ㅎ44삼성전자 수원 사옥. 제공 : 삼성전자
ㅎ44삼성전자 수원 사옥. 제공 : 삼성전자

[미디어SR 정혜원 기자] 삼성전자가 2002년부터 2019년까지 18년 연속 국내 1000대 기업 중 매출 1위를 수성한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국내 1000대 기업의 매출은 2018년 처음 1500조원대로 진입했으나 2010년 이후 줄곧 성장세가 둔화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기업분석 전문 한국CXO연구소(소장 오일선)는 ‘1996년~2019년 국내 1000대 기업 매출 외형 분석’ 결과이같은 결과가 도출됐다고 13일 밝혔다. 조사 대상 1000대 기업은 상장사 기준이고, 매출은 금융감독원에 공시된 개별(별도) 재무제표 기준이다.

삼성전자 19년째 매출 1위, 매출 200조 돌파 기대감 고조

2002년 처음 국내 매출 1위를 거머쥔 삼성전자는 2019년까지 단 한번도 1위 자리를 놓치지 않았다. 2020년에도 매출 1위가 확실시 돼 지난해까지 포함하면 19년째 ‘최고’ 자리를 지켜오고 있는 셈이다.

1996년 당시 삼성전자는 매출 15조8745억원으로 삼성물산과 현대종합상사에 이어 매출 3위를 기록했었다. 삼성전자가 매출 39조8131억원으로 삼성물산을 제치고 매출 1위로 등극한 것은 2002년이다.

당시 삼성전자는 1992년 세계 최초 64M D램을 개발하면서 세계 1위 타이틀을 거머쥔 지 10년 만에 낸드플래시 메모리로도 세계 1위에 등극했다.

이때부터 국내 재계 1위 자리를 지켜온 삼성전자는 2010년에 매출 100조원에 진입했고 성장세를 이어가 2013년 매출 158조원을 기록했다.

이후 3년간은 매출 130조원대에 머물렀으나 2017년에 다시 역대 최고 매출 161조원, 2018년에도 매출 170조원을 기록하면서 연이어 신기록을 갈아치웠다.

2018년 삼성전자가 올린 회사 외형은 동기간 1000대 기업 중 매출 300위부터 1000위까지 700곳을 합산한 것과 맞먹는 수준으로 파악됐다. 삼성전자의 위상이 어느 정도인지를 보여주는 수치다. 2018년 당시 연결 기준 매출은 243조원에 달한다.

2019년과 2020년 매출은 다시 감소했으나 다양한 분야에서의 비대면 수요가 증가하고, 자동차산업의 패러다임 전환과 더불어 모빌리티 전장(전기장비) 부품에서의 수요가 새롭게 늘어나면서 향후 삼성전자가 매출 200조원 시대를 넘어설 수 있을지가 시장의 관심사로 부상하고 있는 실정이다.

매출 상위 대기업의 빛과 그림자, ‘쏠림 현상’ 심화

삼성전자가 글로벌 기업으로 거듭나면서 1000대 기업의 전체 매출 중 삼성전자가 차지하는 비중도 최근 3개년인 2017년~2019년 새 10% 이상을 기록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중 2018년 매출 비중은 2013년 11%보다 높은 역대 가장 큰 비중을 보였다.

같은 기간 삼성전자를 포함한 매출 상위 10개 기업이 1000대 기업 매출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30%를 넘었다. 국내 1000대 기업 중 매출 상위 10개 기업의 외형 덩치가 30% 정도나 차지할 정도로 대기업 쏠림 현상이 강했다는 의미가 강하다.

매출 1조원 이상을 기록한 기업이 가장 많았던 2019년에는 209개 기업이 매출 1조원 이상을 기록했으며, 이들의 총 매출 1273조원은 당시 1000대 기업 전체 매출의 84.4%를 차지할 정도로 '쏠림 현상'이 심화했다.

이와 함께 국내 1000대 기업의 매출은 2018년에 처음으로 1500조원대로 진입했으나 성장세는 둔화한 것으로 나타났다.

CXO연구소 조사 결과에 따르면 이들 1000개 기업의 매출 규모는 1996년 390조원을 기록한 이후 12년 만에 3배 이상(약 306.67%) 증가해 2008년 1196조원을 기록했다. 하지만 2011년을 이후 1000대 기업의 매출은 2017년까지 7년간 다시 1400조원대에 복귀했었다.

2018년에야 전년 대비 3.1% 성장세를 보이면서 1000대 기업 매출이 다시 1537조원을 기록했다. 하지만 2019년 다시 하락세를 겪었고 곧이어 지난해에 코로나19 팬데믹을 맞았다.

즉 한국 기업들의 매출 성장은 1500조원대의 벽을 깨는 데 성공했으나 성장세가 둔화된 실정이다. 2010년 이후 매출이 10% 이상 성장한 해는 단 한 번도 없었던 것이다. 그나마 2011년에 전년 대비 6.8% 매출 성장을 이룬 것이 최고의 성적이다.

하지만 1996년부터 2010년 사이만 하더라도 전년 대비 10% 이상 매출 성장률을 보인 시기가 6번이나 있었다. 특히 2007년 대비 2008년 1000대 기업 매출은 무려 27.4%나 크게 상승하기도 했다. 또 2009년 대비 2010년에도 12.5%(147조원↑)의 증가세를 기록하기도 했다.

때문에 2010년을 기점으로 국내 1000대 기업의 매출 성장은 점점 힘을 동력을 잃어가는 모양새가 뚜렷하다. 과거 1980~90년대를 주름잡던 전통 산업만으로는 더 이상 한국 경제의 성장 동력을 지속화하기에는 역부족이라는 것을 보여주는 방증이다.

이번 조사와 관련해 오일선 소장은 “향후 대한민국 경제 부흥의 신(新)르네상스를 맞이하기 위해서는 4차 산업과 연계한 고부가가치 산업들을 선도적으로 개척하면서 글로벌 경쟁력을 키워나가는 것이 중요하다”면서 “이를 실현하려면 기업의 기술 개발 노력 못지않게 새로운 시대에 적합한 규제 정비 마련도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급속하게 시장이 바뀌는 환경 속에서 과거의 낡은 규제 등으로 새로운 산업에 대한 속도를 내지 못하면 글로벌 경쟁력에서 뒤처질 수밖에 없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한편 최배근 건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이같은 경제력 집중과 관련해 신생 기업이 ‘잘 크는 환경’이 필요하다고 지적한 바 있다.

최 교수는 미디어SR에 “기존 키플레이어들이 계속 자리잡고 있는 이상 새로운 플랫폼 기업의 등장이 가능하겠는가”라고 반문하면서 “정부가 기존 자영업 기준의 창업과 구분이 되지 않는 스타트업 육성 정책은 의미가 없고, 데이터 정제와 해석 능력을 갖추고 새로운 시각으로 문제를 정의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춘 스타트업과 플랫폼 사업 육성이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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