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주의 현장 터치] 이수영 부엔까미노 대표 인터뷰 통해 "유니콘 기업 꿈"

하나은행 등 주요 은행 핀테크 대회서 수상 경력 .... "금융 패러다임 바꾼다"

이수영 부엔까미노 대표가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 부엔까미노.
이수영 부엔까미노 대표가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 부엔까미노.

[미디어SR 김병주 기자] 기자는 오랜 꿈이 있다. 바로 스페인 순례길을 횡단하는 것이다. 그저 걷는 걸 좋아하기에, 다소 먼 여정일지언정 스페인이라는 낯선 나라‧낯선 도시를 걸어보고 싶을 뿐이다.

그래서인지 스페인 순례길 여행자들을 위한 숙소를 운영하는 TV예능 프로그램을 즐겨보기도 했다. 당시 화면 속에 등장하는 순례길 여행자들은 서로를 마주칠 때 마다 한마디씩 하곤 한다. 

‘부엔까미노(Buen Camino)!’

부엔까미노는 ‘좋은 여행되세요!’, ‘당신의 앞날을 축복합니다’라는 의미를 담은 스페인어다. 흔히 순례길 여행자들끼리 나누는 인사말로 알려져 있다.

오랜만에 ‘부엔까미노’라는 말을 들으니 가슴이 쿵쾅거렸다. 바로 핀테크 스타트업 ‘부엔까미노’의 등장이다.

호기심부터 일었다. 과연 어떤 회사일까? 회사 직원들은 스페인을 가봤을까? 부엔까미노의 이수영 대표를 만나면서 스페인 순례길의 첫발을 내딛는 것처럼 작은 셀렘이 다가왔다. 

◆은행권의 주목을 받는 핀테크 스타트업

최근 부엔까미노 구성원들은 정신없을 정도로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이달 초 발표된 ‘하나·핀테크 New Biz 아이디어 공모전’에서 대상을 수상했기 때문이다.

‘하나·핀테크 New Biz 아이디어 공모전’은 하나은행과 서울 핀테크랩이 공동 주관한 행사다. 하나은행이 제공하는 Open API 및 공공 데이터를 활용해 연계 신사업을 개발하고 프로토타입(Prototype)을 구현, 제출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이번 수상으로 부엔까미노는 하나은행과의 협업 비즈니스 사업화 검토는 물론, 짭짤한(?) 상금(팀원들의 인센티브와 노트북 교체에 사용됐다고 한다)도 받는 두배의 기쁨을 누렸다.

이수영 대표는 대상 수상 이유에 대해 “저축 목적 달성을 위해 ‘6가지 펀세이빙’과 ‘오픈뱅킹 플랫폼’을 활용하는 부분이 창의성 측면에서 점수를 받았다고 생각합니다"라고 설명했다.

이 대표는 "26주 적금, 저금통 등의 펀세이빙은 하나의 적금 상품"이라며 "하지만 저희 서비스는 각기 다른 특징을 가진 6가지 펀세이빙 가운데 저축 목적에 어울리는 펀세이빙을 선택‧적용 할 수 있는 점이 강점"이라고 강조했다. 즉 목적과 상황에 맞게 펀세이빙을 선택할 수 있다는 점에서 나름의 창의성을 인정받았다는 얘기다.

부엔까미노는 ‘대중적 자산관리 문화의 선도’라는 목표로 창업된 회사다. 현재 목적 기반 펀세이빙&펀재테크 서비스’를 ‘목적 맞춤형 자산관리’로 고도화시키는데 중점을 두고 사업을 펼치고 있다고 이 대표는 강조했다.

다소 어렵고 거창해 보이는 단어들이지만 이를 하나의 단어로 요약하면 앞서 언급한 ‘펀세이빙’으로 표현할 수 있다. 펀세이빙(Fun Saving)은 말 그대로 ‘재미있는 저축’이라는 의미다.

영국의 한 챌린지 뱅크에서 금융 소외 계층의 저축률 개선을 위해 만든 반올림 저축이 그 시초다. 반올림 저축이란 신용카드 결제내역을 천원단위로 올림한 뒤, 여기서 만들어진 잔돈을 저축하는 개념을 뜻한다.

우리나라에서도 이미 펀세이빙 개념을 도입한 상품이 서비스되고 있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바로 카카오뱅크에서 운영중인 ‘26주 저축’과 ‘저금통’ 서비스다.

이수영 대표가 펀세이빙에 관심을 갖게 된 배경에는 그의 남다른 이력이 한 몫했다. 국내 증권사 법인부, 투자자문사 리서치 및 펀드매니저로 사회경험을 시작한 그는 업계에서 꽤 유망한 전문가로 통했다.

하지만 이러한 세간의 평가 속에도 정작 이 대표는 뭔가 ‘맞지 않는 옷’을 입고 있다는 답답함을 느꼈다고 한다. 

이수영 부엔까미노 대표. 사진. 부엔까미노.
이수영 부엔까미노 대표. 사진. 부엔까미노.

이 대표의 답변을 듣고보니 바로 의문이 풀렸다.

