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SR 김병주 기자] 

김광수

제 14대 은행연합회 회장에 오른 인물이다. 코로나19, 라임사태 등 은행업계에 산적한 문제를 해결해야 할 막중한 책임을 지고 있다.

김광수 회장은 차기 회장 1차 후보군에 함께 이름을 올린 6인과의 치열한 경쟁 끝에 최종 후보로 낙점됐다. 그가 은행업계의 내로라하는 인물들을 꺾고 차기 회장에 오를 수 있었던 비결은 바로 풍부한 경험과 경력, 그리고 전문성에서 찾아볼 수 있다.

1957년생인 김광수 회장은 광주제일고, 서울대 경제학과를 졸업했다. 서울대 행정대학원에서 행정학 석사를 마친 후, 1983년 행정고시에 합격해 정통관료 코스를 밟기 시작했다.

그의 이후 행보는 전형적인 ‘엘리트 관료’로 압축할 수 있다. 기획재정부(옛 재정경제부) 금융정책과장을 시작으로 금융위원회 금융서비스국장, 금융정보분석원 원장직을 거쳤다. 요직을 거치며 쌓아온 탁월한 식견과 경험은 이후 그가 주요 금융기관장 후보군에 약방의 감초처럼 이름을 올릴 수 있었던 힘이 됐다.

특히 1998년 IMF외환위기, 2009년 미국 발 금융위기 당시에는 실무부서에서 상황을 진두지휘하며 위기 극복에 필요한 합리적 판단과 결정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 정부가 들어선 이후, 김 회장은 주요 공직 인사 후보로 꾸준히 거론돼왔다. 이는 현 정부와 궤를 함께하는 김대중, 노무현 정부 당시 청와대 경험이 반영된 것이기도 했다. 김광수 회장은 두 정권 모두에서 청와대 행정관직을 수행한 바 있다.

물론 시련도 있었다. 2011년 부산저축은행 비리사건에 연루돼 수감되는 좌절도 겪었다. 하지만 대법원까지 가는 법정 공방 끝에 결국 무죄판결을 받아냈다. 사필귀정이었다. 그는 2013년 금융위원회에 복귀하며 재기의 발판을 다졌다.

이후 법무법인 율촌의 고문으로 잠시 머물렀던 김광수 회장은 지난 2018년 김용환 당시 NH농협금융지주 회장과의 경합 끝에 새로운 NH농협금융지주 회장에 취임한다.

이후 그는 NH농협금융지주의 디지털 혁신과 수익 모델 개선 등을 진두지휘하며 2019년 연임에도 성공하는 등 전성기를 누린다. 눈에 보이는 성과 뿐 아니라 ▲1990년대 젊은 직원들과의 대화 ▲임직원 워크숍 ▲청년이사회 및 NH미래혁신리더 간담회 등을 잇달아 개최하거나 주도하며 ‘소통형 리더’의 반열에도 올랐다.

은행업계에서는 그 어느 때보다 정부와 은행업계간 원활한 협업이 필요한 현 시점이바로 김 회장 특유의 ‘소통 스킬’이 큰 역할을 할 것이라며 반기는 분위기다. 

은성수

은성수 위원장은 1961년 생으로 군산고등학교, 서울대학교 경제학과를 졸업했다. 1983년 행시 27회 출신으로 재정경제부 국제기구과 과장, 재경부 금융협력과 과장 등을 역임했다. 김광수 회장과 마찬가지로 참여정부 시절 청와대 행정관을 지냈고, 이를 기반으로 현 정권과도 원만한 관계를 유지해오고 있다.

현 정부 두 번째 금융위원장으로 직무를 수행하고 있다. 예상치 못한 코로나19 여파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금융시장의 안정화, 여기에 금융혁신이라는 과제까지 이끌어가며 금융계 수장으로서 역할을 다하고 있다.

은성수 위원장은 유능한 CEO로도 손꼽힌다. 그는 수출입은행장 재임 당시, 탁월한 경영 능력을 말이 아닌 실천으로 입증한 바 있다. 취임 1년만에 당기순이익은 168억원(2017년)에서 6800억원으로 무려 40배 이상 급증했다.

