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사진. 구혜정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사진. 구혜정 기자

[미디어SR 정혜원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박근혜 전 대통령의 국정농단 관련 파기환송심에서의 2년6개월 실형이 확정됐다.

이 부회장 측 변호인단과 특검 모두 재상고 계획이 없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 부회장은 옥중에서 대규모 투자 결정과 상속세 마련 등의 현안을 해결해야 하는 과제를 안게 됐다.  

이재용 부회장 측 변호인인 이인재 변호사는 25일 "이번 판결을 겸허히 받아들이고 재상고하지 않기로 했다"는 의사를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특검도 이날 재상고 하지 않고 판결을 받아들이기로 했다. 특검은 "징역 2년 6개월이 선고된 것은 인정된 범죄사실과 양형 기준에 비춰 가볍지만, 상고 이유로 삼을 위법 사유에 해당하지 않으며 그 밖에 다른 적당한 상고이유가 없다고 판단했다"며 재상고 계획이 없다고 상고하지 않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특검은 또 "승마·영재센터 지원 뇌물 사건과 정유라 입시비리, 비선진료 사건이 마무리됐고 블랙리스트 사건도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이 선고됐다"며 "민간인에 의한 국정농단 사건의 진상규명이라는 특검법의 목적이 사실상 달성됐다"고 밝혔다.

양측 모두 재상고하지 않기로 하면서 이 부회장의 실형은 상고 기간이 끝나는 이날 밤 12시를 기해 그대로 확정될 것으로 보인다. 2017년 2월 기소된 지 약 4년 만이다.

이 부회장에 대한 형량이 징역 2년6개월로 확정되면 이 부회장의 남은 복역 기간은 약 1년 6개월가량이다. 이 부회장은 2017년 2월 구속돼 2심 집행유예형을 선고받고 353일을 복역한 바 있다.

이 부회장 측이 재상고 포기를 택한 건 법리적으로 대법원의 판결 취지에 따라 실형이 선고됐기 때문에 재상고심이 열린다고 해도 얻을 수 있는 실익이 없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양형 부당'을 이유로 재상고할 수 없을뿐더러 집행유예형을 선고하지 않은 것을 이유로 대법원에서 다투기는 법률적으로 어렵기 때문이다.

일각에선 재상고 포기가 사면을 고려한 조치라는 분석도 나온다. 대법원에 상고한다면 상고심 판결까지 형이 확정되지 않은 상태가 계속돼 사면 논의대상에도 포함될 수 없다.

실제 2016년 배임 등 혐의로 파기환송심에서 징역 2년6개월을 선고받은 이재현 CJ회장은 재상고했지만, 광복절 특사 방침이 알려지자 이를 곧바로 취하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사진. 구혜정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사진. 구혜정 기자

◆대규모 투자 압박, 상속세 해결 등...과제 산적 

실형 선고로 수감된 이 부회장은 여러 현안들을 옥중에서 해결해내야 하는 과제를 떠안게 됐다. ‘반도체 비전 2030’을 달성하기 위한 대규모 투자 결정을 내리고 상속세 납부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한편 삼성전자는 비상경영체제를 본격적으로 가동할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는 2017년 그룹 해체 이후 계열사별로 자율경영을 해온 만큼 일상적인 업무는 사장이 결정해 큰 차질은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총수의 결단이 필요한 대규모 투자 등은 이재용 부회장의 빈 자리를 더욱 부각시킬 것으로 관측된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미디어SR에 “실무 차원에서는 영향이 별로 없지만 회사의 중요한 의사결정이나 대규모 투자 등과 관련한 사안은 직접적으로 차질이 생기는 상황”이라고 우려를 나타냈다.

삼성 내부에서는 최장 1년 6개월간 이어질 총수 부재 기간의 경영 차질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당장 삼성전자는 30조원 이상 투입될 것으로 예상되는 평택 P3라인에 대한 투자 결정을 내려야 한다. 이 사업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착공과 투자 규모가 공개될 것으로 전망했으나 이 부회장의 사법리스크로 지연되고 있다.

특히 삼성전자는 새로 출범하는 조 바이든 행정부의 투자 압박에서도 자유롭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업계는 바이든 정부도 자국산업 보호 및 일자리 창출 정책에 따라 미국 진출 기업에 대한 투자를 압박할 것으로 보고 있다.

현재 파운드리 경쟁사인 대만의 TSMC가 올해 최대 30조원이 넘는 막대한 투자를 예고했으며 바이든 행정부는 투자 결정에 대한 다양한 ‘인센티브’도 고려하고 있다. 때문에 ‘반도체 비전 2030’을 달성을 위해서는 대규모 투자에 대한 이 부회장이 결정이 필요한 상황이다.

하지만 삼성은 현재 "국내외 투자와 관련해선 아무것도 결정된 바 없다"며 말을 아끼고 있다.

동시에 이 부회장은 고(故)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으로부터 물려받은 상속재산을 정리하고 상속세 재원을 마련해야하는 숙제도 안고 있다.

이 부회장의 상속세 납부 기한은 오는 4월까지로 그사이에 주식과 부동산·미술품 등 상속 재산 평가와, 유족간 재산 및 상속 주식 배분, 12조원이 넘어설 것으로 보이는 상속세 마련 방안까지 마련해야 한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사진. 구혜정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사진. 구혜정 기자

◆취업제한 적용 시 최대 6년 6개월의 공백...재계, “법리 다툼 여지 있어”

이밖에 이 부회장은 실형 선고에 따른 취업제한 문제도 마주하고 있다. 현재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이하 특경가법) 취업제한 규정에 따라 이재용 부회장은 형 집행이 종료된 후에도 5년간 삼성전자에 재직할 수 없게 돼 있다.

시민단체 경제개혁연대는 "이 부회장의 판결이 확정되면, 법무부는 삼성전자 이사회 의장에게 이 부회장의 해임을 즉각 요구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만기 출소 때까지 기다리지 말고 법무부가 ‘판결이 확정되면’ 바로 이 부회장의 해임을 요구해야 한다는 것이다.

지난 10년간 취업제한 조항의 적용 여부는 일관적이지 않았다. 때문에 법무부는 법적 안정성을 위해서라도 해당 조항에 관한 원칙과 이 부회장에 대한 취업제한 조항의 적용 여부를 밝혀야 할 책임을 갖게 됐다.

일례로 2013년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박근혜 정부 시절 회삿돈 450억원 횡령으로 유죄가 확정됐을 때 최 회장은 “무보수로 재직 중이므로 '취업'이 아니다”라는 논리로 회장직을 계속 유지한 바 있다. 이 사례에 근거해 이 부회장이 삼성전자에서 등기이사를 내려놓고 무보수로 근무해온 만큼 취업제한 규정과 무관하다는 의견도 있다.

한편 취업제한 대상이라고 해도 법무부 장관의 승인이 있거나, 중간에 사면복권되면 취업제한이 적용되지 않는다. 과거 김정수 삼양식품 사장도 49억원 횡령 혐의로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받아 이사직을 상실했지만 추후 법무부 승인으로 경영에 복귀한 바 있다.

법리로도 다툼의 여지가 있다는 것이 재계의 관측이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미디어SR에 “애초에 해당 조항의 취지는 범죄자가 공모자와 함께 관련 회사에 취업하게 될 경우 범죄를 통한 부당한 이득을 취할 수 있도록 하는 ‘재범’의 여지를 차단하기 위한 것”이라며 “이 부회장의 경우는 그 같은 부당한 이득을 취할 우려가 있는 상황은 아니지 않나”라고 반문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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