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노삼성자동차 부산 공장. 사진. 르노삼성홈페이지
르노삼성자동차 부산 공장. 사진. 르노삼성홈페이지

[미디어SR 정혜원 기자] ‘코로나 보릿고개’를 넘기 위해 코로나19로 타격을 입은 피해 업종 기업을 중심으로 연초부터 희망퇴직 바람이 불고 있다. 

르노삼성자동차는 8년여만에 전체 임직원을 대상으로 다음달 26일까지 희망퇴직 신청을 받는다고 22일 밝혔다.

자동차 생산량이 2017년 대비 절반 이하로 줄어들어 8년 만의 영업적자 기록이 예상되면서다.

업계에 따르면 근속년수에 따라 지급되는 특별 위로금과 자녀 1인당 1000만원의 학자금 등 희망퇴직시 받는 처우를 금액으로 환산하면 1인당 평균 1억8000만원(최대 2억원) 수준이다.

조선업계도 연초에 연이은 수주 소식과는 다르게 희망퇴직을 고려하고 있다. 국내 조선사들이 최근 몇 년간 수주 목표치를 달성하지 못한 데다 저가 수주가 이어지면서 수익성이 악화된 탓이다.

LNG선. 사진. 삼성중공업
LNG선. 사진. 삼성중공업

지난해 12월 기준 현대중공업, 삼성중공업, 대우조선해양 등 주요 조선사 직원 수(사내 협력사 포함)는 9만7000여명으로 집계됐다.

이 숫자가 10만명 이하 수준으로 떨어진 것은 이번이 처음인데, 업계 내 희망퇴직 바람이 불면 종사자 수는 더욱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대우조선해양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에도 희망퇴직을 실시한다. 대우조선해양은 오는 25일까지 정년이 15년 미만 남은 사무직·생산직 중 1975년 이전 출생자를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신청 받는다고 밝혔다.

정년까지 남은 기간에 따라 위로금, 재취업 지원금을 준다.

대우조선은 지난해 1월에도 정년이 10년 미만으로 남은 직원들을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받은 바 있다.

회사 측은 “전반적으로 수주가 부진하면서 일감이 부족한 상황”이라며 “이번 희망퇴직은 조선업 불황에 따른 선제적 대응차원”이라고 설명했다.

STX조선해양 역시 올해 희망퇴직을 계획하고 있으며 삼성중공업은 2016년 이후 상시 희망퇴직을 받고 있다.

코로나19의 직격탄을 맞은 여행·엔터테인먼트·유통업계의 상황도 비슷하다.

특히 업계 1위인 하나투어가 사실상의 구조조정을 단행하듯 희망퇴직을 추진하고 있어 임직원들이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유통업 중심인 롯데그룹도 계열사별로 연이은 희망퇴직 및 인력 조정에 나선 상황이다. 

한편 금융권은 상대적으로 여유가 있지만 희망퇴직이 이어지고 있다. 최근 비대면 금융 거래가 늘어나면서 영업점에 필요한 인력이 줄어들었고, 네이버나 카카오같은 빅테크 기업과 경쟁이 예고된 상태에서 여유가 있을 때 최대한 인력을 감축해 IT 쪽 재투자 혹은 인력 확보에 나선다는 전략으로 분석된다.

신한·하나·우리·농협 등 4개 은행에서 명예퇴직으로 떠났거나 이달 안에 짐을 싸는 인원은 1700여명이다.

퇴직자는 은행별로 전년보다 30~40%가량 늘었다. 예년보다 더 좋은 명퇴 조건을 제시하자 조기 퇴직해 새 일자리를 찾는 인원이 늘어났다는 게 은행 측 설명이다.

최근에는 희망퇴직 대상이 되거나, 이를 고려하는 직원들 사이에서는 희망퇴직을 선택할 수 있는 사람은 오히려 ‘위너(Winner, 승자)’라는 목소리도 나온다.

희망퇴직 시에 받은 퇴직금으로 새로운 직업이나 사업, 혹은 자신의 전문성을 살려 일할 수 있어야 ‘희망퇴직’이라는 옵션을 고려할 수 있다는 얘기다.

최근 희망퇴직을 실시한 중견기업에 다니는 직장인 A씨는 미디어SR에 “퇴직 조건을 잘 살펴봤을 때 근속년수에 따라 10억원 수준의 퇴직금을 수령한 경우도 봤다”고 귀띔하면서 “조건이 잘 맞을 때는 희망퇴직도 고려해볼 수 있지만 직원들 사이에서는 그만큼 ‘플랜B’가 있거나 능력을 인정받아 이직이 된 사람에게만 가능한 것 아니냐는 푸념이 오간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4050세대들은 은퇴 후 자녀 교육과 결혼에 평균 1억7000만원의 목돈이 필요하지만 보유 자산의 90%가 부동산에 쏠려 있어 노후생활 자금을 마련하는 데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우려됐다.

이같은 현실에서 희망퇴직의 진짜 조건은 ‘제2의 인생’이라는 말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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