“제가 가진 업(業)에 대한 철학은 혼자만 잘 먹고 잘 사는 것이 아닌 평범한 사람들이 금융투자를 통해 잘 먹고 잘 살아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회사에서는 제 철학을 펼치기가 쉽지 않았죠. 무엇보다 무조건 성과를 올려야 돈을 벌 수 있는 증권사와 투자자문사의 ‘성과급’구조에 적응하는 것이 힘겨웠습니다. 그래서 바로 회사를 나와 제 철학을 펼칠 서비스를 만들기로 결정했지요. 평범한 사람들이 쉽고 재미있게 저축, 투자에 나서고 이를 기반으로 누구나 잘 살 수 있는 플랫폼을 만들기로 결심했거든요. 그렇게 나온 아이디어가 바로 ‘펀세이빙’이었습니다.”

◆‘펀세이빙’으로 혁신을 꿈꾸다

이수영 대표가 말하는 부엔까미노의 펀세이빙은 ‘자동이체’와 비슷한 개념이다. 하지만 디테일에서는 상당한 차이가 있다. 예를 들어 사용자는 매달 초, 자신이 사용할 한 달 예산을 지정한다. 그리고 월말쯤에는 자신이 정한 예산보다 적게 지출했을 때 예산에서 남은 돈은 자동으로 저축이 되는 방식이다.

규칙은 자율이다. 기존 펀세이빙 상품은 서비스 제공사에서 정해놓은 규칙 한 가지를 따라가야 했지만, 부엔까미노의 서비스에서는 여러 가지의 규칙 가운데 사용자가 마음대로 선택할 수 있다.

그는 결국 이러한 선택의 과정이 곧 돈을 모으는 ‘습관’과 ‘재미’를 느끼게 해줄 것이라고 역설한다. 이수영 대표는 “멈춰 있는 관성이 깨지면 움직이는 것이 당연해지듯, 자산관리가 시작되고 계속 이어지도록 하는 것이야 말로 펀세이빙의 가장 큰 특징이자 강점”이라고 역설했다.

이러한 획기적인 아이디어는 주요 투자자와 벤처캐피탈, 특히 은행권의 주목을 받았다. 대다수 시중은행들은 최근 젊은 고객들의 자산관리 서비스에 큰 관심을 나타내고 있다. 소위 미래의 ‘잠재 고객’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2030세대들이 재테크와 자산관리에 관심을 보이면서 이들을 잡기 위한 관련 투자 상품도 속속 선보이고 있다.

이수영 대표도 은행과의 협업을 꾸준히 염두에 두고 있다. 핀테크 기업으로서 은행과의 협업은 빠른 성장을 도모할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대표는 “사실 이번 하나은행 공모전 참여 역시 하나은행과의 제휴를 위해서는 어떤 대비를 해야 할지에 대한 점검의 목적이 가장 컸다”며 “실제로 공모전을 치르면서 하나은행의 어떤 API를 활용해 펀세이빙 서비스를 구현할 수 있을지를 파악할 수 있었다”라고 말했다.

특히 이번 기회를 통해 비즈니스 측면에서 구체적인 서비스 개발 방향성도 설정할 수 있었다고 한다. 이수영 대표는 “서비스에 실제로 돈이 모이는 서비스 기본 계좌 뿐 만 아니라, 다양한 펀세이빙 예‧적금 상품을 하나은행과 기획 및 개발하기를 희망한다”라고 강조했다.

하나·핀테크 New Biz 아이디어 공모전 온라인 시상식에서 대상을 수상한 이수영 대표(화면 윗줄 왼쪽). 사진. 하나은행.
하나·핀테크 New Biz 아이디어 공모전 온라인 시상식에서 대상을 수상한 이수영 대표(화면 윗줄 왼쪽). 사진. 하나은행.

실제로 이수영 대표는 자신이 생각하는 ‘큰 그림’을 귀띔하기도 했다. 그가 말한 아이디어는 ▲목적 달성률에 따라 특별한 혜택이 주어지는 예적금 상품 ▲결혼·내집 마련 등 목적을 세웠을 때 응원의 의미로 금리를 제공하는 적금 ▲목적 달성률에 따른 전세자금 금리 인하와 같은 패키지 금융 상품 등이다.

이 대표는 “부엔까미노와 연계한 은행 입장에서도 이러한 상품개발 및 서비스 협업을 통해 라이프 스타일을 모두 함께 하는 주거래 고객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고 힘줘 말했다.

◆‘목적 기반 투자로 패러다임 바꿀 것’

금융시장의 디지털 혁신이 점차 가속화되는 추세다. 특히 내달부터 본격화될 마이데이터 산업은 소비자 중심의 맞춤 금융상품 및 서비스의 출시와 고도화를 이끌 것으로 관측된다.

이수영 대표와 부엔까미노는 디지털 금융의 혁신이 본격화될 올해를 펀세이빙 서비스가 퀀텀 점프를 할 수 있는 도약의 적기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특히 부엔까미노의 펀세이빙 서비스를 통해 수집될 방대한 금융 빅데이터는 마이데이터 사업의 강력한 경쟁력이 될 수도 있어 보인다. 부엔까미노와 이수영 대표는 2021년을 ‘도약의 해’로 삼겠다는 각오를 다지고 있다.

이수영 대표는 “목적 기반 투자(Goal Driven Investing)’를 한국 금융시장의 패러다임으로 만드는 것이 부엔까미노의 목표”라며 “많은 이들이 크고 작은 저축 목적을 달성해나가면서, 이를 기반으로 인생 계획을 세우고 이뤄 나갈 수 있는 서비스를 만들어 갈 것”이라고 다짐했다.

한 사람이 꿈을 이뤄내는 과정이 수많은 이들의 꿈을 일깨우는 자양분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이수영 대표의 성공을 기원하며 '부엔까미노'를 되뇌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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