히 영업이익만을 기준으로 성과급을 산정하는 데는 어려움이 있다”면서 “이는 다른 회사들도 마찬가지”라고 부연했다.

그럼에도 직장인 익명 애플리케이션에는 “그간 쌓여 온 것이 터졌다”는 반응이 주를 이루고 있다. SK하이닉스에 재직했던 한 업계 관계자는 미디어SR에 “기본급 400%는 사실상 연봉 삭감에 해당한다”면서 “(재직 당시)통상 기본급의 1300~1600%의 성과급이 책정돼 왔는데, 점차 줄어든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더욱이 SK하이닉스는 지난해 2019년 PS(초과이익분배금)에 해당하는 성과급을 실적 부진을 이유로 지급하지 않으려다 삼성전자 반도체 사업부 직원들이 연봉의 29% 수준 OPI를 받은 점을 고려해 비슷한 수준의 특별기여금을 지급한 바 있다. 앞서 반도체 슈퍼호황기였던 2017~2019년에도 SK하이닉스는 삼성전자와 같은 수준의 성과급률을 책정했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올해 SK하이닉스 직원들의 성과급은 기본급의 600% 수준에 그쳤다. 600%는 PS로 기본급의 400%와 반기별로 지급된 PI(생산성 격려금) 100%를 합친 것이다. 업계 관계자의 말에 따르면 올해 직원들의 성과급은 통상 수준의 절반 이하로 떨어진 것이다.

진짜 불만은 성과급이 아니다?...직원 동의 없는 '불리한 취업규칙 변경'

더욱이 직원들의 누적된 불만은 단순히 ‘성과급 감소’에 머무는 것이 아닌 것으로 보인다. 새로운 인사규칙에 따르면 사측이 연봉을 구성하는 ‘업적급’의 산정을 사측이 마음대로 산정하게 돼 직원에게 불리해질 수 있다. 이는 근로기준법 제94조에 따라 취업규칙의 작성 및 변경 시 과반수의 노동자로 조직된 노조의 동의를 받아야 하는 사항이다. 하지만 사측은 뒤늦게 동의를 받고 있는 것이다.

직장인 익명 애플리케이션 '블라인드'에 SK하이닉스 재직자로 추정되는 사람의 의견. 사진=블라인드 갈무리
직장인 익명 애플리케이션 '블라인드'에 SK하이닉스 재직자로 추정되는 사람의 의견. 사진=블라인드 갈무리

이에 한 직원은 지난달 21일 사측이 취업변경 규칙을 어겼다며 청원을 진행하고 있다. 해당 청원에는 2일 오후 7시 기준 6369명이 동의했다.

불만 접수한 최태원 SK 회장 "보상 반납하겠다"...이석희 CEO도 답변

한편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지난 1일 SK하이닉스 이천 본사에서 열린 최첨단 반도체 생산라인 M16 준공식 축사에서 ‘SK하이닉스에서 받은 보상을 반납한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 당시 최태원 회장은 성과급과 관련해 ‘안타깝고 극복해야 할 과제라고 생각’한다면서 ‘공감이 필요했던 게 아닐까 스스로 자책도 해본다’는 취지의 의견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1일 경기도 이천에서 열린 SK하이닉스 M16 팹 준공식에서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축사 연설을 하고 있다. 사진=SK하이닉스 제공
지난 1일 경기도 이천에서 열린 SK하이닉스 M16 팹 준공식에서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축사 연설을 하고 있다. 사진=SK하이닉스 제공

최 회장이 반납하기로 한 SK하이닉스 연봉은 30억원으로 추산된다. 최 회장은 SK하이닉스 미등기임원 151명 중 1명으로 급여와 상여금, 성과급을 받는다. 업계는 최 회장이 2019년 받은 총 보수가 30억원 수준이며, 지난해도 이와 비슷할 것으로 보고 있다.

30억원을 SK하이닉스 임직원 2만8000여명에게 동일하게 나눠줄 경우 직원 1인당 10만원가량을 받게 된다.

또한 2일 이석희 SK하이닉스 사장은 사내 메시지를 통해 직원들의 반발에 대해 답변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사장은 “PS 수준이 구성원들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해 여러분의 아쉬움과 실망감을 가슴아프게 생각한다”면서 “올해는 경영진과 구성원이 합심해 좋은 성과를 내서 기대에 부응하는 PS를 지급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연중에 PS 예상 수준과 범위에 대해 소통을 확대해가도록 하겠다”는 계획도 언급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데일리임팩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