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제주항공 제공
사진. 제주항공 제공

[미디어SR 정혜원 기자] 24명의 제주항공 신입 객실 승무원들은 이제 3년차 ‘입사 대기’를 앞두고 있다.

고용노동부는 이미 채용 과정이 진행된 인원에 대해서는 ‘신규 채용’이라고 판단하지 않겠다고 밝혔으나, 제주항공 측은 ‘경영 여건 상 입사가 불가능하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2019년 제주항공 공개 채용 절차를 거쳐 최종 합격한 A씨는 16일 미디어SR에 “여전히 사측에서는 향후 계획 등에 대한 자세한 안내도 없이 정확한 채용 일정을 알려주지 않고 있다”면서 “회사가 보이지 않는 미래 속에 우리를 버렸다”고 하소연했다.

회사 상황 좋아지면 채용?...사실상 '무기한 대기'

24명의 제주항공 입사대기자들은 치열한 경쟁을 뚫고 지난해 12월5일 최종 합격 통보를 받았으나, 2월 중 입사 예정이었던 일정이 지난 4월로 미뤄졌다.

A씨에 따르면 사측은 입사를 4월로 연기하면서 “3월까지 지방에 사는 사람들은 방도 미리 알아보고 이사하는 등 입사 준비를 하라”고 구체적 조언도 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제주항공은 다시 3월 말, 서면으로 입사 일정을 10월로 연기한다는 사실을 통보했다.

 A씨는 “입사예정자라 다른 곳에 취업할 수가 없는 상황임에도 다들 아르바이트 등으로 어떻게든 이 시간을 버텨내기 위해 노력해왔다”고 토로했다.

아직 회사와 고용 계약을 체결하지 않은 만큼 이들은 휴직수당이나 고용유지 지원금도 받을 수 없다.

A씨를 비롯한 입사예정자들은 당시 코로나19의 확산세를 고려해 불가피한 상황을 받아들이고 회사를 믿었다.

하지만 제주항공은 입사를 약속했던 10월 중순에 들어서야 입사 일정에 대해 안내해왔다.

A씨에 따르면 화상회의에서도 제주항공 측은 '내후년'을 언급하면서 '회사 상황이 좋아지면'이라는 불분명한 조건으로, 정확한 채용 시점에 대해서는 함구했다. 사실상 '무기한 대기'인 셈이다.  

A씨는 미디어SR에 “화상회의에서 구체적인 일정에 대해 뉴스보다 못한 설명을 들었다”면서 “법의 사각지대에서 인생의 공백기만 늘어나는 저희에 대해 아무도 신경써주지 않아 마음이 아프다”고 안타까운 심경을 전했다.

제주항공, "우리도 난처하다" 입장 고수  

제주항공 측은 이 같은 상황에 대해 ‘다른 해법이 없다’며 난처하다는 입장만 되뇌고 있다. 제주항공 관계자는 미디어SR에 “현재 손익분기점에서 한참 떨어져 적자를 보고 있는 상황”이라며 “입사 예정자들에게도 설명한 바 있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고용유지 지원금을 받으면 신규 채용이 불가능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고용노동부 관계자는 미디어SR에 “이미 채용 절차를 마무리하고 ‘입사 예정’인 인원에 대해서는 ‘신규 채용’으로 보지 않겠다는 입장을 사측에 전달한 바 있다”고 잘라 말했다.

즉 제주항공이 경영 여건 상 채용 절차를 마무리하지 못한 것일 뿐, 제도적 조건으로 인해 입사 절차를 마무리하지 못한 것은 아니라는 뜻이다.

따라서 이들 24명의 입사 대기자들에 대한 절차를 마무리하더라도 지원금을 받는 데는 아무런 제약이 없다.

기안기금 받은 제주항공, 숨통 트였지만...

기간산업안정기금에도 이 같은 ‘신규 채용 금지’ 조건은 없다. 최근 제주항공은 312억원의 기간산업안정기금을 받았다. 아시아나항공에 이은 기안기금 대상 2호기업이다.

앞서 제주항공의 주채권은행인 수출입은행이 외부 회계법인과 함께 실사를 진행해 제주항공의 필요자금을 약 2000억원으로 추산한 바 있다.

제주항공은 높은 금리가 예상되는 기안기금으로 전액을 조달하기보다는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으로부터 1400억원을 투입받고 신용보증기금이 채권담보부증권(P-CBO)을 인수하는 방식으로 300억원을 지원받는 방식을 택했다.

이에 따라 제주항공은 지난 8월 유상증자로 1506억원의 신규자금을 조달하며 어느 정도 재무구조가 개선된 상태다.

지난 3분기 연결기준 부채비율은 453%로 유상증자 전인 2분기(876억원)보다 낮아졌으며 부분 자본잠식상태도 해결된 상황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어 지난달 20일 수출입은행으로부터 574억원의 자금 지원도 받은 상태다. 여기에 기안기금 등 정부 지원으로 업계에서는 내년까지는 유동성 공급이 한층 더 수월해질 것이란 분석도 나왔다.

하지만 제주항공 관계자는 미디어SR에 “안타깝지만 현재 재직 중인 직원들도 휴직하고 있는 상황인데 신규 채용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주장했다.

향후 회사의 일원이 될 입사예정자들에 대해서 구체적인 조건을 고지하지 않은 채 '무기한 대기'를 통보한 셈이다. 

항공업계는 현재 여객 수요가 전년 동기 대비 80~90% 가까이 감소해 코로나19로 인한 충격이 큰 것도 사실이다.

이에 정부와 정치권 등이 보다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견해도 만만치 않다.

고용노동부 관계자는 미디어SR에 “정부는 자금 지원 요건을 설명할 수 있을 뿐”이라는 소극적 태도를 보이면서 “현재 입사 예정자와 관련해 대한항공이나 제주항공과 소통할 계획은 없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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