수익률 뿐 아니라 당시 수출입은행의 당면과제였던 재정건전성 역시 안정적인 수준으로 끌어올리며 대내외에서 모두 인정을 받았다. 그런 까닭에 은성수 행장이 금융위원회 위원장으로 영전하게 되자 수출입은행 내부 직원들 사이에선 이별을 아쉬워하는 목소리가 터져나왔다는 후문이다.

은성수 금융위원장은 김광수 회장과 함께 행정고시 27회 출신이다. 오랜 기간 금융업계에서 함께 해온 동지이자 때로는 경쟁자였다. 금융기관 수장 자리가 공석이 될 때마다 줄곧 두 사람의 이름이 하마평에 오르기도 했다.

가장 최근에는 지난 2019년 최종구 당시 금융위원장의 갑작스러운 사의 표명 이후 공석이 된 금융위원장 자리를 놓고 두 사람 이름이 동시에 거론되기도 했다.

업계에서는 은성수 당시 수출입은행장을 유력 후보로 점치면서도, 김광수 당시 NH농협금융지주 회장을 다크호스로 평가한 바 있다. 이후 예상대로 은성수 행장이 새로운 금융위원회 수장에 올랐고, 현재까지 위원장직을 수행중이다. 임기는 2022년 9월 까지다.

김석동

김석동 전(前) 금융위원장은 김광수 회장이 관료시절부터 가장 영향을 많이 받았다고 알려진 선배 관료이자 산전수전 다 겪은 금융시장 전문가다. 1980년 행정고시 23회 출신으로 재정경제부의 요직을 두루 거쳤다.

특히 대한민국 금융시장 역사상 가장 중요한 변곡점이었던 1993년 금융실명제, 1995년 부동산실명제, 1997년 IMF외환위기 등의 실무대책을 이끌며 두터운 신망을 얻었다. 김석동 전 위원장의 별명이 ‘대책반장’인 점도 이러한 그의 경력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

그만의 이같은 경험은 이념과 정권을 뛰어넘어 김 전 위원장의 몸값을 높여주었다. 이명박 정부 당시 금융위원장에 발탁된 후, 퇴임한 뒤에도 박근혜 정부 당시 한국은행 총재 후보 하마평에 오르기도 했다.

또한 관직에서 물러난 뒤에는 현대중공업, 미래에셋자산운용 등에서 사외이사 및 이사회 의장, 감사 등으로 일했다.

현재는 지평인문사회연구소 대표로서 고대사 연구가로 변신, 제 2의 삶을 살고 있다.

하지만 은퇴 후에도 그의 영향력은 여전하다. 지난 4월 김 전 위원장은 한진칼 이사회 의장에 올라 아직도 '현직'임을 입증했다.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이 추진 중인 재무구조 개선, 나아가 아시아나 인수합병 등 굵직한 사안을 도울 '대책반장'이자 조력자로 평가받은 셈이다.

김석동 전 위원장과 김광수 회장의 인연은 1990년대 중반 두 사람이 재정경제부에 근무했던 시점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금융‧부동산 실명제 관련 대책 반장과 실무진으로 근무했던 두 사람은 이후 금감위에서도 법규총괄과장과 법규심사과장으로 인연을 이어갔다.

지난 2011년 부산저축은행 사태 당시 대법원으로부터 최종 무죄 판결을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재취업에 어려움을 겪었던 김 회장을 두고 김 전 위원장이 큰 아쉬움을 표했다는 것은 널리 알려진 이야기다. 그런 까닭에 지난 2018년 NH농협금융지주 차기 회장 선임 과정 당시 김석동 당시 금융위원장이 김광수 회장을 적극 추천했다는 소문이 파다했다.

고바야시 히로유키

김광수 회장은 오래전부터 독서광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그는 종종 자신이 읽었던 수많은 책 중, 자신의 삶에 긍정적 영향과 변화를 가져다 준 책 한권을 주변 지인들에게 추천했다고 전해진다. 그 책 중 하나가 바로 일본 의사 고바야시 히로유키가 쓴 ‘하루 세 줄, 마음정리법’이다.

