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비전 2030의 성공으로 '1위 수성' 노려

슈퍼사이클로 향후 2년간은 영업익 상승 예상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 10월 네덜란드 에인트호번에 위치한 ASML 본사를 방문했을 당시. 사진. 삼성전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 10월 네덜란드 에인트호번에 위치한 ASML 본사를 방문했을 당시. 사진. 삼성전자

[미디어SR 정혜원 기자] 지난해 삼성전자의 반도체 영업이익이 미국 인텔과 대만 TSMC에 밀려 3위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됐다.

삼성전자는 올해 코로나19와 미중 무역 분쟁 등 글로벌 불확실성을 마주하고도 상당히 선전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반도체 부문의 영업이익만 비교했을 경우 인텔과 TSMC가 더 많은 이익을 거둬들이면서 빅3 가운데 최하위로 밀려날 것으로 예상됐다.

25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 8일 잠정 실적을 공개한 삼상전자의 2020년 반도체 부문 연간 매출은 73조원, 영업이익은 19조원 수준으로 집계됐다.

지난 21일(미국 현지시간) 인텔은 지난해 연간 매출이 약 779억달러, 영업이익이 약 237억달러를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25일 기준 원·달러 환율을 적용하면 대략 86조1000억원대, 26조2000억원대 수준으로, 인텔은 지난해 사상 최고의 매출을 기록했다.

주력이 CPU(중앙처리장치)인 인텔은 기업용 데이터센터 부문의 매출이 전년 대비 16% 감소했지만, 코로나19로 인한 노트북·PC 수요가 33% 증가하면서 역대급 매출을 달성하게 됐다.

이는 지난해 기준 글로벌 반도체 기업 중에서 가장 높은 매출과 영업이익이기도 하다. 삼성전자의 잠성 실적보다 매출은 13조원, 영업이익은 7조원 가량 더 많다.

지난 14일 확정 실적을 공개한 대만의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기업 TSMC은 작년 매출 1조3393억대만달러(약 52조9000억원대), 영업이익은 5665억대만달러(약 22조4000억원대)로 집계됐다. 매출은 삼성전자보다 20조원 이상 적지만 영업이익은 3조원 가량 많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4분기 원달러 환율 강세로 삼성전자의 실적이 다소 불리하던 것을 감안하더라도, TSMC가 더 많은 수익을 낸 것이다.

삼성전자는 오는 28일 지난해 실적을 확정, 발표한다. 금융업계 예상치에 따르면 2019년 매출 64조9000억원, 영업이익 14조원 수준 보다 더욱 개선된 실적을 발표할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지난해 코로나19 여파로 인한 재택근무, 원격수업, 화상회의 등 다양한 분야에서 비대면 수요가 증가해 반도체 기업들이 선전한 영향에 따른 분석이다.

삼성은 메모리 반도체 슈퍼 호황기이던 2017~2018년에 매출과 영업이익 모두 글로벌 1위를 기록했다. 하지만 그 이후로는 대부분 매출과 영업이익 모두 인텔에 밀려 2위를 기록했다.

그 사이 2019년부터 세계 파운드리 시장이 급성장하면서 첨단 공정의 기술력과 자본력을 앞세운 TSMC가 무서운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TSMC는 2019년에 다소 부진하던 삼성전자(14조원)와 비슷한 영업이익을 기록했으며, 지난해에는 삼성전자를 앞지르면서 격차를 더욱 벌려나갈 것으로 예상된다.

영업이익률만 비교할 경우 TSMC는 인텔보다도 앞선다. TSMC의 경우 오직 파운드리에만 집중해 지난해 영업이익률이 무려 42.3%를 기록했다.

지난해 하반기, 미국이 화웨이를 제재하면서 대형 고객을 잃었지만 파운드리 공급 부족 사태가 빚어지면서 40%가 넘는 영업이익을 낸 것이다. 2017~2019년 이 회사의 영업이익률은 37.2~39.4%였다.

반면 삼성전자 반도체 부문의 지난해 영업이익률은 평균 26% 정도다. 인텔은 30.4%를 기록해 삼성전자는 영업이익률에서도 두 회사에 뒤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업계에서는 올해부터 2년간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는 반도체의 슈퍼 사이클에 맞춰 삼성전자가 다시 실적에서 순위 상승을 이룰 가능성이 열려있다고 본다.

증권가에서는 올해 D램 가격 상승이 예상되면서 삼성전자의 반도체 부문 매출이 80조~88조원, 영업이익 25조~27조원 수준을 기록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2022년 매출과 영업익은 이보다 더 높아질 것으로 예상한다. 반도체 영업이익만 최대 44조원을 넘어선 2017~2018년 수준에는 못 미치겠지만 최근 2년보다는 높은 실적이다.

이재용 부회장이 평택 3공장 건설현장을 점검하고 있다. 사진. 삼성전자
이재용 부회장이 평택 3공장 건설현장을 점검하고 있다. 사진. 삼성전자

시스템반도체 1위, 반도체 비전 2030의 달성이 관건

한편 종합반도체회사(IDM)인 삼성전자는 주력인 D램, 낸드플래시 등 메모리 반도체뿐 아니라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 등 시스템 반도체(비메모리 반도체)와 파운드리까지 분야별로 영업이익률 격차가 크다.

증권가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D램 생산의 경우 영업이익률이 40%로 높지만 낸드는 20%선, 시스템 반도체 부문은 10%선에 그치는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가 글로벌 시장에서 1위를 놓치고 있는 시스템 반도체와 파운드리 부문에서는 메모리 반도체보다 상대적으로 수익률이 낮은 상황이다.

하지만 삼성전자는 '반도체 비전 2030'을 수립하고 2030년 시스템반도체 세계 1위를 목표로 하고 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올해 첫 행보도 파운드리 생산설비 반입식에 참석한 것이었다.

지난해 말 한국수출입은행 해외경제연구소가 발간한 '시스템반도체산업 현황 및 전망' 보고서에 따르면 시스템반도체 시장은 2019년 약 2269억달러에서 오는 2025년 약 3389억달러로 매년 평균 7.6% 증가할 것으로 관측된다.

하지만 한국의 시스템반도체 경쟁력은 상대적으로 취약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에 삼성전자는 ‘반도체 비전 2030’을 달성하기 위해 투자 및 고용확대는 물론 국내 중소 팹리스 기업들을 대상으로 △공정 설계 지원 △시제품 생산 지원 △기술교육 확대 등을 통해 경쟁력 향상 및 생태계 육성을 지원하고 있다.

국내 팹리스는 인력 부족, 중국과의 가격 경쟁, 제한된 제품군, 창업기업 감소 등으로 성장세가 둔화된 가운데 시스템반도체 부문에서의 경쟁력 확보를 위해 삼성전자가 나서서 팹리스, 디자인하우스 등 국내 시스템반도체 생태계 강화를 추진하고 있는 것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미디어SR에 “반도체 생태계 육성에 대한 이 부회장의 의지가 확고하다”면서 “새해 첫 일정을 협력회사와 함께 계획한 데에 함의가 크다”고 밝힌 바 있다.

아울러 삼성전자는 시설 투자 규모를 확대할 것으로도 예상된다. 지난해 삼성전자의 시설 투자 규모는 35조2000억원으로 추산된다. 전년(26조9000억원)보다 8조원 이상 늘렸다. 삼성전자가 시설 투자 규모를 확대한 것은 지난 2017년 이후 3년 만이다.

증권가에서는 올해 역시 삼성전자가 시설 투자 규모를 늘릴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삼성증권은 올해 삼성전자가 반도체 설비에만 38조원을 투자할 것으로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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