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대문구 주택밀집가. 사진. 박세아 기자
동대문구 주택밀집가. 사진. 박세아 기자

[미디어SR 박세아 기자] #직장인 A씨는 중기청 대출로 동대문구와 성북구, 종로구 중심으로 전세 매물을 살펴보는 중이었다. 중소기업 재직 중인 A씨는 저리의 중소기업 취업청년 전월세 보증금 제도가 매우 유용할 것으로 기대했다. 하지만 현장의 체감 온도는 전혀 달랐다. A씨가 막상 집을 구하기 위해 발품을 팔며 부동산 중개거래소를 돌아다녔으나 그에게 되돌아온 것은 전혀 이해할 수 없는 뜻밖의 대답이었다. "중기청 대출이 적용되는 매물은 매우 드뭅니다..."

 

중기청 대출은 당장 취업은 했지만, 일정 소득 기준 이하 청년들의 주거안정과 주거비 부담 완화를 위해 정부에서 마련한 금리 1.2% 수준의 한시적 상품이다.

청년들은 '중소·중견기업에 취업한 1인 가구 연소득 3500만원 이하, 만 34세 이하(병역법에 따라 현역으로 병역 의무를 마친 경우는 만 39세)'에 최대 1억원까지 받을 수 있는 이 제도가 효율적이라고 생각하기 마련이다.

하지만 현실은 달랐다. 요구되는 조건을 모두 충족해 무리없이 대출을 1억까지 받을 수 있다고 해도, 전세시장에 나온 매물이 없어 해당 매물을 취급하는 부동산 중개인을 만나는 것 자체가 어렵기 때문이다.

울산에서 올라온 A씨도 마찬가지였다. 중기청 대출 조건에 충족된다는 사실에 기쁜 마음으로 일단 서류부터 준비했다는 A씨는 준비해야 할 서류만 10가지가 넘는 까다로운 과정도 기꺼이 감내하며 정성껏 관련 서류를 챙겼다.

하지만 막상 중기청 대출이 되는 전셋집을 찾기는 하늘의 별 따기였고, 그마저도 4~5평 남짓한 작은 공간에 내 몸 하나 건사하는 수준의 룸 컨디션에 실망감만 커지는 상황이었다.  

A씨는 15일 미디어SR에 "대출 조건만 충족하면 뭐해요. 매물이 없는데, 있어도 살만한 것처럼 보이는 곳은 1억을 훌쩍 넘어 부모님께 지원을 받지 않으면 자립하기 힘들 것 같아요"라며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그는 "유흥가 밀집 구역이나, 역세권을 한참 벗어나면 그나마 살만한 곳이 있기는 하다"면서 "하지만 약간 위험해 보이기도 해서 선뜻 마음이 내키지 않아 선택하기가 꺼려진다"고 하소연 했다. 

분주한 발걸음의 A씨는 "'돈을 모으기 위해 참고 살면 되지 않느냐'고 반문하는 지인들도 있다"면서 "하지만, 몰라서 하는 소리"라고 일축했다.  A씨는 "1억이 넘어도 출퇴근이 편한 곳에 어느 정도 안전이 보장된 곳에 살려면 감수해야 할 것이 있다"면서 "채광이 좋지 않거나 악취가 심하거나 너무 좁아 쉬어야 할 집이 아니라 벗어나고 싶은 공간이 될 가능성이 높다"며 절레절레 고개를 저었다. 

중개업자들 "매물없어 중기청 적용되는 집 찾기 어려워"

기자가 발로 뛰며 만나본 공인중개업자들은 이구동성으로 말했다. "좋은 매물을 내주고 싶어도 아예 없어서 그럴 수 없다"고.

동대문구에 위치한 한 공인중개사는 미디어SR에 "솔직히 말해 임대인이 전세를 내주기 싫어서 안 내 주는 게 아니라 대학가 근처나 이런 곳은 근린생활시설이 많은데 근린생활시설은 대출 적용이 안 돼요"라고 설명했다. 건축물 대장상 근린생활시설이면 주택으로 취급되지 않아 주택전세 대출이 거의 불가능하다는 얘기다.

창 밖 너머로 보이는 아파트 단지. 사진. 박세아 기자
창 밖 너머로 보이는 아파트 단지. 사진. 박세아 기자

또한 임대인은 근린생활 시설이 아니어도 '중기청대출 100%' 상품을 이용하려는 임차인의 뜻을 그대로 따라주기도 쉽지 않다.

중기청 대출에는 한국주택금융공사가 보증금의 80%까지 보증해 주는 것과 주택도시보증공사(HUG)에서 보증해 100% 전액 대출이 나오는 상품으로 나뉜다. 다만 임대인 입장에서 HUG상품은 상당한 부담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 

종로구의 한 공인중개사는 미디어SR에 "세입자가 중기청대출 100%를 이용하려면 집주인에게 채권양도계약서, 위임장, 동의서, 주택가격동의서 등의 서류를 요구해야 한다"며 "귀찮고, 괜스레 위험 부담이 커지는 것 같아 임대인은 중기청 대출이 가능한 경우라도 전액 대출이 아닌 80% 대출을 원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실제 입주를 원하는 청년이 중기청 대출 100% 제도를 이용하려면, 'HUG가 대출 상품에 대한 보증으로 나간 보증금 반환 권리를 임차인이 아닌 HUG에 옮겨둔다'는 조건이 발목을 잡는다. 집 주인이 만일 향후 보증금 반환이 어려워지면 HUG의 채무자가 되기 때문에 꺼릴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따라서 매물도 근저당이 적거나 임대인이 어느 정도 위험 부담을 떠안을 자신이 있는 곳만이 '중기청 대출 100%' 매물로 나오게 되는 셈이다.

우여곡절 끝에 매물 찾아도...다시 난관에 부딪혀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우여곡절 끝에 부모님께 지원까지 받아가며 원하는 매물을 가까스로 찾은 경우에도 넘어야할 산은 남아 있다. 은행마다 대출금 산정 방식이 제각각이어서 어느 장단에 춤을 춰야 모르겠다는 하소연도 적지 않다.. 

네이버의 한 주택 카페 이용자는 "간신히 마음에 드는 매물을 찾았더니 은행 종류별로, 지점별로 중기청 대출 취급을 안 하는 곳도 있더라"면서 "대출을 취급한다 해도 행원이 잘 몰라 처리가 지연되거나 대출금 산정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것 같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다른 이용자들 역시 이같은 불만에 동조하는 분위기다. 또 다른 이용자는 "은행에 갔더니, 행원이 중기청 대출을 해본 경험이 없는지 되레 산만하게 굴어서 다른 곳으로 옮겼다"는 원성이 담긴 지적도 눈에 띄었다.

이런 상황에서 대략 3~4주 이상 소요되는 대출 심사 과정을 감안해 이사 날짜까지 맞추려면 청년들은 이곳저곳 발품을 부지런히 팔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동대문구의 한 공인중개업자는 "그나마 있는 매물도 금방 빠지므로 일일이 조건을 따질 겨를이 없을 것"이라며 "꼭 대출을 받을 생각이라면 남보다 발빠르게 보고 파악하고, 재빨리 은행을 찾아가 바로 계약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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