고바야시 히로유키는 일본 최고의 자율신경 분야 전문가이자 베스트셀러 작가다. 지난 20여년간 면역, 장기, 신경에 관한 연구를 통해 교감신경과 부교감신경의 중요성을 발견하고 대중화에 힘써왔다. 특히 일본 내에서는 유명 프로 스포츠 선수와 연예인들의 건강지도 선생님으로 이름을 떨쳐왔다.

‘하루 세 줄, 마음정리법’을 통해 고바야시 히로유키는 세 줄의 짧은 일기를 쓰는 것 만으로도 자율신경의 균형을 잡을 수 있다고 강조한다. 그리고 이를 통해 숙면, 원활한 장(腸)운동, 스트레스 감소 등의 효과도 얻을 수 있다고 설명한다.

그는 ‘세 줄 일기를 쓰는 행동은 하루 일상생활 속에서 스트레스가 쌓여온 우리 몸을 휴식 모드로 바꿔주는 일종의 전환 스위치와 같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김광수 회장이 이 책을 처음 접한 것은 그가 NH농협금융지주 회장으로 재임하던 시기다. NH농협은행 안양시지부 PB팀장에게 이 책을 선물 받은 이후, 그의 삶은 꽤 많은 변화을 맛보게 된다. 

김 회장은 “이 책을 선물 받은 이후, 경험으로 습득한 한 줌의 익숙함을 버리고 그간의 일기 쓰는 방식을 바로 바꿨다”며 “세 줄 일기는 단순한 글쓰기가 아닌 신경학적 관점에서 진단한 ‘스트레스 리셋 처방전’에 가깝다”라고 평가했다.

이후 그는 지주사 직원들에게 이 책을 선물하며 스트레스 관리와 건강한 일상생활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일에도 공을 들이고 있다.

‘독서광’ 김광수 회장은 코로나19로 인해 빠르게 변화하는 금융시장의 혁신과 미래를 준비할 열쇠도 바로 책 속에 들어있다고 설파한다.

최근 김광수 회장은 지인들과 임직원들에게 사피 바칼의 ‘룬샷(LOON SHOTS)’을 추천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회장은 룬샷에 대해 “포스트 코로나 시대, 나아가 사회 격변기에 다음 세대를 선도할 가능성을 어떻게 포착할지 방법을 제시한 책”이라고 추천 이유를 밝혔다.

김태영

김광수 회장 이전 13대 은행연합회장을 역임했다. 김태영 전 회장을 두고 금융권에서는 이구동성으로 ‘입지전적인 인물’로 평가한다.

1953년생인 김 전 회장은 영남상업고등학교와 명지대학교 경영학과를 졸업했다. 특히 그는 영남상고 졸업 직후, 주산 특기생으로 농협중앙회에 입사했다.

이후 농협중앙회 금융부 금융계획 과장, 금융기획부장, 수신부장, 기획실장 등을 거치며 농협 내에서도 대표적인 금융 전문가로 통했다.

그가 ‘입지전적인 인물’로 불리게 된 것 역시 농협에서의 성과가 주된 이유였다. 이러한 성과를 바탕으로 그는 농협협동조합 중앙회 부회장에 까지 오른다. 평사원으로 농협에 입사한 지 40년 만에 일궈낸 쾌거였다. 이후 농협에서의 성과를 인정받아 은행연합회장에 취임하게 된다.

김광수 회장과 김태영 회장은 묘하게 같은 듯 다른 성공가도를 달리고 있다. 김광수 회장이 관료로서의 경험을 기반으로 이 자리에 올랐다면, 김태영 전 회장은 민간에서의 경험을 토대로 은행연합회장 자리를 꿰찼다.

두 사람은 소통을 추구하는 특유의 리더십도 닮은 꼴이다. 무엇보다 두번 연속 은행연합회장이 농협계열 출신에서 나온 점은 주목할 만한 대목이다.

물론 이유는 있다. 은행연합회는 정부와 민간 은행간 원활한 소통을 돕는 일종의 ‘메신저’ 역할을 해내야 한다. 아울러 농협도 사실상 정부의 지원을 받는 특수 은행이다. 자연스레 농협의 수장 역시 정부와 뜻이 맞는 친정부를 포함한 관료 출신 인물이 주로 선임되곤 했다.

