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공:두산중공업
제공. 두산중공업

[미디어SR 정혜원 기자] 현대중공업그룹이 두산인프라코어를 품게 될 것으로 보인다. 공정위 기업결합심사와 우발 채무 발생 가능성 등이 리스크(risk, 위험요소)로 꼽히지만, 계약이 성사되면 글로벌 건설장비 시장점유율 7위를 기록하게 된다.

본입찰에서 현대중공업 컨소시엄과 유진기업은 각각 7000억원대의 가격을 제시하며 경쟁했지만, 결국 현대중공업 컨소시엄이 자금조달 여력과 인수 후 시너지 등에서 더 높은 점수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두산중공업은 “현대중공업지주㈜ 컨소시엄을 두산인프라코어 지분 매각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했다”고 11일 밝혔다. 현대중공업-KDBI(KDB인베스트먼트) 컨소시엄은 본계약을 체결 시 두산중공업이 보유한 두산인프라코어 지분 35.4%를 인수하게 된다. 양측 모두 추가 협상을 거쳐 올해 안으로 본 계약을 체결하고 거래를 마무리하겠다는 입장이다.

지난달 24일 진행된 두산인프라코어 본입찰엔 현대중공업 컨소시엄과 유진기업이 참여했다. 반면 유력 인수후보로 꼽혔던 GS건설-도미누스인베스트먼트 컨소시엄은 DICC(두산인프라코어차이나)의 우발 채무 리스크 등을 이유로 응찰하지 않았다. 자금력이 가장 우수한 MBK파트너스도 불확실성을 이유로 입찰에 참여하지 않았다.

당초 현대중공업그룹도 시장 안팎에서 꾸준히 인수 가능성을 점쳤지만 그룹 측은 이를 부정해왔다. 하지만 우발 채무 및 계약 진행을 위한 실탄(재무적 투자자)이 마련되자 인수전에 뛰어 들었다.

우발 채무는 두산인프라코어의 중국 자회사인 DICC가 현재 미래에셋자산운용·하나금융투자·IMM프라이빗에쿼티 등 FI(재무적 투자자)들과 소송을 진행 중인 데 따른 것이다.

DICC는 2011년 FI로부터 투자금 3800억원을 유치하면서 기업공개(IPO)를 약속했으나 이행되지 않았다. 이에 대해 FI들이 반발해 소송을 제기한 가운데 1심은 두산이, 2심은 FI들이 승소했다.

만약 3심에서 DICC가 패소하는 경우 인프라코어 인수자가 최대 1조원을 부담해야 할 상황이었으나 앞서 두산그룹은 이 소송과 관련한 채무를 책임지겠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다만, 본 계약에서 양측이 DICC 우발적 채무와 관련해 어떤 조건으로 합의할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현대중공업이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되면서 본 계약을 앞두고 있으나 독점 논란은 여전하다.

영국 중장비 전문지 KHL의 최근 보고서에 따르면, 인프라코어(3.3%, 9위)와 현대건설기계(1.2%, 22위)를 합치면 세계 시장점유율은 7위다.

1위 미국 캐터필러(16.2%), 2위 일본 고마쓰(11.5%)에 이어 미국 존 디어(5.5%), 중국 XCMG(5.5%), 중국 사니(5.4%), 볼보(4.6%)의 뒤를 잇게 돼, 해외에서의 기업결합심사에는 무리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국내 시장이다. 공정거래위원회는 ‘독점규제·공정거래 법률’에 따라 사업자의 시장점유율이 50%를 넘으면 독점으로 보는데, 이를 유발할 수 있는 기업 결합은 허용하지 않는 것이 원칙이다.

현재 두산인프라코어가 국내 시장 점유율 1위, 현대건설기계가 2위로 두 회사를 합치면 국내 시장점유율은 50%가 넘는다. 하지만 현대중공업 관계자는 미디어SR에 “건설장비는 글로벌 경쟁자가 많은 시장”이라면서 “공급자가 다양하고 수입에 제한이 없어 가격 결정권이 공급자에 있는 것이 아니라 수요자에게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이 관계자는 기업결합 심사 과정이 무리없이 진행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하지만 자금 여력이 충분한 GS건설이 예비입찰에 참여한 데 이어 실사를 이어가겠다고 밝힌 만큼, 아직 안심하기에는 이르다. GS건설은 올 상반기 말 기준 현금자산이 1조9440억원에 달해 자금 여력이 충분한 상황이다. 

한편 일각에서는 산은이 독점 이슈에 너무 관대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국제 경쟁력을 위해 대형사 간 합병을 유도하는 것은 좋지만, 국내 독점을 야기할 수 있는 환경은 가격 인상을 부채질하는 효과가 있었다. 대표적으로 현대차와 기아차 합병 이후 자동차 가격이 오른 것 등이 꼽힌다.

아울러 현대중공업 측 FI인 KDBI의 참여가 적절하지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산업은행이 두산그룹 구조조정을 전담하는 위치에서 인수자인 현대중공업에 산업은행의 자회사인 KDBI가 참여하는 것은 현대중공업그룹에 지나친 특혜로 보일 수 있다는 시선도 있다. 두산으로서도 KDBI의 참여가 달갑지 않은 편이다. 매각전이 과열됐다면 두산은 인프라코어 매각으로 더 많은 자금을 수혈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두산중공업은 연이은 유휴자산 및 사업 정리를 이어나가는 가운데 구조조정의 핵심 축인 두산인프라코어 매각으로 자구안을 실현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앞서 1조20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 청약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하고 지난 8월에는 클럽모우CC를 매각해 채권단 차입금 일부를 첫 상환했으며, 지난 11월에는 ㈜두산 대주주들로부터 약 6천억원 규모의 두산퓨얼셀 지분 수증을 완료한 바 있다.

이로써 두산인프라코어 매각으로 두산은 산업은행 등 채권단으로부터 긴급자금 3조6000억원을 지원받을 당시 약속한 자본확충(3조원) 계획 상당부분을 이행하며 두산건설 매각만 남겨두고 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데일리임팩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