한편 김태영 전 회장은 퇴임 이후 자연인으로 돌아갔다. 과거 농협 부회장 퇴임 이후,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대낮에 대중교통을 타고 편하게 이곳저곳을 돌아다녀보는 소소한 행복을 느꼈다”고 밝히기도 했다.

코로나19, 라임펀드 사태 등 악조건 속에서도 은행연합회장으로서 마지막 소임을 다한 김태영 전 회장의 향후 행보에도 관심이 쏠린다. 

 

ESG

김광수 회장은 금융기업 CEO 재임 시절, 매년 금융 환경과 트렌드에 부합하는 ‘경영 키워드’를 앞세우며 업계에 의미있는 화두를 던져왔다. 단순히 그럴듯한 어젠다만 내놓은 것은 아니었다. 구체적인 실현 방안, 그리고 행동에 까지 이르는 과정을 보여주며 ‘행동하는 리더’로서 입지를 공고히 다질 수 있었다.

그런 의미에서 최근 몇 년 간 김광수 회장이 강조하는 경영 화두는 바로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이다. NH농협금융지주 회장 재임 시절부터 선도적으로 ESG에 대한 관심과 관련 화두를 던져왔다.

실제로 김광수 회장은 지난 11월 NH농협금융지주 회장으로서 환경부와 ‘녹색금융’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녹색금융 활성화를 위해 금융기관이 환경부와 MOU를 체결한 건 국내 금융지주사 중 농협금융이 최초였다.

농협금융은 업무 협약을 통해 친환경 투자를 확대하고 녹생경영 우수기업에 금융지원을 하는 등, 금융과 관련된 업무를 맡게 됐다.

특히 농협은 이번 MOU를 기폭제삼아 ESG경영체계 구축에도 속도를 낼 방침이다. 올해내로 탈석탄 등과 같은 구체적인 녹색금융투자 계획 역시 발표할 계획이다.

ESG에 대한 그의 관심은 은행연합회장 취임 일성에서도 드러난다. 김 회장은 지난 12월 1일 취임식을 통해 ‘친환경 ESG은행’으로의 전환은 시대적 숙명이자 필수라고 강조했다.

그는 취임사에서 “세계 각국은 2050년 전후 탄소중립과 저탄소 친환경 경제로의 전환을 정책의 축으로 삼고 있다"며 "국내 은행의 역할도 투자와 리스크관리 측면에서 친환경 ESG 금융 중심으로의 수정이 시급한 만큼 은행의 ESG 금융이 지속가능한 성장과 신사업 기회로 발전하도록 지원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이러한 전략적 방향이 현 정부가 추진하는 ‘탄소중립·그린뉴딜’ 정책과 궤를 같이 한다는 점에서, 친환경 ESG은행으로의 변신을 위한 은행연합회의 지원은 내년을 기점으로 더욱 속도를 낼 전망이다.

 

함현정

함현정(含賢井). ‘현명함을 담은 우물’이라는 뜻이다. 함현정은 행정고시 27회 동기모임 명칭이기도 하다. 이 모임은 지난 1983년 시작됐다. 당시 행정고시 27회 합격자들은 ‘공직사회에서 ’현명함을 담은 우물‘이 돼 국민들이 이 우물을 가장 잘 활용할 수 있도록 노력하자’는 의미를 담아 ‘함현정’이라는 모임을 만들었다.

그렇게 청운의 꿈을 품고 공직생활을 시작했던 행시 27회 출신 함현정 멤버들은 이제 대한민국 금융업계, 금융관직 등에서 한 시대를 풍미한 인물들로 기록되고 있다. 함현정 멤버들의 면면도 화려하다.

김광수 은행연합회장 뿐 아니라 은성수 금융위원장, 윤종원 IBK기업은행장, 정지원 손해보험협회장, 권평오 코트라 사장 등은 지금도 현직에서 맹활약하고 있다.

또한 정만기 한국산업연합포럼 회장, 우태희 대한상공회의소 상근부회장 등은 측면에서 이들을 지원하며 금융업계, 나아가 산업계 전반의 보다 나은 환경 조성을 위해 힘을 실어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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